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 질환 치료했는데 ‘만성통증’… 삶의 질 떨어뜨리는 난치성 통증의 증상과 치료
원인 질환 치료했는데 ‘만성통증’… 삶의 질 떨어뜨리는 난치성 통증의 증상과 치료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3.08.21 15:43
  • 호수 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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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유근육통, 암성 통증 등 원인 다양… 불면·불안·우울증 동반하기도

약물치료로 호전 안 되면 수술 치료도 고려… 다차원적인 접근 필요

[백세시대=배지영 기자] 우리 몸에 조직 손상이나 염증 반응이 생기면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생리적 현상이 발생한다. 통증은 바로 그 경고 신호로 보통 급성통증의 형태로 나타난다. 

급성통증은 원인 병소가 치유되면 염증 반응과 함께 자연히 감소하거나 사라진다. 하지만 원인 병소가 좋아져도 오래 지속되는 통증이 있다. 이를 ‘만성통증’이라고 하는데, 이때 통증 전달 신호가 과잉되거나 통제되지 못하면 신체 기능과 삶의 질을 떨어트릴 수 있다. 

난치성 통증은 이처럼 많은 노력에도 치유되기 어려운 만성통증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암성 통증(암으로 인한 통증)과 같이 일차적 원인 자체가 치료되기 어려운 경우를 제외한 다른 질환에서 일차적 원인이 뚜렷하지 않거나 구조적인 원인이 아닌 경우, 또는 일차적 원인이 치유됐지만 이차적으로 심한 통증을 일으키는 경우 등이 여기에 속한다. 

장일 인천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난치성 통증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의 경우 원인 자체가 치료되기 어려운 경우도 있지만, 적정치료를 시기에 맞게 받지 못하거나 지연돼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며 “초기부터 세밀한 진찰과 진단을 통해 적절한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난치성 통증의 원인 질환과 증상

난치성 통증의 원인질환은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대상포진 후 신경통 △섬유근육통 △삼차신경통 △환지통(유령통증) △척추수술후증후군 △암성 통증 등이 꼽힌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은 주로 외상이나 수술 후 발생하는 만성통증이다. 심한 통증뿐 아니라 부종, 피부색 변화, 체온 변화, 땀 분비 변화, 운동기능 저하, 관절 가동범위 감소, 혈류의 변화 등을 동반한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대상포진에 의한 통증이 호전되지 않고 지속되는 현상을 말한다. 대상포진은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의 재감염으로 발생하는데 피부와 신경이 손상을 받을 수 있다. 

삼차신경통은 다섯 번째 뇌신경인 삼차신경에 발생하는 통증성 질환이다. 삼차신경은 얼굴 좌우에 한 개씩 총 두 개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급격하고 강하며 ‘찌르는 듯한’ 또는 ‘감전된 것 같은’ 안면의 발작적 통증을 경험하게 된다. 

장일 교수는 “난치성 통증 환자는 일반적으로 여러 진통제를 복용하고 불면, 불안, 우울증과 같은 신경정신과적 질환을 동반하기 때문에 삶의 질이 지극히 안 좋은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난치성 통증의 진단 

난치성 통증의 진단을 위해서는 먼저 통증이 최초로 나타났던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 어떻게 다쳤는지, 혹은 어떤 질환을 겪었는지부터 조사해야 한다. 물론 외상이나 어떤 특정 질환을 어떻게 치료받았는지도 중요하다. 

과거의 통증 원인과 현재의 증상이 파악된 후에는 근육 강도, 감각 이상, 심부건 반사 등 신경학적인 이학적 검사에 따라 진단을 내린다. 이후 필요에 따라 근전도나 신경전도 검사, CT(컴퓨터단층촬영)나 MRI(자기공명영상촬영), 적외선체열검사와 같은 영상학적 진단이 진행된다. 

장일 교수는 “난치성 통증은 수술적 치료에 앞서 정확한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고, 약물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거나 고농도의 약물로 인한 부작용이 심해 치료 효과보다 부작용이 클 경우 시술이나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며 “최소 6개월 이상의 약물치료와 신경차단술 등 통증치료에도 효과가 없고 통증 점수가 7점 이상인 환자에 대해 수술적 치료가 진행될 수 있다”고 전했다. 

◇난치성 통증의 치료

난치성 통증을 치료하는 시술이나 수술로는 △신경차단술 △고주파신경중재술 △척수신경자극기삽입술 △뇌심부자극술(DBS) 등이 있다. 

신경차단술은 통증주사로 신경 기능을 단기간 동안 마비시키는 시술이다. 고주파신경중재술은 척추신경에서 뻗어 나오는 말초신경 초입부에 고주파열에너지를 통해 통증이 유발되는 신경을 마비시켜 신경차단술과 유사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단, 이들 치료는 환자마다 치료 효과의 지속시간이 짧게는 일주일에서 몇 달 정도에 불과하고 대부분 기존 통증이 재발한다. 

척수신경자극기삽입술과 뇌심부자극술은 최근 들어 통증의 수술적 치료를 위해 많은 연구가 이뤄지는 분야 중 하나다. 

통증을 전달하는 척수의 특정영역 또는 통증을 인지하는 뇌의 특정 영역에 미세한 자극기를 삽입하고 전기자극을 가해 통증에 대항하는 방식이다. 

장일 교수는 “통증은 다차원적인 문제다. 즉 단순히 염증 수치를 낮춘다고 해서 좋아지는 것도, 진통제를 복용한다고 해서 모두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감정의 영역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며 “따라서 통증에 접근할 때는 필요하면 재활 치료로 근력을 키우고 만성통증에 수반하는 우울증, 불면증 등에 대처하기 위한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겸하는 것 외에도 급성통증을 조기에 치료하는 등 다차원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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