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금요칼럼] 65세까지 정년 연장하되, 능력 중심 임금체계 적용을 / 최성재
[백세시대 금요칼럼] 65세까지 정년 연장하되, 능력 중심 임금체계 적용을 / 최성재
  • 최성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 승인 2023.09.11 13:45
  • 호수 88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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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최성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정년 연장이 청년일자리 빼앗고

나이 들면 생산성 저하된다는 건

근거 없는 고정관념으로 밝혀져

다만, 60세 이후 임금체계는

연공서열 아닌 능력제로 바꿔야

최근 일부 노조에서 65세까지 정년 연장을 주장하고 있다. 주된 이유는 국민연금 수급 연령은 60 이상으로 계속 높아지는데 60세 정년은 소득 단절을 초래하게 된다는 것과 고령화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2017년 민간부문의 정년이 60세로 법정화된 이후부터 정년 연장 필요성이 간간이 제기되어 왔다. 사실 2017년부터 정년의 법정화(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 촉진에 관한 법률 고용법 제19조)는 분명히 정년을 60세 아닌 ‘60세 이상’으로 정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정년을 61세 이상으로 정한 곳은 없는 것 같다. 

현재 정년 연장에 대해 반대 논리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기에 정년 연장의 반대이유를 반박하면서 65세까지의 정년 연장의 필요성을 강조하고자 한다. 정년 연장 반대의 중요 이유 하나는 정년 연장은 청년층의 일자리를 뺏는다는 것이다. 

즉, 노동시장 일자리의 수가 고정돼 있어 고령 근로자가 나가지 않으면 젊은 근로자가 들어오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같이 노동시장 일자리 수가 고정되어 있다는 주장은 잘못된 논리라는 것이 많은 연구를 통해 밝혀져 왔다. 오히려 고령자 고용이 늘어나면 청년고용도 늘어난다는 연구도 많다. 

정년 연장 반대의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나이 들면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연구를 분석해 보면 나이가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거나 미미하고, 다른 요인이 훨씬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 다른 요인은 한 마디로 개인적 특성, 즉 개인적 능력이라 할 수 있다. 

OECD(경제 선진국과 일부 개발도상국 등 38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경제 협력과 개발의 국제기구) 국가 근로자의 시간당 생산성을 GDP(국내총생산)의 달러($) 가치로 평가한 자료에 의하면, 2017년에 미국은 68.3달러였는데 한국은 31.9달러로 미국 근로자 생산성은 한국 근로자 생산성의 거의 두 배 가까이 높았다. 

미국은 1986년에 정년제를 폐지하여 근로자 평균 연령은 65세보다도 훨씬 높고, 우리나라는 정년 60세가 채 법정화되기 전이라 근로자 평균 연령은 60세보다도 훨씬 젊었다. 나이가 생산성에 영향을 미친다면 미국이 우리보다 훨씬 생산성이 낮아야 할 텐데 오히려 반대인 것은 나이가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거나 미미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나이 들면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논리에는 우리 사회에서 아직도 주된 임금체계로 유지되고 있는 연공서열 중심 임금체계(근무 기간 증가에 따라 임금이 증가하는 것)가 상당히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생각된다. 임금은 기본적으로 능력(생산성, 성과) 중심으로 주어지는 것이 공평하고 합당한 데도, 연공서열 중심 임금체계로 인해 고령자는 임금이 오른 것에 비해 생산성이 오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나이 많으면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하게 된다.

과학적 증거보다는 잘못된 상식을 믿고, 고정관념과 편견 등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경우 정책 결정에서 이를 무시하기 어렵다. 노동시장 일자리 총량이 고정되어 있다는 것과 나이 들수록 생산이 떨어진다는 상식은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못한 잘못된 상식이다. 

그런데도 아직도 많은 사람이 근거 없는 상식에 사로잡혀 있거나 고정관념과 편견 등으로 과학적으로 검증된 사실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세계 최저의 저출산 현상과 세계 최고의 고령화 현상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고, 더구나 60세 정년과 국민연금 수급연령(2023년 현재 63세)이 2033년까지 65세로 늦어지게 될 한국적 상황을 고려하면, 정년을 일단 선진국 수준인 65세까지 일률적으로 연장하는 것이 타당하고 바람직하다. 

이제는 정년 연장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활성화하여 정년 연장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65세까지 정년 연장을 반대하는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과의 타협안이기도 한 정년 연장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즉 65세까지 정년을 연장하되 60세 이후의 임금체계는 연공서열 중심 아닌 능력(성과) 중심 임금체계를 적용하는 것이다. 미국을 위시한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덴마크, 폴란드 등에서는 정년제를 폐지하고 능력 중심 임금제도를 병행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 사회도 장기적으로는 점진적 정년 연장을 거친 후 정년을 폐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불가피할 것이다. 정년제는 능력과 관계없이 무조건 일정 나이까지 고용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나이를 이유로 고용계약을 파기하거나 능력을 저평가할 수 없도록 보장하는 것일 뿐이다. 

정년제를 폐지한다고 원하는 나이까지 일하는 것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나이 관계없이 능력이 있으면 계속 일하고, 능력이 없으면 물러나는 원칙은 계속 지켜져야 하고, 그렇게 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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