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어르신도 가세한 ‘공연 예매 전쟁’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어르신도 가세한 ‘공연 예매 전쟁’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3.09.25 10:40
  • 호수 88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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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 기자] 지난 9월 14일 오후 8시, 가수들의 콘서트 표를 예매하는 ‘인터파크 티켓’ 사이트에 난리가 났다.  2023 임영웅 전국투어 콘서트 ‘IM HERO’(아임 히어로) 서울 공연 6회차 티켓이 오픈됐는데 1분도 안 돼 수백만이 몰린 것이다. 총 좌석수가 1만5000명에 달하는 올림픽체조경기장(KSPO DOME)에서 6회차 공연인 것을 감안하면 약 9만명 정도가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즉, 수백만명이 ‘피켓팅’(피가 튀길 정도로 치열한 티켓팅)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필자는 지인이 도움을 요청해 8월 4일부터 6일까지 KSPO DOME에서 개최된 BTS 슈가 콘서트 피켓팅에 참여한 적이 있다. 티켓팅을 할 때 원하는 좌석을 함께 고르는데 컴퓨터 마우스로 클릭하는 방식으로 한다. 이로 인해 ‘포도알 게임’이라 불리는 좌석 선택 게임도 등장했을 정도. 필자 또한 포도알 게임으로 좌석 고르는 연습을 하며 티켓팅을 준비했다. 

결전의 시간이 다가오고 예매 시작과 동시에 ‘예매’ 버튼을 눌렀지만 대기하라는 화면이 등장했다. 거기에 적힌 숫자 역시 7만을 훌쩍 넘었다. 20분 가까이 기다리다 겨우 접속했지만 오류로 인해서 결국 필자는 실패했다. 다행히 지인은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피켓팅에 성공했다. 이때의 경험으로 BTS의 인기를 절로 체감했다.

결과적으로 임영웅 콘서트는 BTS 슈가 콘서트 피켓팅보다 더 치열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임영웅의 인기는 독보적이다. 이러한 가운데 한 카페 주인이 자신의 가게를 방문한 중년 여성의 티켓팅을 도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9월 16일 유튜브에는 ‘처음 뵌 손님 임영웅 콘서트 표 잡아드림’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CCTV로 촬영된 영상에는 한 중년 여성과 카페 주인으로 보이는 여성이 테이블에서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두 사람은 두 손을 맞잡고 펄쩍펄쩍 뛰기 시작한다. 중년 여성은 긴장이 풀렸는지 테이블에 잠시 엎드리기도 했다. 피켓팅에서 살아남은 기쁨이 고스란히 전달됐다.

실제로 어르신들 중 상당수가 자신들이 좋아하는 가수의 티켓을 예매하기 위해 직접 나선다. 인터파크 티켓에서 예매를 할 수 있을 정도면 인터넷 쇼핑 등도 쉽게 할 수 있을 정도로 어르신들에게는 고난도의 일이다. 바꿔 말하면 임영웅 덕분에 디지털 문맹 탈출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것이다. 

현재 정부와 지자체는 어르신 디지털 문맹 탈출을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임영웅(혹은 송가인 등) 콘서트 피켓팅하는 법’처럼 어르신들의 관심을 유도하는 제목으로 운영한다면 관심도와 만족도가 보다 높아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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