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일머리’ 없고 입만 살아있는 공직자들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일머리’ 없고 입만 살아있는 공직자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3.08.14 10:58
  • 호수 88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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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 기자] 필자는 속담이나 사자성어는 아니지만 언제부턴가 사람들이 자주 사용해 관용적으로 굳어진 말을 좋아한다. 이중 대표적인 표현이 ‘일머리’다. 흔히 기업에서 일을 잘하는 사람에겐 “일머리가 있다”고 칭찬한다. 반대로 사고만 치는 직원을 질책할 때는 “일머리가 없다” 혹은 “일머리를 키워라”라고 말한다. 여기서 일머리는 ‘일’과 ‘머리’의 합성어로 ‘일하는 방법, 노하우, 요령’ 등을 뜻한다. 국어사전에 정의한 뜻(어떤 일의 내용, 방법, 절차 따위의 중요한 줄거리)과는 다르다.

인터넷 백과사전 ‘나무위키’에는 ‘일머리가 없는’ 행동에 대해서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몇가지만 열거하면 △지시한 날짜 안에 일을 완수하지 못한다(큰 행사에 수백억원을 쓰고도 엉망진창으로 마무리한 경우) △타인이 충고를 해도 흘려넘기거나, 귀담아들어도 충고대로 수행하지 못한다(큰 행사 1년 전부터 우려되는 부분을 지적하지만, 문제없이 준비 중이라고 답하고는 사고 친 경우) △사고 발생 시 본인은 일을 열심히 했다고 말한다(행사는 망했지만 되레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정신승리하는 경우) △지능이 무조건 나쁘지도 않다(국가적 대형사고를 쳤지만 명문대 출신인 경우) 등이다.

또 좋아하는 관용적 표현으로는 “입만 살다”가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살면서 실수를 한다. 실수 역시 지능과는 무관하다. 실수는 크게 본인에게만 해를 입힌 것과 타인에게도 피해를 주는 것으로 분류할 수 있다. 

첫 번째 경우는 최대한 빨리 수습해 피해를 줄이고 다시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 다짐하고 실천하면 된다. 반대로 후자의 경우는 피해를 입힌 사람에게 정중한 사과까지 해야 한다. 그런데 실수를 저질러 타인을 불쾌하게 만들었음에도 사과는커녕 ‘나는 문제 없다’는 식으로 오히려 당당하게 떠드는 사람도 있다. 이럴 경우 “저 인간은 입만 살았다”고 표현한다.

또 실수는 무능함에서 오는 경우도 있다. 무능함 역시 지위와 학력과는 무관하다. 실무를 맡았을 때 유능했지만 관리자로 올라설 경우 무능함을 보이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역사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맞지 않는 옷을 입었을 경우 빨리 벗고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 현명하다. 무능한데, 실수까지 하고 입만 살았다? 이보다 더 최악인 리더는 없다. 

2023년 8월 대한민국은 일머리 없고 입만 산 임명직 공무원 때문에 단체 온열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필자는 “양심 팔아먹었네”라는 관용적 표현 역시 좋아한다. 제발 마지막 양심을 지키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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