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방송 코미디의 몰락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방송 코미디의 몰락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3.09.11 11:04
  • 호수 88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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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 기자] 우리말로 희극(喜劇)인 코미디(comedy)는 웃음을 만들어내기 위한 경쾌한 극, 혹은 그러한 형식을 의미한다. 인류가 언어가 아닌 몸짓으로 의사소통하던 시절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코미디는 존재해왔다. 과거에는 극과 문학 장르가 중심이었지만 영상 매체가 등장한 이후로는 TV와 스크린으로 옮겨갔다. 우리나라에서는 ‘코미디의 황제’라 불렸던 이주일이라는 걸출한 코미디언이 등장한 이후 심형래, 최양락, 이경규, 이경실, 박미선 등 수많은 스타들이 지상파 방송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코미디 주도권을 잡았다.

그러다 1999년 KBS ‘개그콘서트’(개콘)의 등장과 함께 방송 코미디는 전성시대를 맞는다. 이후 2003년 SBS에서 ‘웃음을 찾는 사람들’(웃찾사)이 등장하면서 토요일 저녁에는 웃찾사, 일요일 저녁은 ‘개콘’을 보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TV 앞으로 모여들었다. 실제로 2003년 8월 31일 방영된 개콘 200회 특집은 37.3%라는 놀라운 시청률을 올렸다. 두 방송이 방영된 다음날 전국의 초‧중‧고등학교뿐 아니라 대학교나 직장에서도 코미디언들의 개인기와 유행어를 따라하는 게 일상이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방송 코미디는 여러 이유로 경쟁력을 상실했고 2020년 6월 개콘이 폐지되면서 지상파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춘다. 2021년 개콘의 후계자를 자처하는 ‘개승자’가 잠시 방영되긴 했지만 큰 화제성을 모으지 못하고 종영됐다.

그나마 방송가에서 명맥을 유지한 건 tvN에서 2011년부터 방영 중인 ‘코미디 빅리그’뿐이었지만 9월 13일 방송을 끝으로 ‘휴지기’를 갖는다. 언제 재개한다고 제시하지 않아 사실상 폐지 수준이다.

그렇다고 해서 대중들이 코미디를 외면하는 것은 아니다. ‘개콘’과 ‘웃찾사’ 폐지로 갈 곳을 잃은 코미디언들은 ‘유튜브’로 옮겼고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수많은 채널이 성공했다. 즉, 코미디언들의 재능은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코미디에서 완전히 철수한 방송국은 드라마‧예능‧시사‧교양 프로그램은 OTT에, 뉴스는 유튜브와 온라인 언론 매체에 위협을 받고 있다. 

고 이건희 회장이 ‘마누라와 자식 빼고는 다 바꿔야 한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다’며 변화를 주문한 뒤 삼성은 세계적인 기업으로 거듭났다. 방송가도 채널명 빼고 다 바꿀 각오로 변화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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