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투자증권, 2분기 '적자' 전환…홍콩빌딩 투자 실패 '직격탄'
유진투자증권, 2분기 '적자' 전환…홍콩빌딩 투자 실패 '직격탄'
  • 김태일 기자
  • 승인 2023.08.25 1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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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 관련 부실채권으로 자산 건전성도 '악화'
유진투자증권(사진=연합뉴스)
유진투자증권(사진=연합뉴스)

[백세경제=김태일 기자] 유진투자증권이 우려하던 대손충당금으로 인한 실적 악화가 현실화 되고 있다. 지난 2분기 실적이 적자로 돌아선 것. 홍콩빌딩 투자 손실과 국내 CFD(차액결제거래) 주가폭락사태 등의 여파가 적저전환의 요인이 됐다.  

25일 유진증권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유진증권은 올 2분기 별도기준 4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약 311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3% 감소했다. 영업비용(3226억원)이 9%가량 감소했지만 영업이익 감소폭이 더욱 컸다. 

2분기 적자 전환의 여파로 반기 실적은 지난해와 비교해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올 상반기 186억원의 당기 순이익을 기록했는데 2022년 상반기(365억원)보다 49% 감소했다. 실적이 급감한 배경을 두고 충당금 적립의 영향이 컸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손충당금은 영업이익을 산정하기 전에 총이익의 일부를 따로 떼어 적립하고 손비로 처리하는 것이다. 쌓을수록 그만큼 대손상각비가 발생, 기업의 영업이익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유진투자증권이 2분기에 일시 적립한 대손충당금은 210억원으로, 작년 한 해 동안 쌓은 손실충당금 전입액 147억원을 이미 추월했다. 업계는 홍콩의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 중순위대출 부실화로 인해 선제적인 충당금 적립이 이어진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의 빌딩은 홍콩 주룽반도에 있는 ‘골딘 파이낸셜 글로벌 센터’다. 2019년 당시 1조원이 넘는 투자 규모를 기록하며 싱가포르투자청(GIC), 도이체방크 등 글로벌 기관투자자가 참여했고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미래에셋증권이 투자자로 선정됐다.

미래에셋증권은 중순위(메자닌) 대출로 해당 건물에 2800억원을 대출해줬는데, 자기자금 300억원을 투자하고 나머지 2500억원은 펀드로 만들어 증권·보험 등 금융사에 재매각했다. 당시 유진투자증권은 200억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2020년에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고 오피스 수요가 급감했고, 이후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 기조가 맞물리며 사태가 악화했다. 만기를 3년 넘게 미뤄온 펀드는 빌딩 매각으로 손실을 확정하게 됐다. 

이 때문에 중순위 등 나머지 투자자들은 지금 회수가 어려워진 상황에 처했고, 결국 유진증권도 리스크 대응을 위해 충당금 적립에 나서야만 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부동산PF 시장도 부실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라 이번 해외대체투자 손실 건에서 리스크가 발생한다면 더 치명적일 것으로 예상한다.

유진투자증권의 부실채권은 작년 말 기준으로 1678억원으로 총자산 대비 7.7%에 달했으나 그 이후 1.5%포인트 개선된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부실채권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총자산이 늘어나, 부실채권 비율이 낮아진 것이다. 따라서 부동산 침체가 지속돼 PF 회수가 어려워질 경우 실제 손실로 이어질 부실채권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와 관련 유진투자증권 관계자는 “실적이 크게 줄었다기보다는 대손충당금을 쌓은 여파였다”며 “부동산PF 대출금과 CFD 신용공여액에 대한 충당금을 비용처리하면서 2분기 적자 전환했다”고 밝혔다.

이어 “PF 부실채권의 경우 충당금과 현금성 자산 등으로 리스크를 감내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다”며 “오는 2024년 말까지 해당 부실자산에 대한 정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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