[백세시대 / 세상읽기] “너는 에미·애비도 없니”
[백세시대 / 세상읽기] “너는 에미·애비도 없니”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3.08.07 11:18
  • 호수 88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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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오현주 기자] 

최근에 ‘노인 비하’로 가장 핫한 여성이 된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 어떤 삶을 살아왔기에 철없는 발언을 했는지 궁금해 이력을 뒤졌다. 58세로 무학여고, 한국외대(법학 학사), 한국외대 대학원(법학 석사), 독일 만하임대 법학(박사)으로 돼 있다. 학력으로 보면 배울 만큼 배웠다. 

경력을 봤더니 보험법 전문가로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과 제재심의위원으로 활동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을 맡았다. 여성 최초 금감원 부원장이라고 해서 화제가 됐다고 한다. 연봉과 사회적 지위, 두 가지 다 높은 자리를 꿰찼다. 그렇다면 세상을 알 만큼 알 만한 사람이다. 

그렇지만 노인 비하 발언으로 드러난 그의 인품은 화려한 학·경력과는 영 딴판이다. 김 위원장은 중학생 아들의 입을 통해 “여명에 비례해 투표해야 한다는 생각이 합리적”이라고 편향된 노인관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이 말인즉슨 노인에겐 투표권을 아예 주지 않거나 한표를 주고, 반면에 젊은 사람에겐 1표 이상  2표, 3표를 주자는 얘기다ㅡ1인 1표의 보통선거라는 민주주의 기본 원칙을무시하는 말이다. 

결국 김 위원장은 사태 발발 나흘이 지나서야 “어르신들 마음을 상하게 한 데 대해 더욱 정중히 사과한다. 헌신과 경륜을 존중해야 한다는 말씀을 새겨듣겠다”고 사과했다. 과연 앞으로 노인을 존중할 런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물론 없던 ‘존중’이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질 리가 만무하지만 말이다. 

여담이지만 김 위원장의 됨됨이를 짐작케 하는 또 다른 실례가 있다. 김 위원장은 금감원 부원장 임기를 다 채우고 물러난 것과 관련해 “윤석열 밑에서 임기를 마치는 게 엄청 치욕스러웠다”고 했다. 대통령 호칭도 생략했다. 

그는 연봉 3억원에 제네시스급 관용차, 운전기사까지 제공되는 이 자리를 끝까지 지키다가 지난 3월 퇴임했다. 다른 부원장들은 금감원장이 두 차례 바뀌는 과정에서 다들 사표를 썼지만 혼자서만 자리를 고수한 것이다. 그래놓고  ‘수치스러웠다’고 했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3억원이란 연봉을 놓치기 싫어서 그런 게 아니었나”, “스스로 선택한 것을 치욕스러웠다고 하는 자체가 염치가 없다”고 비난했다.   

이번 김 위원장의 노인 비하 발언 외에도 민주당에는 많은 노인 폄하 발언이 있었다. 2014년 10월, 설훈 민주당 의원은 한국관광공사 상임감사로 임명된 방송인 자니윤(당시 79세)에게 “집에서 쉬어야 할 나이”라면서 “쉬어야지 왜 일을 하려고 하느냐, 정년 제도가 왜 있나, 연세가 많으면 판단력이 떨어져 쉬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자니윤은 관록 있는 코미디언답게 재치 있게 응수했다. 

“그리 느끼는 거야 위원장님 권리지만 최근 제 신체 나이가 64세로 검사에서 나왔다. 위원장님보다 팔굽혀펴기도 더 많이 하고 옆차기, 돌려차기도 한다. 먹는 약도 하나도 없다”고 답해 심각한 주제를 코미디로 만들었다.

문제는 여기가 끝이 아니다. 설 의원은 그 일로 대한노인회를 방문했지만 사과는 하지 않았다. 당시 중앙회장과 연합회장들의 거듭된 사과 요구에도 불구하고 “내가 사과를 해야 하냐 마냐 이해를 못하겠다. 내가 뭘 잘못했는지 저를 설득해 달라”고 말해 오히려 노인들의 화를 돋우고 말았다.   

우리는 버릇없이 행동하는 아이에게 “너는 에미·애비도 없냐?”라고 꾸짖는다. 아이의 잘못은 곧 부모의 잘못이라는 인식에서다. 그런 관점에서 노인 비하 발언을 서슴지 않는 이들은 부모로부터 가정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만약 김 위원장이 부모에게서 올바른 교육을 받았더라면, 철없는 아들이 노인을 온전한 인격체로 보지 않았을 때 그 자리에서 맞장구를 칠 게 아니라, 여명이 짧은 사람들이 흘린 피와 값진 희생으로 오늘의 자유대한민국에서 너하고 엄마가 이 시간에 따듯한 밥을 먹고 편안히 잠잘 수 있는 것이고, 그들의 애국과 부국의 충정이 없었다면 너의 미래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줬어야 했다. 

사족이지만, 김 위원장이 이번 사과에서 “(제가)교수로서 조금 철없이 지내 정치 언어를 잘 모르고…” 운운했는데 그 말에 교수집단이 “우리가 철이 없어?” 라면서 들고 일어나지 않을까 그 점도 염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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