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947 보스턴’, 미군정 치하 ‘난민국’ 마라토너의 보스턴 제패 ‘울컥’
영화 ‘1947 보스턴’, 미군정 치하 ‘난민국’ 마라토너의 보스턴 제패 ‘울컥’
  • 조종도 기자
  • 승인 2023.09.18 14:18
  • 호수 88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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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은 1947년 열린 보스턴마라톤대회에 참여한 우리나라 선수들의 감동 실화를 재구성해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사진은 극중 ‘서윤복’(임시완 역)이 역주하는 장면.
이번 작품은 1947년 열린 보스턴마라톤대회에 참여한 우리나라 선수들의 감동 실화를 재구성해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사진은 극중 ‘서윤복’(임시완 역)이 역주하는 장면.

‘태극기 휘날리며’ 강제규 감독 연출… 하정우‧임시완‧배성우 등 출연

손기정 감독, 서윤복‧남승룡 선수의 실화 재구성… 마라톤 장면 ‘백미’

[백세시대=조종도 기자] 1947년 4월 19일 미국 보스턴. 미군정의 지배를 받는 동양의 한 나라에서 온 24살 청년이 보스턴 거리를 달리고 있다. 그는 세계적인 대회인 보스턴마라톤에 우여곡절 끝에 참가해 잘 알려지지 않은 자신의 나라의 국기를 가슴팍에 붙이고 역주하고 있었다. 1위로 올라선 순간 갑자기 마라톤 코스로 달려든 개 때문에 넘어지면서 완주조차 불투명해졌다. 그때 그 청년이 영웅으로 따르던 감독이 나타나 선수를 다독인다. 다시 일어선 청년 ‘서윤복’, 감독 ‘손기정’은 자신들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손기정 감독과 남승룡 코치 겸 선수, 서윤복 선수가 참가해 온 국민에게 감동을 선사했던 보스턴마라톤 대회 실화를 재구성한 영화 ‘1947 보스턴’이 9월 25일 개봉한다.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로 유명한 강제규 감독이 연출을 맡은 올 추석 기대작이다.

영화는 손기정(하정우 분)이 남승룡(배성우 분)과 함께 뛴 베를린 올림픽에서 우승한 뒤 시상대에서 월계수로 일장기를 가리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손기정은 이 일로 인해 일제의 지독한 감시를 받게 되고 결국 육상을 포기하겠다는 각서를 쓰고 마라톤계를 떠나 평범한 은행원의 삶을 산다.

시간이 흘러 한국은 광복을 맞았고 마라톤을 계속 이어가던 남승룡은 후배들과 함께 훈련하며 1948년 열릴 런던올림픽 대회 출전을 준비한다. 그는 비록 나이가 30대 중반을 넘어섰지만 태극마크를 가슴에 붙이고 국제대회에 출전하고 싶은 마지막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올림픽 기록이 일제에 귀속돼 있어 국제대회 기록이 없다는 이유로 올림픽 출전이 무산될 위기에 처한다. 이때 손기정이 선물한 운동화를 신고 국제대회에서 우승했던 존 켈리가 한국의 마라토너들을 보스턴 대회에 초청한다. 단, 손기정이 감독으로 합류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손기정과 남승룡은 다시 한 번 의기투합하고 뛰어난 재능을 가진 서윤복(임시완 분)을 발굴해 대회 출전을 준비한다. 하지만 당시 대한민국은 국민들이 먹고 살기도 힘들 정도로 어려웠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군정의 지배를 받는다는 이유로 여러 제약이 따르면서 대회 출전 자체가 또다시 위기에 처한다.       

현재 전 세계 사람들에게 ‘코리아’는 느낌표를 떠올리는 문화강국이지만, 광복 직후 코리아는 세계 어디에서나 물음표를 띄우는 유명무실한 국가였다. 이로 인해 이번 작품은 어쩔 수 없이 ‘국뽕’을 자극한다. 

교과서에서 단 몇 줄로 묘사했던 1947년 보스턴마라톤 제패는 실제로는 모든 과정과 일거수일투족이 극적이었다. 손기정‧남승룡‧서윤복은 난민국이란 현실에서 재정보증금과 재정보증인을 마련해 나간다. 대회장에 도착해서는 태극기를 달고 뛸 수 없는 상황을 다시 마주한다. 그럼에도 결국 목표를 달성하는 이들을 보면 자연스럽게 가슴이 벅차오른다.

영화의 백미는 단연 보스턴마라톤대회 레이스 장면이다. 손기정 일행은 미국 군용기를 타고 괌과 하와이, 샌프란시스코 등을 경유한 끝에 보스턴에 도착하고, 영어로 소통조차 어려운 상황에서도 우여곡절 끝에 태극기를 단 유니폼을 입고 레이스에 나선다.

신체적 능력이 압도적으로 뛰어난 선수들 사이에서 서윤복이 어떻게 이들을 제치고 선두에 서게 되는지, 위기 속에서도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해 가는지 지켜보다 보면 경기의 결과를 알더라도 손을 꽉 쥐고 응원하게 된다. 

시대적 배경 구현도 뛰어나다. 1947년 당시 서울과 보스턴을 고스란히 재현하기 위해 미술팀과 CG팀은 전국 방방곡곡의 오래된 건물들을 찾아 카메라에 담아냈고, 보스턴 마라톤 대회 코스를 리얼하게 구현하기 위해 사전 준비부터 촬영까지 약 4개월에 걸친 작업을 진행했다. 

무엇보다 배우들의 호연이 빛이 난다. 하정우는 손기정 감독으로 분해 극의 중심을 이끌어간다. 일제강점기 베를린 올림픽에서 영광의 순간을 맞이했음에도 고개를 숙여야 했던 영웅의 심정을 연기로 생생하게 그려내고, 태극 마크를 향한 절실한 마음에 깊이 공감하게 한다. 

서윤복을 연기한 임시완은 실제 마라톤 선수 훈련량의 60~70%를 소화해 내며 실존 인물 그 자체로 보이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고, 체지방을 6%까지 낮추며 마라토너의 외형을 갖췄다. 또 특유의 살아있는 또렷한 눈빛으로 한국인의 투지와 근성을 보여주며 단숨에 스크린을 장악한다. 여기에 남승룡 역의 배성우와 이들에게 보스턴 현지에서 든든한 지원군이 돼주는 사업가 백남현 역의 김상호까지 배우들이 보여주는 단단한 케미는 영화의 또 다른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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