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늦었다 생각할 때 가장 빨라요”
“공부 늦었다 생각할 때 가장 빨라요”
  • 연합
  • 승인 2009.08.21 11:37
  • 호수 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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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학도 신임순(68)씨, 부산대서 행정학 석사

“힘들 때마다 ‘절대 포기하지 마라’는 윈스턴 처칠의 말을 되새기며 이겨냈어요.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고 그러잖아요.”

68세의 나이로 부산대 행정대학원을 최고령으로 졸업하는 신임순씨는 학업에 뜻은 있지만 여러 가지 여건 때문에 망설이는 사람에게 무조건 시작부터 하라고 충고한다.

6남매의 맏딸이자 9남매 장남의 아내인 신씨는 집안 대소사 챙기기에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법하지만, 2007년 최고령으로 부경대 법학부를 졸업한 뒤 면학 열을 불태운 끝에 8월 21일 부산대에서 석사 학위까지 받는다.

군무원으로 근무하다 퇴임한 그는 1983년 전국예술문화대전을 통해 화단에 데뷔한 이후 부산지역에서 중견 화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안정된 생활을 하면서도 법조인의 꿈을 버리지 못해 환갑을 넘긴 나이에 2003년 부경대에 진학했다.
그는 “처음 대학에 진학한다고 할 때 남편을 비롯해 주위에서 반대가 심했다”며 “그러나 4년간 꼬박 등교를 시켜준 남편 덕분에 무사히 학부를 졸업하고 이제 대학원까지 마칠 수 있게 됐다”며 영광을 가족에게 돌렸다.

2007년 대학원에 진학한다고 하자 ‘이혼하자’고 할 정도로 남편의 반대에 또 부딪치기도 했다. 집에서 가까운 부산대로 옮겨 남편의 수고를 덜어주는 조건으로 겨우 대학원 공부를 할 수 있었다.

그는 ‘한국 정부 적극적 조치의 실태분석과 발전방안’이라는 석사학위 논문을 쓸 때는 화실에서 새벽 2~3시를 넘기기 일쑤였다.

“체력적으로 힘들어 포기할까 하고 생각도 했지만, 나중에 후회할까 봐 그렇게 못 했다”는 신씨는 “주어진 환경이나 다른 사람 탓 하지 말고 옳다고 생각되는 일이면 무조건 시작부터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늦게 시작한 공부가 생활에 무슨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에 신씨는 “실생활에는 솔직히 도움이 안 되지만 생각이 넓어지고 무엇보다 잡념이 없어져 젊어지는 것 같다”는 답을 내놓았다.

주위에서 뭐라던 박사과정까지 마칠 생각이라는 그는 공부 외에 또 다른 계획도 갖고 있다.
지금 그리고 있는 그림들을 팔아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데 쓰기로 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찾고 있다고 그는 귀뜸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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