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유사과학’은 ‘가짜과학’으로 불러야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유사과학’은 ‘가짜과학’으로 불러야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3.08.21 11:03
  • 호수 88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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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 기자] “아직은 과학은 아니지만 조금만 더 노력하면 과학에 더 다다를 수 있는 과학과 유사한 무언가처럼 들린다.”

지난 8월 5일 유튜브 ‘보다’ 채널에 올라온 영상에서 지웅배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연구원이 ‘유사과학’이라는 용어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한 말이다. 

유사과학은 영어로는 ‘슈도 사이언스’(Pseudo-Sciense)라 부르고 지구평평설을 비롯해 관상, 점성술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를 직역하면 ‘가짜 과학’이 돼야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어찌된 일인지 유사과학이라며 나름 존중해주고 있다. 이로 인해 완전한 엉터리지만 이를 숭배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는 잘못된 용어 사용으로 인해 본질이 흐려지고 과대 평가받는 사례가 많다. 대표적 용어가 ‘전관예우’다. 전직 관리에 대한 예우를 뜻하는 것으로 고위 공직에 있었던 인물이 퇴임 후 기존 업무와 연관된 기업 등에 들어간 뒤 전관의 지위를 이용하여 부당한 이익을 얻는 것을 의미한다. 일종의 전현직 공무원이 연루된 조직범죄임에도 ‘예우’라는 단어 때문에 타 범죄에 비해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실제로 일부는 공무원으로서 나라 발전에 이바지한 이들에 대한 예우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만약 전관예우 당사자를 ‘갑질충’이라 부른다면 이를 바라보는 시선 역시 보다 심각해질 것이다. 

모범수도 마찬가지다. 모범은 ‘모범생’, ‘모범택시’ 등 긍정적인 단어와 호응해야 한다. 모범전쟁, 모범살인, 모범강간처럼 범죄 앞에는 절대 붙여선 안 된다. 범죄자가 교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권장이 아닌 기본이다. 이를 못 지킨 사람을 미달수, 충실히 따라온 이를 기본수 등으로 부르는 게 사회 정의에 부합하다. 

또 사용해선 안 될 용어로는 ‘완전범죄’가 있다. 흔히 범죄를 다루는 소설‧영화에 촘촘히 설계된 밀실 살인, 흔적을 남기지 않은 사건 등을 ‘완전범죄’라고 묘사한다. 실제로 많은 범죄자들이 이를 따라하는 모방범죄를 시도하기도 한다. 그런데 범죄자가 끝내 잡히지 않았던 것은 옛날 일이다. 현재는 CCTV와 블랙박스가 일반화되고 다양한 첨단 기기를 활용해 수사에 나서기 때문에 대부분의 강력 범죄자들이 법의 심판대에 선다. 설사 잡히지 않더라도 미제사건, 또는 미해결범죄 등으로 부르는 것이 맞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진범인 이춘재처럼 완전하게 숨을 수 있는 범죄는 없고 유사 범죄 예방을 위해서라도 사용해선 안 될 용어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속담처럼 사회 혼란을 줄이기 위해선 이제라도 바른 용어 사용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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