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후성 심근병증·뇌동맥류, 진단만 되면 생명 살려
비후성 심근병증·뇌동맥류, 진단만 되면 생명 살려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3.10.10 13:29
  • 호수 88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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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사 막을 수 있는 질환들
심장에 피가 뿜어져 나가는 공간 및 출구가 지나치게 좁아져서 혈액이 제대로 뿜어져 나가지 못하거나 혈액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 너무 좁아지면 호흡곤란, 부정맥과 연관된 돌연사가 생길 위험이 높다.
심장에 피가 뿜어져 나가는 공간 및 출구가 지나치게 좁아져서 혈액이 제대로 뿜어져 나가지 못하거나 혈액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 너무 좁아지면 호흡곤란, 부정맥과 연관된 돌연사가 생길 위험이 높다.

심장 근육 두꺼워져 생기는 ‘비후성 심근병증’… 호흡곤란·부정맥 불러

뇌동맥이 부풀어 오르는 ‘뇌동맥류’… MRA·CT 혈관조영술 검사 필요

[백세시대=배지영 기자] ‘인명재천’(人命在天)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의 수명은 하늘에 달려 있다는 뜻으로 죽고 사는 문제를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다는 말이다. 2021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사망원인 1위는 암, 2위 심장질환, 3위 폐렴, 4위 뇌혈관질환 순이다.

하지만 사전에 진단만 되면 치료를 통해 돌연사 위험을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질환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심장질환인 ‘비후성 심근병증’과 뇌혈관질환인 ‘뇌동맥류’가 있다. 이에 비후성 심근병증과 뇌동맥류 등 돌연사를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질환에 대해 알아본다.  

◇비후성 심근병증의 증상과 치료

비후성 심근병증은 유전적으로 심장 근육이 과도하게 두꺼워져서 정상적인 심장의 구조와 기능을 방해하는 선천성 심장병으로, 인구 500명당 1명에서 발견되며 이중 약 70%는 돌연사 위험이 있다.

비후성 심근병증은 심장에 피가 뿜어져 나가는 공간 및 출구가 지나치게 좁아져서 혈액이 제대로 뿜어져 나가지 못하거나 혈액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 너무 좁아져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일으키고 부정맥 발생 및 이와 연관된 돌연사 또는 심부전 등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특히 이 질환은 유전적 영향이 있기 때문에 직계가족 중에 돌연사하거나 비후성 심근병증이 있다면 가족 전체가 심장초음파 등 정밀검사를 통해 질환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문제는 이 같은 비후성 심근병증 환자의 돌연사를 예방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진과 환자가 치료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제대로 정확한 원인을 진단하지 못하거나 진단을 받았어도 확실한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에까지 이르는 현실이다.

최근 2023년 유럽심장학회에서 발표된 연구 내용에 따르면, 비후성 심근병증 환자의 부정맥 사전 감지에 기존의 24시간 ‘홀터 모니터’보다 30일 동안 진행하는 ‘확장 심전도 모니터’가 더 효과적이고 진단이 더 정확했다. 이는 비후성 심근병증 환자에 있어서 지속적인 확장 심전도 모니터링을 통해 정확한 진단으로 부정맥 발생 및 이와 관련된 돌연사 또는 심부전 발생 위험을 사전에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더불어 비후성 심근병증 환자는 과도한 운동으로 심장의 부담을 증가시켜 급사 등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의사의 지시에 따라 ‘베타차단제’나 ‘항부정맥제’ 등 약물치료를 꾸준히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증상이 호전되지 않고 두꺼워진 심장 근육으로 인해 심장에서 피가 뿜어져 나가는 ‘혈액 유출로’가 폐쇄된 환자의 경우에는 때에 따라 돌연사 예방을 위해 수술적 방법으로 두꺼워진 심장 근육을 잘라내는 ‘심근 절제술’을 고려해야 한다.

홍준화 중앙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심근 절제술은 가슴 앞쪽 한 뼘 이하의 작은 절개를 통해 대동맥 판막 아래쪽의 근육을 엄지손가락 크기 정도로 잘라내는 방법으로 평균 일주일 정도의 입원이 필요하고 2~3주 후에는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며 “수술을 통해 증상을 호전시키는 것은 물론 부정맥, 급사의 위험을 줄여 장기생존율을 높이는데 효과적이며 수술 성공률 또한 상당히 높은 편이다”고 전했다.

이에 운동 중이나 운동 직후에 흉통이나 어지럼증, 맥박 이상이 느껴지거나 속이 울렁거리고 지나치게 숨이 차오르면 전문의를 찾고, ‘비후성 심근증’으로 진단되면 수술 여부를 심각하게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뇌동맥류의 증상과 치료

미리 진단만 되면 돌연사의 위험을 막을 수 있는 뇌혈관질환에는 ‘뇌동맥류’가 있다. 뇌동맥류는 뇌동맥 일부분이 꽈리처럼 부풀어 오르는 혈관질환이다. 

혈관 벽이 약해진 동맥류가 터지게 되면 뇌출혈로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어 머릿속의 시한폭탄으로 불릴 만큼 생명을 위협하는 무서운 뇌혈관질환이지만 터지기 전까지는 아무런 증상이 없어 잘 모르는 상태로 지내는 경우가 많다.

뇌동맥류가 파열되면 뇌출혈로 돌연사에까지 이를 수도 있는데, 뇌동맥류 파열 환자의 약 20%는 파열 후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사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뇌동맥류가 사전에 진단만 되면 치료를 통해 충분히 돌연사를 예방할 수 있는 질환이기 때문에 조기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뇌동맥류의 진단은 ‘CT 혈관조영술’과 ‘MRA’(자기공명혈관조영술)를 통해 검사할 수 있는데, 지금까지 뇌혈관검사를 한 번도 안 받은 사람이라면 50세 전후에 MRA나 CT 혈관조영술 중 한 가지를 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가족 중에 뇌동맥류, 뇌출혈 등과 같은 뇌혈관질환자가 있다면 30~40대라도 뇌혈관검사를 해야 한다. 

최현호 중앙대병원 뇌혈관센터 신경외과 교수는 “뇌동맥류가 미리 진단되면 뇌동맥류의 크기, 위치, 모양, 나이 등을 고려해 추적관찰을 할지 코일색전술 또는 클립결찰수술을 할지 결정해 치료를 통해 돌연사 위험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클립결찰술’은 두피를 절개하고 두개골을 작게 열어 수술 현미경을 통해 뇌동맥류를 노출해 동맥류의 입구를 클립으로 물어서 혈류를 차단하는 치료방법이다. ‘코일색전술’은 두개골을 절개하지 않고 동맥류를 치료하는 비침습적 시술법으로 허벅지 대퇴동맥을 통해 카테터를 사용하여 뇌동맥에 접근해 뇌동맥류에 백금코일을 채워 혈류를 차단함으로써 동맥류가 터지는 것을 막는 방법이다.

최현호 교수는 “뇌동맥류가 터지기 전에 진단되어 치료를 받을 수만 있다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에 정기적인 뇌CT혈관조영술이나 뇌MRA 등 뇌혈관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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