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831억원 장외거래’ 무효 위기… 왜?
교보생명, ‘831억원 장외거래’ 무효 위기… 왜?
  • 김태일 기자
  • 승인 2023.08.18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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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주조합 불법선거 정황 발견…서울노동청 조사 착수
교보생명 사옥(사진=연합뉴스)
교보생명 사옥(사진=연합뉴스)

[백세경제=김태일 기자] 교보생명이 기업공개(IPO)가 무산된 지 1년 만에 831억원 규모 자사주 취득 카드를 꺼냈다. 자사주 매입을 통해 신창재 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내년 말 예상되는 금융지주사 전환의 초석을 다질 수 있어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장외거래 중심에 서 있는 우리사주조합이 지난 2년간 불법 선거로 당선된 집행부에 의해 운영돼온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권한이 없는 우리사주조합장이 회사와 장외주식 협약을 체결할 경우 지분 매입 자체가 무효가 될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교보생명은 지난 7월 31일부터 8월 21일까지 장외시장에서 보통주 210만주를 취득한다고 밝혔다. 예상 금액은 831억6000만원이다. 교보생명 측은 취득 목적에 대해 “주주에게 회사 주식을 처분할 수 있는 거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보생명이 자사주 취득에 나선 것은 지난해 7월 유가증권시장 상장이 무산되고 약 1년 만이다. 교보생명은 당시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통해 더욱 합리적이고 투명한 공정시장가치(FMV)를 산출하고, FI와의 경영권 분쟁을 자연스럽게 해결한다는 방침을 내세웠지만 한국거래소가 상장 적격에 대해 ‘심사 미승인’ 결정을 내리면서 IPO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IPO 무산으로 소액주주, 우리사주조합 등 주주들이 엑시트(투자금 회수) 기회가 사라진 만큼 이번 자사주 취득을 계기로 주주들의 자금 회수를 돕겠다는 게 교보생명의 입장이다. 작년 말 기준 소액주주와 우리사주조합 지분율은 각각 1.35%, 0.98%다.

우리사주조합은 교보생명이 우호 지분 확보를 통한 경영권 안정 차원에서 2007년 설립했다. 현재 임원 6명과 대의원으로 구성돼 있고, 사측과 노조가 임원과 대의원 후보를 반반씩 추천하고 방식으로 운영된다. 우리사주조합은 근로복지 기본법에 의거 조합장 등 임원과 대의원은 조합원의 직접·비밀·무기명 투표로 선출된다.

최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지난 3월7일 진행된 제7기 대의원 선거가 불법적으로 치러졌다는 신고를 접수받고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노동청은 교보생명 우리사주조합장 및 임원선거에서 대의원만 총회에서 선출하고 조합장과 임원은 대의원 대회에서 선출한 부분이 규약을 어긴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이를 서울노동청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진 조합원 A씨는 신고에 앞서 사측 임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대의원만을 조합원 총회에서 선출하고 조합장과 임원을 대의원 대회에서 선출하는 것은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고 과태료를 부과받을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A씨는 “대의원대회에 참여하고 싶은 조합원들이 많을 정도로 7기는 조합장과 임원을 규정대로 선출하려 했지만 사측에서 기존 6기 이사와 감사까지 참석시키려다 일부 조직원들이 문제 삼으면서 충돌을 빚었다”고 주장했다.  

우리사주조합은 앞서 2020년 12월30일 치른 제6기 대의원 선거와 관련해서도 대의원과 임원을 다시 선출해야 했다. 당시 서울노동청은 우리사주조합의 대의원 선거가 비밀·무기명 투표 원칙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우리사주조합은 전자투표가 무기명·비밀투표 원칙을 준수하도록 설계됐다며 과태료 취하 소송을 제기했다가 2년여간의 법정공방 끝에 지난 4월25일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행정처분이 타당하다”며 60만원의 과태료를 최종 부과받았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조합장 선거와 관련 사측에서 자체 조사를 진행했으나 공정성이나 여러 부분에서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우리사주조합은 사측과 별개로 사측이 관여할 부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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