왔다가 사라지는 ‘미니 뇌졸중’… 가볍게 여기면 안돼
왔다가 사라지는 ‘미니 뇌졸중’… 가볍게 여기면 안돼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3.09.04 14:40
  • 호수 88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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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뇌졸중의 증상과 치료
미니 뇌졸중은 증상이 일시적이고 가역적인 것이 특징이다. 대부분 수 초에서 수 분 동안만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가볍게 여기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뇌혈관 혈류 장애로 인해 나타나… 24시간 이내 증상 사라지는 게 특징

뇌졸중의 전조증상인 경우 많아… 가급적 빨리 병원 찾아 검진 받아야

[백세시대=배지영 기자] #. 이영준(65) 씨는 지난 6월 갑자기 오른쪽이 마비가 된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10분 정도 지나니 증상이 호전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고, 다음날에도 비슷한 증상이 있었지만 일이 바빠 병원을 찾지 않았다. 다음 날 새벽, 또다시 증상이 나타나자 이상함을 느낀 이씨는 병원을 찾았고 MRI 촬영 결과 뇌경색으로 진단돼 항혈전제 치료를 받았다. 

뇌졸중은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히거나 터져서 뇌가 손상되는 질환으로 뇌경색, 뇌출혈, 지주막하출혈 등 크게 3가지로 구분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암, 심장질환과 함께 국내 3대 사망원인으로 손꼽힌다.

최근에는 뇌졸중의 증상이 잠시 나타났다가 회복되는 ‘일과성 허혈 발작’이라고 불리는 ‘미니 뇌졸중’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는 뇌혈관의 혈류 장애로 생긴 국소 신경학적 결손으로 발생, 24시간 이내에 증상이 완전히 사라지는 현상이다. 

증상이 완전히 사라지기는 하지만 실제로 MRI 검사결과를 살펴보면 환자 절반이 뇌경색 병변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니 뇌졸중’이라는 용어는 허혈 괴사를 의미하는 뇌경색과 구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미니 뇌졸중은 증상이 일시적이고 가역적인(원상태로 복귀하는) 것이 특징이다. 대부분 수 초에서 수 분 동안 증상이 나타나고 1시간 이상 진행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증상이 단 한 번으로 그치기도 하고 동일한 증상이 반복되기도 한다. 동일한 증상이 반복된다면 머지않아 뇌졸중이 발생할 것이라는 경고 징후로 간주해야 한다. 

실제로 미니 뇌졸중이 처음 발생한 후 10~20%의 환자에서 90일 이내에 뇌경색이 발생했으며, 이들 중 50%가 48시간 이내에 발병했다.

권경현 세란병원 과장은 “의학적으로 많은 미니 뇌졸중 환자들에게서 뇌졸중이 단기간 내에 재발할 위험성이 높으며 그중 5~10% 정도는 뇌경색 환자로 진행할 수 있다”며 “특히 발작이 여러 번 있을수록 뇌경색 발생 위험도가 증가하므로 미니 뇌졸중 증상이 빨리 좋아졌다고 해도 재발 방지를 위해 적극적인 집중 관찰, 검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반 뇌졸중과 증상 비슷해

미니 뇌졸중은 대개 심장에서 가까운 혈관인 대동맥이 협착하면서 발생한다. 이는 보다 얇고 심장에서 먼 소동맥이 협착했을 때에 비해 피가 흐르는 데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 뇌졸중으로 인한 후유장애가 훨씬 크다는 의미다.

미니 뇌졸중은 신경학적 결손이 24시간 이내에 호전되었다는 것만 일반 뇌졸중과 다를 뿐, 일반 뇌졸중과 증상 차이는 없다. 

경동맥에 미니 뇌졸중이 오면 반대쪽 신체에 감각저하 및 운동장애가 나타날 수 있고 말을 못하거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언어장애가 발생할 수도 있다.

뇌줄기에 혈액을 공급하는 척추뇌 기저동맥에 미니 뇌졸중이 발생할 경우, 증상은 더 다양하다. 어지럼증과 함께 복시, 구음장애, 운동실조 등이 발생한다. 시야 반측이 안 보이는 시야장애도 나타날 수 있다. 편측마비나 의식장애의 경우 평소 겪는 증상이 아니기 때문에 그나마 알아채기 쉽지만, 다른 증상의 경우, 간과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갑작스럽게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시야장애의 경우 일시적인 증상으로 생각하고 안과에서 간단한 검사를 받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는 경동맥이 막혀 발생하는 뇌졸중 전조증상일 수 있다.

◇미니 뇌졸중 치료

미니 뇌졸중이 발생했다면 허혈성 뇌졸중에 준해 검사와 치료를 시행한다. 증상은 좋아졌지만 뇌경색이 발병할 수 있으므로 정확한 혈관 평가가 필요하다. 

만약 허혈성 뇌졸중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항혈전 치료제를 투약한다. 심장검사를 통해 부정맥이 발견되면 항응고제 투약 또한 고려해야 한다. 

증상이 가볍거나 빠른 시간에 회복된다고 해도 큰 혈관에 폐색이 있을 수 있고 결국 뇌졸중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빨리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급성인 시기에 가야 정맥 내 혈전용해술 및 동맥 내 혈전제거술을 통해 혈관 재개통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인영 노원을지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미니 뇌졸중은 자칫 증상을 모르고 지나가거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가 많다”면서 “그러나 미니 뇌졸중 증상 발생 자체가 뇌혈관계의 색전증이나 관류저하를 시사하므로 빠른 검사와 치료를 통해 뇌졸중을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혈압, 당뇨병 등 위험인자 관리해야

뇌졸중 발생 위험인자는 크게 교정 불가능 인자와 교정 가능 위험인자로 나뉜다. 나이는 대표적인 교정 불가능 위험인자다. 

나이가 높아질수록 뇌졸중 발생 가능성이 증가한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55세 이상일 경우 10세 증가할 때마다 뇌졸중 위험도는 두 배씩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밖에도 성별, 인종, 가족력 등이 교정 불가능한 인자로 손꼽힌다. 

교정가능 위험인자로는 고혈압이 있다. 고혈압은 관리만 잘해도 뇌졸중의 60% 이상을 예방할 수 있다. 당뇨는 동맥경화뿐만 아니라 고혈압, 비만, 고지혈증과 같은 동맥경화의 주된 위험인자에 대한 유병률을 높이기 때문에 관리가 꼭 필요한 질환이다.

더불어 흡연, 비만, 허혈성 심장질환, 운동 부족, 대사증후군, 편두통, 수면무호흡증 등도 적절한 관리를 해야 뇌졸중 발생률을 낮출 수 있다.

권경현 과장은 “기저질환이 없는 경우에도 금연과 절주, 규칙적인 운동을 하면 뇌졸중 발병률이 떨어진다”며 “모든 뇌졸중이 미니 뇌졸중을 거쳐서 발생하는 건 아닌 만큼 고위험군은 2년에 한 번씩 경동맥 초음파 검사를 받는 것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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