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김작가의 웃으면 젊어져요 5] 시인은 아무나 하나? 그렇다!
[백세시대 / 김작가의 웃으면 젊어져요 5] 시인은 아무나 하나? 그렇다!
  • 김재화 작가·유머코디네이터
  • 승인 2023.09.18 10:35
  • 호수 88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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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랄 준비부터 하시라. 9살에 시집을 냈다면, 그 천재성에 감탄할만한데, 99살에 시집을 내셨던 할매가 계셨다. 

92세에 처음 시를 쓰기 시작해, 98세에 첫 시집 ‘약해지지마’를 발간한 시바타 도요는 백세를 눈앞에 둔 그 나이에 실제 시집을 냈다니까. 더욱 놀라운 것은 단 6개월 만에 70만부가 팔린 엄청난 베스트셀러가 됐었다는 점. 히야!

일본과 일본인이 그래도 쪼깨 잘 하는 것이 하나 있긴 있다. 바로 문학을 독려하는 사회분위기가 있고, 글 잘 쓰는 사람들이 많이 나왔다는 것.

그들의 시 중에 아이쿠! 소리가 절로 나오는 ‘하이쿠’는 시 장르가 있다. 길어봤자 두어 줄로 아주 짧은 글이다. 그런데도 감칠 맛이 난다.

우리나라 말당 선생도 아니, 뭐 좀 이상하다. 미당(未堂)이지. 서정주 선생도 짧은 시에 능했다. 김동리가 “꽃이 피면 벙어리도 아프다”라는 1줄 시를 써오자 감탄하면서도 놀렸다. “꼬집히면 벙어리도 아프지. 암!”

언젠가 일본 양로원협회서 3줄 글짓기 작품을 공모했는데, 입선작들이 아주 찰진 개그 뺨친다. 볼까나?

나는 연상이 / 이상형인데 / 더 이상 없어 

전철 개찰구 / 안 열려 봤더니 / 이거 진찰권 

LED전구 / 내 남은 수명으로는 / 다 쓰지도 못해 

이생에 미련없다 하지만 / 지진 나면 혼자 / 도망가기 바빠

주변 사람들이 / 칭찬하는 글씨체 / 사실은 손떨림 

당일치기로 / 다녀오고 싶다 / 천국에  

가슴이 떨려서 / 사랑인줄 알았건만 / 진찰 결과 부정맥 

세시간 기다려 / 진찰받은 병명 / 노환 

우리나라에도 이런 시를 잘 쓰는 이가 있다. 하상욱이라는 사람인데, 이를 테면 이런 식이다. 

왜 나왔니 안 불렀는데 - 배

남 먹는 걸 왜 신경 써 - 여자나이

다시 시작은 처음보다 어려워. 자다가 깼는데, 영 잠 안 옴

착하게 살았는데 우리가 왜 이곳에 - 지옥철

니가 문제일까 내가 문제일까 신용카드 말이야

카톡 같은 곳에 짧지만 멋진 글을 써보시라. 다시 보인다니까. 그리고 시를 어렵게만 생각하니까 시가 안 된다. 그냥 시시한 글이 시라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 모두는 시를 쓸 수 있다. 원래 ‘시인’이었거든. 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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