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대중문화에도 들이닥친 AI 충격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대중문화에도 들이닥친 AI 충격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3.09.04 10:57
  • 호수 88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백세시대=배성호 기자]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마스크걸’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직장인 김모미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인터넷 방송 BJ ‘마스크걸’로 활동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인데 배우 고현정, 나나, 이한별이 김모미로 3인 1역을 맡아 화제가 됐다.

마스크를 벗었을 때 외모 차이는 성형수술과 시간의 흐름이라는 설정으로 설명이 된다. 문제는 목소리다. 극중 김모미는 마스크를 쓰면 다른 인격으로 돌변하는데 한 배우가 연기하면 일종의 옥에티가 될 수도 있다. 이때 제작진이 선택한 것이 ‘인공지능’(AI)이다. 한 AI오디오기업의 음성 합성 기술을 통해 마스크걸만의 목소리를 만든 것이다. 마스크걸의 목소리는 김모미 역을 맡은 나나와 이한별의 목소리를 연기 톤, 음색 등 여러 요소로 분석한 뒤 재조합해 만든 것으로 전해진다. 

AI는 많은 과학자들이 우려할 정도로 굉장히 빠르게 우리 일상 속으로 스며들고 있다. 무엇보다 배우, 가수, 성우 등 기존 대중문화 종사자들을 위협할 수준까지 다다른 점은 우려스럽다. 예를 들어 무명 배우가 연기를 한 후 요절한 청춘스타 제임스 딘의 얼굴과 목소리를 입힌다던가, 퀸의 프레디 머큐리의 목소리로 신곡을 발표하는 것이 현재 기술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문제는 마스크걸의 사례처럼 유명 가수와 성우의 목소리를 AI에게 학습시킨 후 대중들의 호감을 살 수 있는 새로운 음성을 만들어내 이를 활용하기 시작했을 경우다. 대중들에게 얼굴을 드러내는 가수는 얼마간 버틸지는 몰라도 뒤에서 묵묵히 활동하는 성우의 입지는 크게 줄어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 가수나 배우뿐 아니라 화가, 만화가, 일러스트레이터 등도 AI 기술에 의해 생존권을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이에 대한 거센 반발이 미국에서 일고 있다. 지난 5월과 7월 미국 할리우드 작가들과 배우들이 잇달아 총파업하면서 미국 영화‧드라마 제작이 사실상 전면 중단됐다. 파업 사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하나가 AI 관련 문제다. 작가들은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해 작가들의 이전 작품 대본을 토대로 새로운 대본을 생성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배우들도 인간 배우의 얼굴과 목소리가 AI 기술에 무단 도용되는 것을 방지하는 대책을 제작자들에게 요구하고 나섰다. 

현재는 이상하지 않다고 여기지만 몇 해 전까지만 하더라도 극장 상영을 하지도 않는 넷플릭스 제작 영화가 영화제 후보에 오르면서 격렬하게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어쩌면 10년 내 우리는 인간 배우와 가상 배우가 연기상 타이틀을 두고 경쟁을 펼치는 순간을 목격할지도 모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