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에 대한 정부 재정 투입 논의 시작해야”
“국민연금에 대한 정부 재정 투입 논의 시작해야”
  • 조종도 기자
  • 승인 2023.08.21 15:50
  • 호수 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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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간 형평성 위해… 기금 고갈 땐 미래세대의 부담 과중
국민연금 보험료가 세대 간 형평성을 유지하려면 정부의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사진은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의 모습.
국민연금 보험료가 세대 간 형평성을 유지하려면 정부의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사진은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의 모습.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보고서

“일부 적립금 계속 유지할 수 방안 만들어야”

[백세시대=조종도 기자] 미래세대의 연금 보험료 부담을 낮춰 세대 간 형평성을 이뤄내려면, 현재의 국민연금 기금 이외에 적립금을 일정 수준 유지할 수 있도록 정부 재정이 투입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연금개혁 논의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보험료율 인상과 운용수익률 개선만 갖고는 기금의 고갈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연구원 남재우 연구위원은 최근 ‘공적연금의 재정방식과 연금개혁’ 보고서를 통해 이러한 내용의 국민연금 개혁방안을 제시했다.

남재우 위원은 현 정부가 연금개혁 추진을 위해 운영 중인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 산하 기금운용발전위원회와 국회의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민간자문위원회에 모두 참여하고 있는 연금 전문가다.

남 위원의 문제의식은 현재 논의되고 있는 개혁 방안으로는 국민연금 적립금(기금)의 고갈을 해결할 수 없고 이로 인해 세대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국민연금 개혁은 말만 무성한 채 지난 5년 간 공전을 거듭해 왔다. 그러는 사이 기금 고갈 예상시점은 2057년에서 2055년으로 2년 앞당겨지고, 미래세대의 보험료 부담은 더 늘게 됐다.

이대로 가면 2055년 기금이 모두 소진되는데, 기금이 소진되면 국민연금은 완전부과방식으로 전환될 수밖에 없다.

완전부과방식은 은퇴세대의 연금 급여 지급에 필요한 재원을 100% 근로세대의 보험료로 조달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게 되면 미래세대는 ‘내가 내는 보험료가 나의 몫으로 적립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연금수급자의 급여로 지출되기 때문에 별도의 적립금이 쌓이지 않는’ 현실에 직면하게 된다.

국민연금 5차 재정계산에 의하면, 이 경우에 국민연금 보험료율(부과방식비용률)은 26.1%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남 위원은 “기금이 소진된 미래세대는 소득의 26% 이상을 국민연금 보험료로 납부해야 한다”면서 “퇴직연금, 건강보험 등 다른 사회보험료를 감안할 때 이는 부담가능한 수준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가 존속하는 한 공적연금의 약속된 급여는 반드시 지급된다’는 주장을 MZ세대가 온전히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뉴질랜드, 호주, 아일랜드 등 선진 복지국가들이 최근 부과방식 연금에 적립 성격의 완충기금을 쌓기 위해 애쓰고 있는 점을 주목한다. 

대표적으로 뉴질랜드는 부과방식 연금 제도를 운영하다 2001년 연금에 대한 미래세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국부펀드인 ‘슈퍼에뉴에이션 펀드’를 설립했다. 뉴질랜드 정부는 매년 GDP의 일정 비율을 기금에 투입해 현재까지 243억달러를 투입했고, 기금운용을 통해 이 펀드를 2023년 현재 620억달러 규모로 불렸다. 이 펀드는 2036년까지 적립급 중도 인출이 불가능하다.

보험료와 기금 수익의 역할 분담도 중요하다. 그는 캐나다연금(CPP)이 채택하고 있는 ‘정상상태적립’ 방식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정상상태 적립’은 일정 수준의 적립비율이 안정적으로 유지돼 부과방식비용률의 일부를 지속적으로 보완하는 방식이다.

CPP는 1998년 연금개혁을 통해 정상상태 부분적립방식을 성공적으로 정착시켰다. 급여 지급에 필요한 총비용의 60%를 미래 가입자가 납부하는 보험료로 충당하고 나머지 40%는 적립금 운용이 책임지는 구조다. 이를 위해 당시 6.4%였던 보험료율을 9.9%로 높였고, 독립된 전문 운용기관인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를 설립했다. 

국민연금연구원 분석에 의하면, 우리나라가 캐나다처럼 ‘정상상태 적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4%p의 보험료 인상과 6.8%의 운용수익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재정지원이 이뤄진다면 훨씬 수월해진다.

남 위원은 “지금부터 10년 동안 GDP(국내총생산)의 1%를 매년 국고로 보조하는 재정지원이 가능하다면 보험료 인상을 3%p로 제한하거나 기금운용의 목표수익률을 6.3%까지 낮게 잡을 수 있다”며 “아예 별도로 기금을 만들어 미래의 사회보장부담을 직접적으로 줄여주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도 정부의 재정 투입에 대한 논의를 최대한 빨리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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