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통色이야기 43] ‘홍부’는 묵은쌀로 누렇게 변색된 것을 가리켜
[한국의 전통色이야기 43] ‘홍부’는 묵은쌀로 누렇게 변색된 것을 가리켜
  • 정시화 국민대 조형대학 명예교수
  • 승인 2023.08.28 11:33
  • 호수 88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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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부(紅腐)

홍부(紅腐)는 문자 그대로 붉게(紅) 썩은 것을 말한다. 홍색(紅色)과 다르게 홍(紅)은 형용사 색명으로서 붉음의 뉘앙스가 미묘해서 대상에 따라 그 색이 다양하다. 

한국사에는 홍부(紅腐)와 홍부미(紅腐米) 두 가지 모두 묵은쌀의 뜻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묵은쌀은 옥백미(玉白米)에 비해 누렇게 색이 변한 쌀일 뿐 붉게(紅) 변한 것은 아니다. 단지 홍부(紅腐)는 창고에 오래 두어 색이 변했거나 또는 물에 젖어 부패한 쌀을 강조해서 비유적으로 사용한 용어이다. 

◎창고의 좁쌀과 홍부(紅腐: 묵은쌀)가 겹겹이 쌓여 집집마다 살림이 부족함이 없이 넉넉하고 풍족해서 살기 좋고, (......) 의종과 명종 이래 권력을 잡은 간악한 무리들이 나라의 근본을 망쳐 씀씀이가 넘쳐흘러 곳간이 남김없이 비었다.<고려사>

◎시국이 화평하고 해마다 풍년이 들어 백곡이 홍부(紅腐)하며, 백성은 요절하는 일이 없고, 음식이 풍부하여 사람끼리 사이가 좋고 기운이 화합하여, (......) 모든 복된 물건들이 모두에게 이르지 아니함이 없다.<성종 15년> 

◎옛날 한나라 문제(文帝)는 절용(節用)하여 홍부(紅腐)가 쌓였는데, 무제(武帝) 때에 이르러 용도가 많아져 온 나라 안이 고갈되었는데 그 뒤부터는 곡식을 받고 벼슬을 임명했으나 오히려 부족하였으니 용도를 줄이소서.<연산 6년> 

◎조세(租稅)의 절반을 감해주었지만 홍부(紅腐)의 부(富)를 누리어 오히려 여유가 있었습니다. 하물며 한 현(縣)의 1천6백 곡식을 받아낸다 하더라도 국가가 부유해질 것은 없지만 내버려둔다면 백성들이 그만한 혜택을 받게 되겠습니까?<중종 37> 

◎백성에게 환곡(還穀)을 강제로 작정하여 억만 곳간에 쌓이고 곡식과 물건이 풍부하고 홍부(紅腐)하여 바르게 먹을 수 없습니다.<인조 13년> 

◎내가 일찍이 북경에 있을 때 그 미곡(米穀) 홍부(紅腐)가 케케묵은지 오래된 것을 보고 이것을 먹어 내지 못했는데 저 사람들이 이것을 먹을 수 있어 실로 괴이했다. 다락 위에 다락을 만들고 미곡을 저장하여 바람을 통하게 하면 해마다 쌓아 보관해도 곡식이 심하게 부패하지 않는다고 옛 사람들이 말했다.<효종 8년> 

◎풍년과 흉년이 없는 세월이라 백성은 빈-부가 없고 홍부(紅腐)를 한 곳에 쌓아 두니 여름을 지날 수가 없습니다. 봄에 풀고 가을에 징수하기 때문에 항상 이와 같습니다.<현종 원년> 

◎비록 1100년 동안 쌀을 쌓아두어도 결코 홍부(紅腐)하지 않고, 벌레와 쥐도 해할 수 없습니다.<현종 5년> 

◎단지 4만여석이 있는데 그 중에서 창고에 쌓아 둔 것은 해마다 케케묵어 홍부(紅腐)의 피해를 면하지 못합니다.<숙종 6년> 

◎남한산성의 군량미는 근래 오랫동안 옮겨놓는 일이 없어 홍부(紅腐)의 피해가 많습니다.<숙종 43년> 

◎진휼청에 있는 30년 전의 오래된 쌀 700여석은 장차 홍부(紅腐)하여 버리게 될 것이니 참으로 아깝습니다.<영조 5년> 

◎홍부미(紅腐米)를 오래 쌓아 두면 도리어 햅쌀이 상하니 값을 싸게 하여 경기 백성에게 팔아서 쓸모없는 것을 쓸모 있게 해야 하겠습니다. (......) 내가 백성을 위하여 먼저 맛보아야 하겠으니 홍부미(紅腐米)를 빨리 가져오라.<영조대왕 행장> 

◎몇 해 안 되어 곳간이 가득 차고 넘쳐 홍부(紅腐)의 부패로 부국(國富)을 이룬다.<고종 17년>

정시화 국민대 조형대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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