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통色이야기 45] ‘초록동색’은 ‘한 패’라는 부정적 뜻으로 사용
[한국의 전통色이야기 45] ‘초록동색’은 ‘한 패’라는 부정적 뜻으로 사용
  • 정시화 국민대 조형대학 명예교수
  • 승인 2023.09.25 10:50
  • 호수 88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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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대장(草綠大將)

녹(綠)은 오행의 세 번째 색인 청색의 간색이므로 똑같이 푸른색이라고 부른다. 

녹(綠), 녹색(綠色), 초록(草綠)은 같은 색이지만 ‘한국사’에는 각각 다르게 사용되었다. 녹색(綠色)은 색깔의 뜻으로만 사용되었고 녹(綠)은 색깔이 아닌 인명, 지명으로도 사용되었다.

그러나 초록은 남녀의상과 비단색명으로 많이 사용되었지만 비유적으로 전혀 다른 의미로 사용된 기록도 있다. 

‘초록대장’, 죄인 심문에 등장

초록대장(草綠大將)은 죄인의 심문내용에 기록된 용어이다. 

“초록대장(草綠大將)과 서묘대장(鼠猫大將)이란 말이 영남에서 성행했는데 그 뜻은 속담에서 말하는 초록동색이다(草綠大將鼠猫大將之說, 盛行於嶺南, 其意則俗云, 草綠同色也).” 다시 말해 크고 작은 쥐(鼠‧서)들을 한 항아리에 함께 담으면 큰 것이 작은 것을 잡아먹기 때문에 큰 쥐를 서묘(鼠猫: 쥐 고양이)라고 말하는데 대개 출정(出征)한 사람이 많은 당명(黨名)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내용에 비추어 보면 초록동색(草綠同色)은 매우 나쁜 의미로서 ‘한 패거리’ 라는 뜻을 담고 있다. 

◎시기하고 미워하는 무리는 오명항(吳命恒)을 서묘(鼠猫)라고 하였습니다. 서묘(鼠猫)라는 것은 쥐가 쥐를 물어 죽임을 말하는 것이니, 대개 오명항이 같은 당인(黨人)을 죽인 것(殺其同黨也)을 지적한 것입니다. 사람들의 말이 이에 이르렀으니 어찌 지극히 원통하지 않겠습니까.<영조 9년(1733)> 

◎오명항의 동생 오명신의 상소 중에 (......), 소신은 형의 충효와 절개를 좋아하지 않는 자들이 훼손하는데, 심지어 ‘초록동아리’(草綠等‧초록등)라는 흉악한 말(凶語‧흉어)로 없는 사실을 꾸며서 만드니 세상의 도의가 어찌 이토록 위험에 이르렀단 말입니까.<영조 12년> 

◎공로를 질투하고 은혜를 시기하는 것은 옛날부터 그러하였습니다. 더군다나 지금은 세상을 겪어 나가는 길이 위험하고 험준합니다. 시기하고 질투하는 자가 많고, 초록동아리(草綠等)라는 ‘흉악한 비방’(凶誣‧흉무)은 없는 사실을 꾸며서 만들고.<영조 13년> 

◎형조참판 김노영이 해당 육조로 하여금 송사를 듣고 청탁을 들어주고 죄인과 백성을 가혹하게 하는 법을 시행하였다. 비록 경이 이것을 말한다 할지라도 참으로 이른바 초록일색(草綠一色)이다. 오이 밭의 의심을 생각하지 않고, 감싸고 덮으려는 흔적이 있는지, 엄하게 죄의 경중을 의논하여 따지지 않고 어찌 저와 같이 친한 사람 편을 드니 너무도 해괴한 일이다. 경은 파직시키겠다.<정조 14년> 

“초록일색이라 친한 사람 편 들어”

초록동색은 풀색과 녹색은 같은 색이라는 뜻으로 처지가 같은 사람끼리 한 패가 되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표준국어대사전)이지만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에 기록된 이 용어는 흉악한 말뜻으로 사용되었다. 초록일색(草綠一色), 초록동아리(草綠等‧초록등), 초록대장(草綠大將), 초록서묘(草綠鼠猫)는 마치 오늘날 우리나라 정치판에서도 볼 수 있는 것 같다.

정시화 국민대 조형대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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