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까다로운 두경부암… 흡연·음주가 가장 큰 원인
치료 까다로운 두경부암… 흡연·음주가 가장 큰 원인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3.09.04 15:00
  • 호수 88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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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경부암의 증상과 치료

60대 남성 환자 가장 많아… 최근 인유두종 바이러스로 인한 발병 증가

암 발생 위치에 따라 증상 다양… 내시경·로봇 수술로 흉터 최소화 가능

[백세시대=배지영 기자] 두경부는 머리(頭)와 목(頸)을 중심으로 가슴, 폐 위쪽으로 눈과 뇌를 제외한 부분(부위)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입, 코, 목, 혀 등이 속하는데, 먹고 말하고 숨 쉬는데 중요한 조직이 촘촘히 모여 있다. 뇌로 가는 중요한 혈관과 신경도 많다.

두경부암은 두경부에 생기는 암을 총칭한다. 자세히는 코, 부비동, 구강, 안면, 후두, 인두, 침샘, 갑상선 등에 발생한 모든 종류의 악성종양을 말한다. 넓은 의미에서 갑상선암도 두경부암에 속한다.

두경부암은 다른 암과 비교해보면 많이 발생하는 암은 아니다. 하지만 치료가 까다롭기로 유명하고, 발생자 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필요하다. 

보건복지부 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20년 두경부암의 발생자 수는 5666명으로, 2010년(4346명) 대비 30% 증가했다. 남성의 발병 수가 여성보다 약 3배 이상 많으며,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60대가 가장 많고, 70대, 50대가 그 뒤를 잇고 있다.

김수일 강동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두경부는 숨을 쉬고 냄새를 맡고 음식을 씹고 삼키는 통로이자 목소리를 내고 말을 하는 기관으로, 이곳에 암이 생기면 호흡, 음식 섭취, 발성 등에 문제가 생겨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두경부암의 원인

두경부암의 주요 위험인자는 흡연, 음주이다. 음주는 구강암이나 하인두암에 주로 관여하며, 흡연과 음주를 동시에 하면 암 발생 위험이 4배 이상 증가한다는 연구도 있다. 

최근에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 인간을 감염시키는 젖꼭지 모양 바이러스) 감염이 두경부암의 주요 원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구인두암은 HPV가 원인 중 하나로 추정되고 있다. 구인두 편평상피세포암의 약 15~50%에서 HPV가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비인두암은 엡스타인바 바이러스(EBV)가 원인이다. 

최근 흡연율이 줄면서 기존의 후두암은 점차 감소하고 있는 반면, 이 같은 바이러스로 인한 인두암과 비인두암은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김수일 교수는 “아직까지는 흡연 및 음주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는 후두암이 가장 흔하지만, 최근 10년간 HPV와 관계된 암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경부암의 증상과 진단

두경부암은 후두암이나 구강암 중 일부 암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발암 초기 이렇다 할 이상 증상이 없거나 증상이 있다고 해도 이미 꽤 진행된 다음에야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후두에 암이 생기면 허스키하거나 거친 목소리가 나온다. 이렇게 목소리 변화가 2주 이상 지속하면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구강암이나 구인두암은 입이나 목에 알사탕이 있는 것처럼 울리는 목소리로 변한다. 입에 궤양이 생기기도 하는데 한 달 이상 아물지 않을 때도 구강암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냄새를 못 맡는 증상이 있으면 단순한 부비동염일 수 있지만 비강 종양의 가능성도 있는 만큼 병원에 가서 확인하는 게 좋다.

김 교수는 “두경부암은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세심한 주의와 관찰이 필요하다” 며 “구강 점막에 적백색 반점이 생기거나 3주 이상 음식을 삼키기 어려운 경우에도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전했다.

두경부암은 내시경 검사로 쉽게 진단할 수 있다. 소화기 내시경은 금식과 같은 준비가 필요하지만 이비인후과 내시경 검사는 금식이나 마취 같은 사전 준비 없이도 가능하다. 

내시경에는 비인두 내시경, 후두 내시경 등이 있다. 내시경으로 두경부암 의심 부위가 발견되면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양전자 방출단층촬영(PET-CT) 등 영상의학, 핵의학 검사와 세침 흡입 검사, 조직 생검을 통해 최종 진단한다. 

◇두경부암의 치료

두경부암의 치료는 크게 수술적 치료와 비수술적치료(방사선치료, 항암화학요법)로 나눌 수 있다. 경우에 따라 단독 혹은 병합치료를 시행한다. 

수술적 치료는 두경부 영역 특성상 중요한 혈관과 신경이 밀집한 부위라 난이도가 높은 수술인 경우가 많다. 또한 삶과 직결되는 부위이므로 수술 이후 정상 부위 기능 보존, 미용적인 부분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 때문에 두경부암은 최소침습적, 기능 보존적 수술의 중요성이 점차 대두되고 있다. 경구강 내시경 수술과 로봇 수술이 대표적이다. 

두경부암 중 편도나 혀뿌리에 생기는 암과 초기 단계의 후두암, 하인두암 등에는 경구강 내시경 수술과 로봇 수술이 가능하다. 내시경 수술은 수술 현미경이나 내시경을 사용해 목 안 깊숙한 곳에 위치한 수술 부위를 확대·관찰하면서 레이저나 내시경 기구로 병변을 절제하는 것이다. 전통적인 개방형 수술이나 방사선치료에 비해 치료 기간이 짧고 의료비용도 저렴하다.

하지만 내시경이 닿기에 너무 깊은 곳에 암이 있거나, 각도가 맞지 않는 경우 로봇 수술이 효과적이다. 경구강 로봇 수술은 입안으로 로봇의 내시경을 사용해 목 안 깊숙한 곳에 위치한 수술 부위를 확대, 관찰하면서 병변을 절제하는 방법이다. 

그는 “중요한 정상 기관을 보존하고 좁은 공간에서 수술을 하고, 목으로 보이게 되는 흉터를 없애거나 최소화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기존의 내시경 수술의 장점에 더해 술기적 편리함과 동시에 떨림 없이 미세 봉합이 가능해 현존하는 최고의 최소 침습수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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