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기고] 시대착오적인 강원랜드 규제 멈춰야
[백세시대 / 기고] 시대착오적인 강원랜드 규제 멈춰야
  • 이근식 대한노인회 강원 정선군지회장
  • 승인 2023.09.04 11:41
  • 호수 88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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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식대한노인회           강원 정선군지회장
이근식 대한노인회 강원 정선군지회장

나라의 산업 기반이 이루 말할 수 없이 빈약하던 1960년대 후반, 정부가 강원 정선군 일원과 태백, 영월 일대에서 무연탄 탄전을 본격 개발하자 전국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1970년대 들어 정선군 동면 사북출장소 관내 고한 삼척탄좌와 사북 동원탄좌를 비롯, 북면 대성탄좌, 함백 대한석공 외에도 군소탄광이 47개나 산재했고, 이들 광산에서 일하던 광부가 10만명이었다. 또 탄광을 근거지로 살아가던 지역 인구는 무려 15만명에 달했다. 

그러나 80년대 후반 정부의 갑작스럽고 대책 없는 석탄산업 합리화 사업으로 거의 모든 광산이 강제로 문을 닫으면서, 번성하던 광산촌은 졸지에 빈 집과 상점이 즐비한 폐광지의 운명에 처하고 말았다. 

이때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핵폐기장이라도 유치하려 하는 등 지역 주민들의 절박하고 치열한 움직임이 일어났다. 1995년에는 폐광 대책과 지역회생 방안을 요구하며 결사의 각오로 저항하는 운동이 벌어졌고, 이에 놀란 김영삼 정부에서 부랴부랴 폐광지역 회생안으로 채택한 것이 바로 오늘날의 내국인 출입 카지노 ‘강원랜드’인 것이다. 

지역경제 살리기 위해 만든 것

그런데 지역회생 대책으로 마련된 강원랜드는 현재 규제에 발이 묶여 제대로 된 성장을 못하고 있다. 코로나 악재까지 겹쳐 회복은커녕 점차 추락하고 있는 모습이다. 일찌감치 국가 차원에서 산업화한 마카오, 싱가포르, 필리핀은 물론 일본까지도 카지노 산업을 정부 차원에서 적극 육성해서 외국 관광객들을 유치하려는 마당에, 우리 정부는 계속해서 내국인 카지노에 도박 프레임을 씌우고 규제에 몰두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강원랜드로 향하던 내국인의 발걸음을 해외로 돌려세우는 이상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니 개탄할 일이다. 

일부 언론들도 유명 연예인이 강원랜드에서 수억원을 탕진했다거나, 카지노에서 가산을 탕진하고 누가 자살했다는 식의 가십성 뉴스만 되풀이한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서 내국인 카지노의 큰손들이 마카오나 싱가포르와 같이 여건이 좋은 카지노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는 것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당국은 나라 안에서 쪽박이 새고 있다고 법석을 떨면서도 나라 밖으로 양동이 물이 새어 나가고 있다는 것을 뻔히 보며 입을 닫고 있다. 

규제 당국은 이런저런 명분으로 국내 사행산업의 길목에 각종 규제 장치를 마련함으로써, 잠재적인 위험을 방지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격이다. 국내 사행산업 특히, 내국인 카지노로 향하는 길목에서 당국이 설치한 각종 장애물을 만난 고객들은 규제 당국의 기대와는 달리 자신들의 집이 아닌, 규제의 힘이 미치지 않는 밀실 게임장과 온라인게임 사이트, 해외 카지노 등으로 발길을 돌릴 뿐이다. 

내국인 손님, 외국에 다 빼앗겨

이러한 현실은 기업의 가치를 키우고 성장해야 할 강원랜드의 입장에서 볼 때, 합법적인 오락산업 안에 머물러 있던 주요 고객들과 잠재 고객들을 불법 온라인 도박과 해외 카지노 쪽으로 빼앗기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인구소멸의 위험과 경제 침체의 늪을 벗어나야 할 지역사회의 처지에서 봐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던 방문객들과 잠재 수요자들을 정부가 가로막아 쫓아내는 어처구니없는 일인 것이다. 

내국인 카지노가 설치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강원랜드는 매출총량제와 각종의 규제에 묶여 그 경쟁력은 날로 저하되고 있다. 지역 경제와 주민 생활 역시 미래가 없이 불투명한 상태로 오히려 인구소멸이라는 새로운 위험에 직면해 있다. 10만에 육박하던 정선군 인구는 지금 3만명 수준으로 급락했고, 한때 5만명을 넘었던 사북, 고한 인구는 지금 1만명도 되지 않는 상황이다. 

국민의 삶을 보호하고 지역 살림을 살펴야 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고 정부의 책임이다. 이제는 ‘사행산업 규제’라는 낡고 편협한 시야에 묶여 더 크고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는 것이 지난 20년간의 역사적 경험이자 결론이다. 국민도 지역 주민도 그간의 많은 경험 속에서 성숙한 의식을 가지고 있으며 도박과 오락 사이에서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힘이 있다. 강원랜드도 그 정도의 관리 능력을 갖추고 있다.

관계 당국은 출입일수 제한이나 테이블 규제, 배팅 액수 제한과 같은 구태의연한 규제 만능주의에서 벗어나, 강원랜드를 하나의 산업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새로운 시야로 전환해야 한다. 합법 시장을 눌러 불법 시장을 키우는 무능하고 위협적인 정책이 아닌, 오락산업으로서 카지노와 강원랜드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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