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다시 읽기 67] 맵고 짜고 기름진 것은 참된 맛이 아니다
[채근담 다시 읽기 67] 맵고 짜고 기름진 것은 참된 맛이 아니다
  • 백세시대
  • 승인 2023.09.25 10:14
  • 호수 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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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고 짜고 기름진 것은 참된 맛이 아니다

진하고 기름지고 맵고 단 것은 진미(眞味)가 아니다. 진미는 곧 담백한 것이다. 신기롭고 특이한 사람은 지인 (至人: 도덕이 높은 사람)이 아니다. 지인은 곧 평범한 것이다.

醍肥辛甘非眞味, 眞味只是淡, 

농비신감비진미  진미지시담

神奇卓異非至人, 至人只是常.

신기탁이비지인  지인지시상 

◆만해 강의

진하고 기름지고 맵고 단맛, 이런 것들은 다 일종의 치우친 맛이다. 

이러한 맛들은 아무리 알맞게 조리한다 해도, 식사시간의 길고 짧음과, 위장의 상태, 풍토‧습관 등에 따라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하고, 알맞기도 하고 맞지 않기도 한 차이가 생긴다. 그러므로 이는 참맛이 아니다.

참맛은 밥과 같은 그런 담백한 것이다. 밥은 어느 곳, 어느 사람, 어느 때에나 먹어도 물리지 않는다. 이것이 참맛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말한다면, 아무 맛이 안 나는 것이 곧 참맛이다. 

신기(神奇)란 마술 따위와 같이 여러 가지로 변한 모습이고, 탁이(卓異)란 특별히 괴이한 일을 꾸미는 것이다, 이는 ‘괴력난신’(怪力亂神: 귀신 등 합리적인 이성으로 설명이 불가능한 존재나 현상)이나 ‘색은행괴’(索隱行怪: 다른 목적을 위해 구석진 것을 찾고 괴상한 짓을 행하는 것) 같은 것이다. 

이것은 지인(至人), 곧 도덕이 높은 사람이 행할 바가 아니다. 지인은 그저 평범한 도리를 행할 뿐이다. 선가(禪家)에서 말하는 이른바 ‘배고프면 밥을 먹고, 곤하면 잠을 잔다’는 메시지가 곧 지인의 하는 일이다.

◆한줄 생각

요즘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음식 중에는 ‘단짠’(달고 짬)이 확실하거나 엄청 매운 메뉴가 많다. 그만큼 자극적인 맛을 찾는다는 뜻이다. 이런 태도는 사람을 대할 때도 나타난다. ‘평범함’을 ‘지루하다’고 표현하고 특출난 매력의 소유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괴력이나 신기한 마술도 얼마 못가 도로 ‘따분해지고 지루해진다’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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