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노인회 울산 북구지회 소속 서희봉사단 “자동차, 배 만들던 ‘현대맨’들이 뭉쳤다”
대한노인회 울산 북구지회 소속 서희봉사단 “자동차, 배 만들던 ‘현대맨’들이 뭉쳤다”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3.09.18 13:51
  • 호수 88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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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북구지회 소속의 서희봉사단원들이 소공원 환경정화 봉사활동을 마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울산 북구지회 소속의 서희봉사단원들이 소공원 환경정화 봉사활동을 마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바닷가 공원 환경정화, 아파트단지 내 화단 조성 등 

2022년 노인자원봉사대축제 대한노인회장상 수상

[백세시대=오현주 기자] “처음엔 ‘봉사를 받아야할 나인데…’라며 머뭇거리던 어르신들이 이제는 봉사에 앞장섭니다.”

아파트단지 곳곳에 화단을 만들고, 공원과 골목의 쓰레기를 줍는 환경정화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서희봉사단(단장 이상근·75). 이상근 단장에게 ‘봉사 이후 가장 큰 변화가 무엇인가’라고 묻자 이 같이 답했다. 

이 단장은 “80세가 넘은 어르신이 봉사하는 날에 가장 먼저 나와 누구보다 부지런히 휴지를 줍고 꽃에 물을 주신다”며 “‘살면서 지금처럼 남을 위해 열정적으로 일을 한 기억이 없다’는 말도 하더라”고 전했다. 봉사의 재미와 보람에 흠뻑 빠졌다는 얘기다.

이 단장은 2019년 9월 대한노인회 울산 북구지회(지회장 김종식)의 제안으로 자원봉사교육을 받고 자원봉사단을 창단했다. 70대 후반~80대 초반의 남(13명), 여(7명)로 구성된 단원들은 북구 강동동 서희아파트경로당(회장 신동녹) 회원들이다. 이 단장은 이 아파트단지에 경로당을 신설할 당시 총무로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이 단장은 “우리 경로당 30여명 회원 중 상당수가 현대중공업, 현대차 등에서  자동차와 배를 만들던 이들로 바다 가깝고 공기 좋은 신도시로 들어와 노후를 보내고 있다”며 “과거 산업현장에서 땀 흘리며 일한 이력 때문인지 봉사도 설렁설렁하지 않고 열심히 한다”며 웃었다. 이 단장도 현대중공업 출신으로 통장 일도 맡고 있다.

이들은 한 달에 두 번, 오전 10시부터 2시간 동안 나무로 제작한 대형화단에 경로당, 아파트단지 주변에 피어난 봉선화, 야생화 등을 옮겨다 심고, 소공원과 공한지 주변의 각종 쓰레기를 청소한다.  

봉사단원 중 최고 연장자인 용복중(84) 단원은 “‘즐겁고 기분 좋게 봉사하자’라는 구호를 힘차게 외치고 나서 단지 앞 신명바닷가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휴지, 폐기물을 주워 쓰레기봉투에 담아 정해진 장소에 갖다놓는다”며 “우리를 보고 처음에는 의아해 하던 주민들이 노인회에서 봉사한다는 걸 알고는 다가와 ‘수고하신다’, ‘좋은 일 하신다’고 칭찬해주면 힘든 순간을 잊고 마음이 따뜻해 진다”고 말했다.

봉사단원들이 봉사 날을 기다리는 또 다른 이유는 친목 도모이다.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싸인 폐쇄된 아파트단지 안에서 훈훈한 인간미를 느끼는 기회가 적었는데 봉사를 마친 뒤 함께 점심식사를 하면서 정을 나누는 시간이  소중해졌다는 것이다.

김일출부(80) 단원은 “봉사 전에 눈인사 정도만 하던 사이가 지금은 서로의 가정사까지 속속들이 아는 친밀한 관계가 됐다”며 “지역에 여러 아파트단지가 있고 경로당도 많지만 봉사를 하는 경로당은 우리뿐”이라며 자부심을 보이기도 했다. 이 봉사단은 이 같은 공적을 인정받아 2022년 노인자원봉사대축제에서 대한노인회장상을 수상했다. 

이상근 단장은 “백범기념관서 열린 자원봉사대축제 행사장에서 받은 상장을 액자에 넣어 문화탐방 기념사진 옆에 걸어놓았다”며 “비록 종이 한 장에 불과하지만 그 상장은 우리 경로당의 자랑이자, 경로당을 드나들 때마다 서로에게 격려가 된다”고 말했다.

김종식 울산 북구지회장은 “지회 소속의 봉사단원 어르신들이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원해서 해 복지부장관상도 받고 대한노인회장상도 여럿 받았다”며 “특히 서희봉사단 어르신들은 현역 시절에도 사회에 기여를 많이 했고 퇴직 후에도 지역사회 발전에 큰 몫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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