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 없는 ‘삐~’ 소리… ‘이명’은 수면장애 시 심해져
실체 없는 ‘삐~’ 소리… ‘이명’은 수면장애 시 심해져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3.08.14 14:31
  • 호수 88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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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이 생기면 기계소리와 같은 ‘삐~’, 김빠지는 소리, ‘쉬~’하는 소리와 벌레우는 소리, 바람 소리 등의 단순음이 들려 일상생활을 하는 데 불편함을 초래한다.
이명이 생기면 기계소리와 같은 ‘삐~’, 김빠지는 소리, ‘쉬~’하는 소리와 벌레우는 소리, 바람 소리 등의 단순음이 들려 일상생활을 하는 데 불편함을 초래한다.

청각 기관에 이상 없어도 생겨… 생활에 불편감 느껴지면 검진 받아야

스트레스와 연관… ‘일상 잡음’으로 여겨 신경 덜 쓰는 것도 치료방법

[백세시대=배지영 기자] 이호열(70) 어르신은 요즘 하루에 3번 정도 냉장고 모터 소리와 비슷한 ‘웅웅’ 소리와 함께 ‘삐~’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잠을 청할 수 없을 만큼 소리가 점차 커지자 병원을 찾았고, 그곳에서 ‘이명’이라는 진단을 받고 치료 중이다.

이명이란 외부의 소리 자극이 없는데도 머리나 귀에서 ‘삐~’, ‘찌~’, 쉬~’ 또는 바람 소리나 박동 소리 등 의미 없는 소리가 들리는 이상 음감을 말한다. 

외부에서 발생하지 않은 소리가 내부에서 들린다고 느껴지는 상태이기 때문에 이명으로 인해 본인이 괴로움을 호소하더라도 실제로 주위 사람은 그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국 의학교육논단의 2022년도 자료에 따르면, 전체인구의 약 10~15%가 이명을 경험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적막한 상태에서 경험할 수 있는 이명은 대부분 일시적인 증상으로 휴식을 취하면 쉽게 사라지지만, 적당한 소음이 있는 환경에서 외부 자극이 없는데도 불편함을 주는 실체 없는 소리가 계속 들린다면 이명을 의심해 봐야 한다. 

◇이명의 원인

이명은 종류에 따라 청각 기관 자체에서 생기는 ‘청각성 이명’과 근육, 혈관과 같은 청각 기관의 주위 구조물에서 생겨 청각 기관을 통해 느껴지는 ‘비청각성 이명’으로 나눌 수 있다. 보통 청각 기관의 손상으로 인한 청각성 이명이 대부분(85%)을 차지한다.

청각 기관의 손상을 일으킨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나이에 따른 변화(노인성 난청) △강한 소음에 따른 손상(소음성 난청) △기타 원인 미상의 감각신경성 난청 △메니에르병(난청, 현기증, 이명 등이 동시에 발현되는 질환) △만성 중이염 △뇌신경종양 등을 꼽을 수 있다. 

비청각성 이명의 원인으로는 △고혈압 △동맥경화 △심장질환 △혈관의 기형 △혈관성 종양 △빈혈 △갑상선 질환 △당뇨 △근육의 경련 △턱관절이나 목뼈의 이상 등이 있다. 특히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혈액순환장애가 일어나 이명이 쉽게 발병된다.

◇이명의 증상

이명 증상의 대부분은 기계소리와 같은 ‘삐~’ 소리가 반복해서 들리거나 김빠지는 소리 등의 ‘쉬~’하는 소리, 벌레우는 소리(귀뚜라미, 매미 등), 바람 소리, 물 흐르는 소리 등의 단순음이 들리는 식이다. 또한 이런 소리들이 합쳐진 복합음으로 표현되는 경우도 있다.

대개 과로, 수면장애 등의 육체적 스트레스로 인해 악화되는 경향이 있으며 주위가 조용할 때 심해지고 신경이 예민해져 있을 때 심해진다. 원인 질환에 따라 청력 저하나 어지럼증이 동반되는 경우도 있다.

김영호 서울시보라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이명 증상이 지속되고 이 때문에 생활에서 불편감이 생기는 경우, 이비인후과 진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며 “단순한 이명이라 생각했던 증상이 청각까지 잃게 만드는 돌발성 난청의 동반 증상일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극히 드물지만 이명과 함께 난청과 어지럼증이 동반되면 청각신경 주변에서 발생한 뇌종양(청신경종, 전정신경종)의 초기 증상일 수도 있다.

이처럼 전에 들리지 않던 이명을 경험하게 됐다면 반드시 원인에 대한 검사와 함께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보통 환자의 불편감을 의사가 진료 중에 물어보면서 확인하게 되지만, 보다 정확하고 세밀하게 평가하기 위해 문진표 또는 설문지를 이용하게 된다. 

또한 전문 청각 검사로 △고막 검사 △순음청력 검사 △어음청력 검사 △이명도 검사 등이 실시된다.

◇이명의 치료

치료는 원인 질환에 따라 달라지는데 먼저 귓속의 염증이나 돌발성 난청, 메니에르병과 같은 원인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해당 질병에 맞는 약물을 처방받게 된다. 더불어 신경안정제, 항우울제, 진정제 등이 이명의 악순환을 억제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명 완화를 위해 ‘이명 재훈련치료’가 이용될 수도 있다. 이 치료는 이명과 유사한 소리를 통해 뇌에서 이명을 중요하지 않은 사소한 자극으로 인식하도록 ‘습관화’를 형성시켜 불필요하게 뇌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방식이다. 

흔히 백색 소음이라고 하는 일상적인 잡음이 우리가 이미 익숙하고 안전하다고 느끼는 자극으로 알려져 있다. 이때 충분한 훈련을 통해 환자는 자신의 이명도 백색 소음처럼 주변에 있어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 수준이 되면 점차 이명감에 대해 예민도가 감소하게 되고 결국 평소에 거의 인지하지 않고 지내게 된다. 

이같은 치료 방법이 효과가 없는 경우에는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수술 방법으로는 ‘중이재건수술’, ‘내이 절제수술’, ‘선택적 전정신경절제술’ 등을 고려할 수 있으며 혈관 장애나 중이 및 인두근육장애가 있는 경우에는 ‘갈고리 골절술’이나 ‘고막긴장근절제술’ 등의 수술이 필요하다.

김 교수는 “이명현상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은 환자 본인이 실제로 존재하는 소리는 아니지만 자신이 이명감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겸허히 수용하는 것”이라며 “이명이라는 이상음감을 자신과 분리해 객관화시켜 일상의 사소한 잡음과 같은 범주에 혼합하는 뇌훈련을 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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