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에 구멍이 생겨 공기 새는 ‘기흉’… 재발률도 높아
폐에 구멍이 생겨 공기 새는 ‘기흉’… 재발률도 높아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3.08.07 15:00
  • 호수 88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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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에 구멍이 생겨 공기가 새고 이로 인해 흉막강 내에 공기나 가스가 고이게 되는 질환을 ‘기흉’이라 한다. 사진은 기흉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이준희 고대구로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
폐에 구멍이 생겨 공기가 새고 이로 인해 흉막강 내에 공기나 가스가 고이게 되는 질환을 ‘기흉’이라 한다. 사진은 기흉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이준희 고대구로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

폐 수축되면서 호흡곤란·통증 일으켜… 관 삽입해 공기 빼는 게 급선무 

기흉 환자의 30~50%는 1년 내 재발… 재발하면 흉강 없애는 수술 필요

[백세시대=배지영 기자] 가끔 TV에서 의학드라마를 보면 기흉으로 쓰러진 주인공의 가슴에 볼펜을 꽂는 등의 응급처치로 환자를 살려내는 장면이 방영되곤 한다. 이처럼 기흉은 다소 생소할 수도 있지만 일상에서 적지 않게 발생하는 질환 중 하나다.

공기주머니에 해당하는 폐에 어떤 원인에 의해 구멍이 생겨 공기가 새고 이로 인해 흉막강 내에 공기나 가스가 고이게 되는 질환을 ‘기흉’이라 한다. 보통 한쪽 폐에 일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나 드물게 양측 폐에 동시에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기흉이 무서운 질환인 이유는 재발이 잦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일차성 기흉 환자의 30~50%가 1년 안에 재발하고, 재발한 환자의 경우 70% 이상이 1년 내에 다시 재발한다. 

기흉은 정기검진도 특별히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특별한 예방법은 없다. 증상 발생 시, 조기에 병원을 방문해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기흉의 종류와 원인

기흉은 원인에 따라 크게 ‘자발성 기흉’과 ‘외상성 기흉’으로 나뉜다. 자발성 기흉은 다시 일차성 기흉과 이차성 기흉으로 구분되는데 일차성 기흉은 건강한 사람에게 발생하며, 폐의 가장 윗부분 흉막에 있는 작은 공기주머니에 의해 발생한다. 

일차성 기흉의 경우 원인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부분 키가 크면서 마른 체형의 흡연 남성에게 잘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키가 큰 사람은 폐상부의 폐포 내부 압력이 상대적으로 높아 소기포가 더 잘 파열되기 때문이다. 

이차성 기흉은 일차성 기흉에 비해 나이가 많은 연령대에서 주로 나타나며 기존 폐 질환을 앓고 있던 사람에게 발생한다. 이차성 기흉을 일으키는 폐 질환의 종류로는 결핵, 악성종양, 폐섬유증, 만성폐쇄성폐질환, 폐기종 등이 있다.

외상성 기흉의 가장 흔한 원인은 교통사고 등 외상에 의해 갈비뼈(늑골)가 골절되면서 인접해 있는 폐를 찔러 손상시키는 것이다.

◇기흉의 증상과 진단

기흉의 가장 흔한 증상은 흉통(가슴 통증)이다. 흉통 증상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등 쪽으로 담이 결린다’고 하거나, ‘숨을 쉴 때마다 가슴이 찌르는 듯이 아프다’고 호소한다.

또한 흉강에 공기가 고이면서 공기가 차지하는 부피만큼 폐가 찌부러지게 되므로 호흡운동이 정상적으로 일어나지 못해 호흡곤란이 나타난다. 즉, 환자가 열심히 숨을 쉬더라도 폐 속으로 공기가 들어오고 나가는 가스교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호흡곤란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기흉의 정도가 심한 경우에는 청색증(입술 등 피부와 점막에 암청색을 띠는 증상)을 동반한 호흡곤란을 느끼는 경우도 있으며, 소수의 환자에서는 갑자기 눕거나 앉을 때 가슴에서 덜컹하면서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기흉의 진단은 문진과 진찰을 통해 비교적 쉽게 할 수 있지만 크기가 작은 기흉은 별다른 이상 증상이나 진찰소견을 보이지 않으므로 흉부 X-선 촬영을 통해 발견할 수 있다. 

흉부 X-선 촬영은 기흉의 발생 여부와 범위를 확인할 수 있는 필수적인 검사로, 기흉이 있는 부위가 까맣게 촬영이 된다. 이후 추가로 원인 및 기저 폐 질환 확인을 위해 흉부 CT 촬영을 시행한다.

◇기흉의 치료 

기흉의 치료 원칙은 흉강 내에 고여 있는 공기를 제거하고 눌려 있는 폐를 펴는 것이다. 보통 기흉의 크기가 작은 경우 추가 시술 없이 산소 치료만으로 호전이 되나 크기가 큰 경우 흉강 내에 관을 넣어 공기를 제거해야 한다.

이처럼 기흉 치료는 ‘흉관’이라는 특수한 관을 흉강 속에 삽입해 공기를 배출시키고 찌부러진 폐를 펴는 ‘흉관삽입술’이 시행된다. 보통 기흉의 크기가 크거나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있는 경우, 흉부 X-선 사진상 기흉의 크기가 점점 커지는 경우 시행한다.

그러나 이같은 비수술적 치료법은 이미 발생한 기흉에 대해서는 매우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으나 기흉의 재발은 막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기흉이 재발한 환자의 경우에는 수술을 통해 원인이 되는 소기포를 절제하고, 흉막을 유착시키는 수술적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안전하다.

일반적으로 기흉 수술은 전신마취 후 옆구리 사이에 보통 3개의 작은 구멍을 만든 다음 흉강경과 수술 기구를 넣어 폐에 있는 기낭을 절제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보통 1시간 미만의 수술 시간이 소요되며, 2~7일 정도의 입원 치료를 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엔 기흉 수술이 발전돼 2cm 정도로 작은 구멍을 이용한 최소 침습 수술 또한 시행되고 있다. 이는 통증을 줄여 빠른 회복(수술 후 1~2일 입원)과 높은 미용적 만족감을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다. 

이준희 고대구로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전신마취 후 기도 삽관 없이 수술을 진행해 기도 손상, 성대 마비, 인공 환기로 인한 폐 손상, 삽관 후 불편감 등 기도 삽관과 관련된 합병증 또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기흉 예방법

기흉은 재발이 잦은 질환이다. 특히 기흉이 재발하거나 다른 쪽 또는 양쪽에 기흉이 생기거나 압력 변화에 자주 노출되는 직군(파일럿, 항공 승무원, 전문 잠수사 등)의 경우 기흉이 재발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수술을 받는 것이 좋다.

또한 낙상이나 심한 재채기 등을 한 이후 갑자기 이유 없이 가슴이 아프고 숨쉬기 곤란해진다면 기흉을 의심하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 기흉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결핵·만성 기관지염을 치료해 건강한 폐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준희 교수는 “기흉의 경우 특별한 예방법은 없다”며 “다만 기흉이 있는 환자가 흡연하는 경우에는 재발 위험성이 20배 이상 올라가므로 금연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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