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공수처’, 그대로 둬야 하나
[백세시대 / 세상읽기] ‘공수처’, 그대로 둬야 하나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3.08.14 11:09
  • 호수 88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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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오현주 기자] 문재인 정부가 만든 공공기구 가운데 여전히 국민혈세를 축내는 곳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이다. 이 공수처가 최근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더불어민주당 돈 봉투 살포 사건에서 돈 봉투를 받았다는 의원 명단에 포함된 더불어민주당 백혜련·황운하·박성준 의원이 최근 검찰 관계자를 공수처에 고발하면서다. 

국민 대다수는 ‘공수처가 아직도 있는가’라고 의아해할 정도로 그 존재가 미미하다. 2021년 1월에 문재인 정부가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만든 공수처는 그동안 어떤 성과를 올렸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로(0)’에 가깝다. 

공수처는 지금까지 3번의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1건의 불구속 재판을 진행 중이다. 구속영장 청구는 모두 법원에 의해 기각됐다. 그러니까 출범 2년 7개월 동안 단 한 번도 구속영장과 체포영장을 발부받지 못했다는 얘기다. 

최근 공수처의 구속영장 신청은 경찰 경무관의 뇌물수수사건이다. 공수처는 서울 경찰청 소속의 김모 경무관이 강원경찰청에 근무하던 지난해 대우산업개발 회장으로부터 수사 무마 청탁과 함께 3억원을 약속 받았다는 정황을 잡고 지난 2월에 강제 수사에 나섰다. 수사 초기에는 발 빠른 강제 수사와 관련자 조사 등으로 과거와 달라졌다는 평가가 잠시 나왔으나 그 순간뿐이었다. 

공수처는 김 경무관을 수사하던 중 다른 기업인 A씨로부터 억대 자금을 받은 흔적을 포착했다. 원래 범죄 혐의는 빼고 이 건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해 별건 수사가 돼버렸다. 검찰의 무리한 별건 수사로 인한 부작용이 커짐에 따라 최근에는 검찰 스스로 별건 수사를 자제하는 쪽이다.  

법원은 공수처의 영장청구를 기각하면서 “고액을 받은 사실은 인정되지만 알선행위를 했다고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하다”고 했다. 

구속영장이 기각된 건 이유가 어찌됐던 수사가 잘못됐다는 것이고, 이는 공수처 검사들이 수사를 잘 못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공수처의 나머지 두 건의 구속영장 청구는 고발사주 의혹 건이다. 이는 지난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윤석열 검찰총장에 비판적인 현 야권 인사들과 언론인들에 대한 고발을 국민의힘 측에서 사주했다는 내용이다. 이 사건과 관련해 손준성 검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두 차례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공수처의 1호 기소는 김형준 전 부장검사 뇌물수수 사건으로 김 전 부장검사가 지난 2015년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으로 근무하며 박모 변호사에게 수사상 편의를 봐주고 1093만여원 상당의 뇌물 등을 받았다고 보고 재판에 넘긴 것이다. 이 사건은 공수처 출범 후 첫 기소 사건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1심에서 무죄가 됐다. 

공수처가 매년 200억원에 가까운 혈세를 쓰면서 보여준 결과는 이처럼 초라하기 짝이 없다. 

공수처는 자신들의 무능함을 인정하고 일찌감치 대국민 사과를 한 적이 있다. 지난 1월에 열린 공수처 출범 2주년 기자 간담회에서 김진욱 공수처장은 “공수처 출범에 대해 보여주신 국민적인 기대에 비춰볼 때 미흡했던 점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1주년 기념식 때에 이어 고개를 숙였다.

공수처장을 비롯 조직원의 수사 실력에 문제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시각이 지배적인 가운데 많은 예산을 써가며 구태여 이 기구를 유지할 필요성이 있느냐는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일부에선 공수처를 유지하려면 검사 능력을 재검증하던가 아니면 문을 닫고 아예 검사들이 어디 가서 실력을 쌓아서 돌아오던가 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문제는 법률에 의해 설치된 기구라 쉽게 없앨 수 없다는 사실이다. 결국엔 여야를 떠나서 국회에서 공수처 존폐 문제를 새로운 안건으로 올려 오직 국민 이익만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논의하는 일만이 남았다. 

공수처가 과연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고발 건을 객관적으로 투명하게 밝혀낼 수 있을까. 그동안 보여준 3전3패의 실적에 비춰볼 때 그걸 기대하기는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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