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긴 호흡의 드라마가 사라진 시대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긴 호흡의 드라마가 사라진 시대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3.09.18 10:11
  • 호수 88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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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 기자] 1998년 개봉한 ‘트루먼 쇼’는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인생영화로 꼽을 정도로 명작으로 사랑받고 있다. 또 코미디 전문배우라는 이미지가 각인된 ‘짐 캐리’가 ‘명배우’로 연기 전환점을 맞은 작품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만리장성과 함께 우주에서도 보인다는 돔형태의 대형 스튜디오에서 촬영된 30세 직장인 ‘트루먼 버뱅크’의 24시간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여기에 주인공만 이 사실을 모른다는 설정이 가미된다.

게다가 트루먼은 이 스튜디오에서 태어나 평생을 살아왔다. 즉, 30년 동안 TV쇼의 주인공으로 사랑을 받고 있지만 정작 본인만 이 사실을 모른다. TV쇼 속 부모님을 비롯해 성장기를 함께한 친구, 직장동료, 자신의 아내 등이 모두 출연진이라는 사실을 까마득히 모른 채 그는 30년을 살아오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출근 때마다 마주치는 앞집 주민에게 “좋은 아침입니다! 혹시 못 볼지도 모르니, 좋은 오후, 좋은 저녁, 좋은 밤 되세요!”(Good morning! In case I don't see ya, Good afternoon, Good evening, and Good night!)라고 인사할 정도로 매우 긍정적이고 밝은 성격을 소유해 세계 최고의 스타가 됐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이웃들의 이상 행동을 감지하고 한 번도 벗어나지 않았던 ‘진짜 세상’으로 나아간다. 거친 인공 바다에서 익사할 위기를 벗어나 그는 ‘가짜 세상의 끝’이자 ‘진짜 세상의 시작’인 문에 다다른다. 그가 떠날 것을 만류하는 PD에게 그는 “혹시 못 볼지도 모르니, 좋은 오후, 좋은 저녁, 좋은 밤 되세요”라는 그의 유행어이자 아직까지도 회자되는 명대사와 함께 퇴장한다.

우리에게도 ‘트루먼 쇼’ 같은 작품이 있었다. 1980년부터 2002년까지 방영된 전원일기가 그 주인공이다. 양촌리에 사는 김회장댁과 일용이네를 중심으로 그려내는 따뜻한 이야기로 현재까지도 국민드라마로 불리고 있다. 김회장을 연기한 최불암과 그의 아내를 연기한 김혜자가 아직도 부부라 오해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우리 삶에 큰 추억을 남겼다. 

9월 18일 방영되는 tvN STORY ‘회장님네 사람들’에서는 ‘전원일기’ 이후 약 20년 만에 최불암과 김혜자가 동반 출연한다. 두 사람의 만남만으로도 사람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최근 국내에는 KBS 주말드라마를 제외하면 사실상 긴 호흡의 드라마가 전무하다. 20부작을 넘기기도 어렵다. 그 만큼 짧게 소비되고 다음 작품으로 관심이 옮겨간다는 의미다. 전원일기처럼 오래도록 방영되며 삶의 일부로 녹아든 드라마가 그리운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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