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성 장질환 ‘크론병’… ‘무증상 유지’가 치료의 목표
염증성 장질환 ‘크론병’… ‘무증상 유지’가 치료의 목표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3.09.18 14:29
  • 호수 88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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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내 미생물 변화로 인해 발병… 과민성 대장증후군과 증상 비슷해

완치할 수 있는 치료제 아직 없어… 천공·장폐색 등 합병증 생기기도

[백세시대=배지영 기자] 염증성 장질환은 전 세계 약 500만명이 고통받는 만성 소화기 질환이지만, 질환에 대한 인식이 저조해 설사, 복통 등의 증상을 꾀병이나 스트레스, 단순 질환으로 오인해 가볍게 여기다가 뒤늦게 찾는 경우가 많다. 

그중 크론병은 입부터 항문까지 모든 소화관에 만성 염증을 일으킬 수 있는 ‘만성 염증성 장질환’이다. 과거에는 서양에서 많이 발병했지만, 우리나라도 환자가 지속해서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크론병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만231명(2017년)에서 2만8720명(2021년)으로 약 41%나 증가했다. 

차재명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육식과 즉석식품 섭취가 증가한 것이 발병률을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며 “질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조기 진단을 한 것도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입부터 항문까지 모든 소화관에 만성 염증을 일으키는 크론병은 복통, 설사, 혈변,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사진은 크론병 환자의 대장내시경 모습
입부터 항문까지 모든 소화관에 만성 염증을 일으키는 크론병은 복통, 설사, 혈변,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사진은 크론병 환자의 대장내시경 모습

◇크론병의 원인

크론병의 발병 원인은 아직까지 알려진 것이 많지 않다. 크론병과 관련된 유전적인 요인, 식품, 위생상태, 약물, 흡연 등 사회적 여건 변화를 포함한 환경적인 요인 및 개인의 면역이 지적되고 나이에 따라서 임상 양상이 바뀌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유전자 이상이 발견되는 크론병의 경우에는 아주 어린 나이에서 발병하고, 이때는 보통 예후가 매우 좋지 않은 편이다.

장내 미생물 환경도 하나의 원인으로 꼽힌다. 장내 미생물은 우리 몸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외부에서 들어온 해로운 물질을 방어하고, 우리 몸에서 합성하지 못하는 필요한 물질을 음식물로부터 합성한다. 

그러나 장내 미생물이 균형을 잃게 되면, 장벽이 망가지고 유익균의 수가 줄면서 유해물질에 대한 보호 역할을 하지 못하게 돼 여러 가지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김유이 인천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크론병의 경우 장내 미생물의 변화로 인해 유익균은 줄어들고 상대적으로 해로운 균이 늘어나며 장내 미생물이 균형을 잃게 된다”면서 “이렇게 되면 장벽이 망가지고 장 투과성이 증가해 독성 물질 또는 해로운 균이 장으로 침투를 하게 되고,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크론병의 증상과 진단

크론병의 증상은 환자별로 다양하다. 서서히 나타나기도 하고 빠르게 진행되기도 하며, 응급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심각하거나, 어떤 경우에는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기도 한다. 

초기 증상은 대개 복통, 설사, 전신의 나른함, 혈변, 발열, 체중감소, 항문 통증 등이 있다. 그 외 빈혈, 복부 팽만감, 구역질, 구토, 복부에 혹이 만져짐, 치질의 악화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초기 증상이 과민성 대장증후군과 유사하다보니 잘못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과민성 대장증후군 역시 만성 복통이 나타날 수 있지만, 크론병과는 다르게 자는 동안엔 복통이나 설사가 드물고, 체중감소도 잘 나타나지 않는다. 

만약에 혈변을 보거나 항문 출혈 또는 항문 통증이 있으면 치질일 수도 있지만, 크론병과 같은 염증성 장질환 때문이거나, 치질과 크론병이 동반된 것일 수도 있다.

이밖에도 증상이 유사한 질환으로는 급성 장염, 음식 알레르기, 궤양성 대장염, 장 결핵, 베체트 장염 등이 있어 감별 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이에 크론병이 의심될 때에는 꼭 전문의의 진찰을 받고 필요한 경우 상세한 검사들을 받아야 한다.

크론병은 혈액검사, 대변검사, 내시경검사, 조직검사, 영상검사 등을 종합해 진단한다. 소장 침범이 의심된다면 캡슐내시경 검사 또는 CT(컴퓨터단층촬영)나 MRI(자기공명영상)와 같은 영상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크론병의 치료

크론병은 증상이 좋아졌다, 나빠지기를 반복하는 만성질환이기 때문에 완치됐다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보통 관해기와 활동기가 번갈아 나타난다. 관해기란, 증상이 없는 상태를 유지하는 기간을 말한다. 이에 관해기를 얼마나 길게 유지하는 지가 치료의 관건이 된다.

아쉽게도 크론병을 완치할 수 있는 치료제는 아직 없다. 크론병의 치료 목표는 장 염증을 가라앉히고 설사나 복통, 혈변 등의 증상을 없애서 질환의 진행을 늦추고 정상 생활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다. 약물치료로 관해기를 길게 유도하고 증상이 호전되면 약의 종류와 용량을 조절해 관해기를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우, 항염증제를 먼저 사용하며 급성 악화기에는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한다. 면역조절제는 스테로이드의 사용량을 줄일 수 있고, 스테로이드를 중단했을 때 유지 약물로 사용한다. 

차재명 교수는 “최근 생물학적 제제를 많이 사용하게 되면서 치료 성적이 매우 향상됐다. 하지만 모든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아직 모든 환자가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는 없다는 단점이 있다”며 “약물치료로 호전되지 않거나 천공, 출혈, 장폐색과 같은 합병증이 발생할 경우에는 수술이 필요하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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