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김명수 대법원이 무너트린 ‘사법신뢰’
[백세시대 / 세상읽기] 김명수 대법원이 무너트린 ‘사법신뢰’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3.08.28 13:21
  • 호수 88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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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오현주 기자] 어느 날 갑자기 우리 앞에 나타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의 일성(一聲)이 의미심장하다. 이 후보는 “최근에 무너진 사법신뢰와 재판의 권위를 회복해 자유와 권리에 봉사하고,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바람직한 법원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성찰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의 말대로라면 김명수 대법원은 사법신뢰와 재판의 권위가 무너졌고, 그로 인해 국민의 자유와 권리가 손상됐으며, 법관들이 바람직한 법원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성찰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틀린 말이 하나도 없다. 왜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무너진 사법신뢰의 원인 제공자는 누구인가. 말할 것도 없이 김명수 대법원장이다. 

사법신뢰를 무너트린 핵심 요인이 사법의 정치화이다. 본인을 임명해준 문재인 정권 사람들에 대한 재판은 한없이 늦추고, 그 외의 사람에 대해선 제도적인 이유로 늦어졌다. 특히 노동문제 등에 대한 이념적 성향의 판결도 많아졌다. 

대표적인 재판 지연이 조국 전 법무부장관 케이스이다. 2019년 12월 말 기소된 이후 1심 선고가 2023년 2월에야 나왔다. 무려 3년 2개월이 걸렸으니 가히 역대급 재판 지연으로, 명백히 봐주기라고밖에 볼 수 없다.  

문재인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간섭도 기소되고 3년 7개월째인 현재까지 1심 재판 중이다. 9월에 결심을 한다고 하지만 과연 말대로 될까. 이것 역시 재판 지연의 신기록을 세울 것 같다. 

조국 아들에게 허위 인턴증명서를 떼 준 최강욱 민주당 의원은 2020년 1월에 기소돼 1,2심 모두 의원직 상실형인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결심 판결이 나와야 국회의원 배지를 계속 달든가, 아니면 떼든가 할 텐데 대법원이 재판을 뭉개고 있다. 내년 5월 경 징역형이 나온다 해도 그때 가서 최 의원은 임기를 다 채우게 돼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것 역시 김명수 대법원의 전형적인 봐주기이다. 

정신대 할머니들을 돕는 단체인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이사장으로 있을 당시 기부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윤미향 무소속 의원 재판도 한없이 늘어지고 있다. 2020년 9월 기소돼 1심 선고까지 무려 2년 5개월이 걸렸다. 검찰은 최근 항소심에서도 여전히 징역 5년을 구형했다.  

김 대법원장 체제에선 공정한 재판을 받지 못할 우려가 있다며 담당재판관을 바꿔 달라는 요청이 크게 늘기도 했다. 대법관에 대한 제척·기피·회피는 2017년 879건에서 2022년 1207건으로 약 30%가 늘었다. 

이는 이념적으로 편향된 법관들이 내릴 수 있는 편파적인 판결을 피하려는 간접적인 의사 표현인 것이다.  

김명수 대법원은 법원 내 여러 제도를 바꿔놓았는데 이것 역시 재판지연 요인 중 하나이다. 그 중 법관의 승진제도 폐지가 있다. 재판 잘하는 판사를 고등법원 부장으로 승진시키고, 때로는 그 중에서 법원장으로 발탁하는 식의 인사 시스템을 폐지해 ‘웰빙 판사’가 늘어났다. 열심히 해도 열심히 안하는 판사하고 별 차이가 없으니 재판에 ‘만만디’(행동이 굼뜨거나 일의 진척이 느림을 이르는 말) 풍조가 만연됐다.  

특히 김 대법원장은 2017년 취임 이후 사법민주화 명분을 내걸고 법원행정처 역할 축소, 수직서열문화 해소 등의 이유를 내세워 판사들 간에 경쟁 문화를 없앴다. 이런 분위기에서 ‘워라밸 판사들’이 급증하고, 스스로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법관들이 옷을 벗고 로펌으로 향했다. 워라밸이란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한다는 의미다. 한 판사는 재판하다 말고 “오후 6시가 넘었으니 여기서 끝내겠다”며 법정을 떠나기도 했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가 과연 김명수 대법원이 무너트린 사법신뢰를 얼마나 회복시킬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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