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너무나 달랐던 두 ‘세레모니’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너무나 달랐던 두 ‘세레모니’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3.10.10 10:12
  • 호수 88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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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 기자] 

지난 10월 4일 부산 녹천온천호텔 앞은 수십병의 샴페인이 터지는 소리와 사람들의 환호소리로 시끌벅적했다. 1994년 이후 무려 29년만의 프로야구 정규리그에서 우승을 확정한 LG 트윈스(이하 엘지) 선수들이 숙소 앞에서 소박하게 자축하는 행사를 가졌던 것이다. 

시즌 초부터 우승 경쟁을 펼친 엘지는 여름 이후 줄곧 1위를 차지했고 10월 3일 경기가 열리기 전에 매직넘버 1만 남겨두고 있었다. 매직넘버를 1까지 줄였다는 것은 엘지가 남은 경기에서 1승을 올리거나 2위 KT 위즈와 3위 NC 다이노스가 한 경기라도 지면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한다는 의미다. 10월 3일 엘지는 경기가 없었고 2, 3위팀 일정이 있었다. 상위권 두팀이 동시에 지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웠고 선수와 팬들 역시 10월 4일 자력으로 우승을 확정하기를 원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KT와 NC가 동반 패배하면서 엘지는 10월 3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를 위해 이동하던 중 우승 소식을 듣게 됐다. 바로 요란하게 세레모니를 해도 됐지만 엘지는 다음날 경기를 마치고, 팬들과 먼저 기쁨을 나눈 뒤에야 숙소로 이동해 조용하게 세레모니를 진행했다. 29년을 기다렸지만 차분하고 침착하게 우승을 자축했다.

세레모니로 가장 유명한 스포츠는 단연 ‘축구’다. 손흥민 선수가 양손 검지와 엄지로 직사각형을 만들어 ‘찰칵’하듯, 골을 넣은 선수들의 개성 넘치는 세레모니는 축구 외적으로 큰 즐거움을 준다. 

골이 확정되기도 전에 세레모니를 하는 선수는 없다. 선수들은 골을 넣고 주심과 부심을 번갈아 쳐다보고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자축을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벌거벗은 임금님 마냥 바보 취급 받기 쉽다.

하지만 지난 10월 2일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중국 항저우에서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온다. 롤러스케이트 3000m 계주 경기에서 한국 남자 대표팀이 결승선 앞에서 때 이른 세리머니를 하다 0.01초 차이로 금메달을 놓친 것이다. 치열한 승부가 끝나지도 않았고 충분히 뒤집힐 수 있는 거리를 남겨두고 설레발을 치다가 메달 색이 바뀌었다. 특히 계주 선수로 나선 3명 중 두 명은 아직 병역 미필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중들은 더욱 탄식했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면 병역 면제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이날 선수들이 은메달을 따낸 것도 대단한 일이지만 안타깝게도 순간의 판단 실수로 너무나 많은 것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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