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쇼

사람들은 감탄의 연발이지만
백 년 동안 키운 꼬리가 너무 무거워
나는 한 번 펼칠 때마다 현기증이 나
수컷 공작새가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자신의 꼬리 깃털을 부채처럼 활짝 펴고 우아하게 서 있는 모습을 보면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알렉산더 대왕이 인도를 정벌하러 갔다가 공작새의 화려한 꼬리 깃털을 보고는 사냥할 생각을 잊어버렸을 정도라고 하니 처음 공작새의 꼬리 쇼를 본 사람이라면 그 황홀함에 넋을 잃을 만하다. 그러나 유혹을 위해 곧 넘어질 것처럼 위태롭게 걷는 공작새를 보면 안쓰러움이 앞선다.
저 나무도 공작새의 꼬리 쇼를 닮았다. 수십 수백 가지를 키우고 펼쳐놓느라 하루도 쉴 날이 없는 저 수고를 보는 우리야 감탄의 연발이지만 새 잎을 무성하게 길러내 저렇게 아름다운 모습을 갖기까지 얼마나 많은 피와 땀이 필요했을까. 나뭇잎 하나 허투루 피지 않는데 사람의 일생이야 말해 무엇할까.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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