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 전, 신라인들이 망자와 함께 상형토기를 묻은 까닭은?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 전, 신라인들이 망자와 함께 상형토기를 묻은 까닭은?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3.08.07 14:46
  • 호수 88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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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신라시대 망자와 함께 묻었던 상형토기와 토우장식을 조명한다. 사진은 한 관람객이 새 모양 상형토기들을 감상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번 전시는 신라시대 망자와 함께 묻었던 상형토기와 토우장식을 조명한다. 사진은 한 관람객이 새 모양 상형토기들을 감상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보 제91호 ‘도기 기마인물형 명기’ 등 상형토기‧토우장식 330여점       

죽음 이후 삶 이어진다는 계세사상 담겨… 신라 시대상 연구에도 활용

[백세시대=배성호 기자] 신라 무덤에서는 금령총에서 출토된 ‘도기 기마인물형 명기’(국보 제91호)를 비롯해 동물은 물론 배‧수레 등 사물을 본떠서 만든 상형토기가 종종 발견됐다. 상형토기는 장례를 치를 때 술 같은 액체를 담아 따를 때 썼던 것으로 의식이 끝난 후 사후세계를 위해 무덤에 함께 넣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다양한 형태의 새 모양 토기가 다수 출토됐는데 하늘과 땅을 자유롭게 오가는 존재인 새를 망자의 곁에 둬 죽은 이의 영혼이 저승까지 무사히 갈 수 있도록 염원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죽음 이후의 삶을 위해 망자와 함께 묻은 상형토기와 토우장식 토기를 조명하는 전시가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오는 10월 9일까지 진행되는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 전에서는 국보와 보물 15점을 포함해 인물, 동물, 사물을 본떠 만든 332점의 토기를 소개한다. 

이번 전시의 1부는 지난해 보물로 지정된 ‘함안 말이산 45호 무덤의 상형토기 일괄’ 5점으로 시작된다. 5세기 전반에 만들어진 지역 최고 수장층의 무덤에서 나온 유물로 집·배·등잔 모양 등 총 5점의 상형 토기가 세트를 이루고 있다. 

또 경주 탑동 3호 무덤에서 나온 동물 모양 토기는 코는 돼지를, 발가락과 주둥이는 개를 연상케한다. 죽음을 마주했을 때 느끼는 두려움이나 슬픔을 해학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주 금령총에서 출토된 국보 ‘도기 기마인물형 명기’ 한 쌍은 이번 전시의 주제를 관통하는 문화재다. 1924년 배 모양의 토기와 함께 발견된 토기로 죽은 자의 영혼을 육지와 물길을 통해 저세상으로 인도해주는 목적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주인상’과 ‘하인상’으로 나뉘는데 주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은 장식된 삼각형 형태의 모자와 갑옷을 입고 있고, 왼쪽 허리에는 칼을 찬 늠름한 모습이다. 

반면 하인으로 보이는 인물은 오른손에 방울을 흔들며 주인의 영혼을 안내하는 듯하고, 등에는 봇짐을 메고 있다. 이처럼 5세기에 제작된 다양한 형태의 상형토기들은 영혼을 다음 세상으로 잘 인도한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당시 일상과 사회의 모습도 보여준다. 

이어지는 2부에서는 토우장식 토기들에 담긴 이야기를 소개한다. 토우는 흙으로 만든 인형으로, 상형토기가 형상을 본떠 만든 토기라면 토우장식 토기는 토우를 장식으로 붙인 토기를 말한다. 

토우는 5세기에 활발하게 만들어졌고 신라에 불교가 도입된 6세기 이후에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다. 다양한 토우가 만들어지고 무덤에 묻힌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불교 도래 이전의 신라인들은 현재의 삶이 죽음 이후에도 이어진다는 ‘계세(繼世)사상’을 믿었던 것이다.  

토기의 뚜껑·몸체에 장식된 토우들은 매우 다양하다. 인물 토우는 악기를 연주하거나 춤추는 모습, 사냥 장면, 무릎 꿇고 기도하는 모습 등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춤추거나 출산·성행위 장면을 표현한 토우는 생명의 부활, 새로운 삶을 상징한다. 토우에 표현된 옷차림은 복식사, 관악기·현악기 연주 모습은 악기나 음악사 연구에 좋은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토우로 표현된 동물은 50여종에 달하는데 뱀과 개구리가 함께 표현된 경우가 많다. 개구리는 알을 많이 낳고 뱀은 번식력이 강하다는 점에서 두 동물의 조합은 생명 탄생, 생명력을 의미한다.

전시에서는 1926년 일제강점기에 수습된 경주 황남동 유적 토우장식 토기 97점을 새롭게 복원해 최초로 공개한다. 지금까지 토우는 대부분 토기와 분리된 모습으로 소개됐다. 하지만 원래는 굽다리 접시 뚜껑이나 긴 목 항아리 목 부분에 붙어 하나의 장식을 이루던 유물이었다. 깨진 토우·토기의 짝을 찾아 떼내고 붙이기를 반복하며 수십 년에 걸쳐 맞췄다.

전시의 마지막에는 천으로 시신을 덮고 울고 있는 여인의 작은 조각인 ‘죽음의 순간을 지키는 사람 토우’를 소개한다. 미켈란젤로의 걸작 ‘피에타’를 연상시키는 작품으로 1cm에 불과한 토우지만 죽음이 가진 의미와 슬픔을 잘 담아내고 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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