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증상이 없는 ‘췌장암’… 황달 있으면 위험성 높아
초기 증상이 없는 ‘췌장암’… 황달 있으면 위험성 높아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3.10.10 13:41
  • 호수 88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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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조기 발견이 어렵다. 등 통증, 황달, 당뇨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면 암이 이미 많이 퍼져있는 경우가 많다.
췌장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조기 발견이 어렵다. 등 통증, 황달, 당뇨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면 암이 이미 많이 퍼져있는 경우가 많다.

췌장암의 85%는 췌관에서 발생… 다른 장기에 가려져 발견 어려워

가족력 있거나 흡연자 등 발병률 높아… 복부CT 등 정기 검진 필수

[백세시대=배지영 기자] 췌장암은 예후가 좋지 않아 무서운 암으로 알려져 있다. 국립암센터의 2019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췌장암의 5년 상대 생존율 추이는 13.9%로 9명 중 1명 정도만 5년 이상 생존한다.

췌장은 위 뒤쪽, 몸속 깊은 곳에 위치하는데, 길이가 약 15㎝ 되는 가늘고 긴 장기다. 십이지장, 담관과 연결되고 비장과 인접해 있다. 췌장은 머리와 몸통, 꼬리 세 부분으로 나뉜다. 십이지장에 가까운 부분이 머리, 중간이 몸통, 가장 가느다란 부분이 꼬리다. ‘이자(胰子)’라고도 부른다.

특히 우리 몸의 소화 기능과 내분비 기능에 없어서는 안 될 장기다. 음식물 중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의 소화에 필요한 소화즙과 효소를 많이 만들어뒀다가 식사 후 음식물이 십이지장으로 넘어올 때 효소를 배출해 음식물의 소화‧흡수를 돕기 때문이다.

췌장은 흡수된 영양분이 피를 타고 돌다가 각각 필요한 장기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호르몬을 분비하는 내분비 기능도 갖고 있다. 몸의 당 대사를 조절하는 인슐린과 글루카곤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해 몸속 당 수치를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췌장암은 췌장에 생긴 암세포로 이뤄진 종괴를 말한다. 췌장은 조직학적으로 외분비샘과 내분비샘으로 나뉘는데 전체 췌장암의 85% 정도는 외분비샘으로 부르는 췌관에서 생긴다.

이태윤 인천성모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는 “위암이나 대장암은 1~2기에 발견하는 비율이 절반이 넘지만, 췌장암은 장기의 위치 때문에 대부분 3~4기에 발견된다”며 “일반 종합검진에서 하는 복부 내시경이나 초음파로는 확인이 어렵고, 특히 체부와 미부는 위장의 공기로 췌장 관찰이 불가능한 경우가 있다. 혈액검사로도 잘 발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췌장암의 원인과 증상

췌장암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다만,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함께 관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전적 요인 중에서는 ‘K-Ras’(케이라스)라는 유전자의 이상이 특히 중요하다. 췌장암의 70~90% 이상에서 이 유전자의 변형이 발견되고 있다. 췌장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 발생률이 18배까지 올라간다는 연구도 있다.

환경적 요인은 식습관, 흡연, 만성 췌장염, 나이, 음주 등이 꼽힌다. 육류나 지방이 많은 식습관의 경우 췌장암 발병 위험을 2배 정도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담배는 췌장암의 발생과 관련이 깊은 발암물질이다. 흡연자의 경우 췌장암의 상대 위험도가 2~3배 정도 높다. 만성 췌장염의 경우 15배 정도까지 췌장암 위험이 올라간다.

남녀 비율은 1.5대 1 정도로 남성에서 더 많고, 50세 이상에서 발병률이 올라가기 시작해 70세가 되면 인구 1000명당 1명 정도의 유병률을 보인다.

췌장은 80%가 망가지기 전까지 별다른 증상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 등 통증이나 황달이 있으면 췌장암을 의심하는 사람이 많다. 등 통증은 매우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한다. 등과 연결된 다양한 근육부터 대상포진 같은 신경질환, 심지어 심장 근육이나 갈비뼈에 문제가 있어도 발생한다. 

주광로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실제로 등 통증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많지만, 대부분의 경우 신경성(과민성), 건강염려증, 운동 부족, 부인과 질환, 근골격 질환 등이 원인”이라며 “췌장암 발생비율은 약 만 명당 한 명꼴로, 발병 가능성이 낮은 질환이기 때문에 사실상 등 통증이 있다고 해서 실제로 췌장암일 확률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물론, 등 통증이 전혀 관련 없는 것은 아니다. 췌장암으로 인해 등 통증이 발생하면 이미 3기 이상 진행된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통증 위치는 췌장 부위 즉, 명치 뒤쪽이며 아픈 부위가 명확하지는 않고 통증이 시작되면 한 시간 이상 오래 지속된다. 

간혹 다른 곳으로 뻗치는 방사통이 동반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등 한 곳을 명확히 콕 집어 아픈 곳을 지적하는 경우 △스트레칭이나 등을 쭉 펴면 통증이 사라지는 경우 △허리를 돌릴 때 잠깐 순간적으로 아픈 경우 등은 대개 췌장암으로 인한 통증이 아니다. 

또한 췌장암은 체중감소, 식욕감퇴, 당뇨, 황달, 췌장 효소 부족으로 인한 묽은 변 등 다른 증상이 함께 나타나기 때문에 동반 증상을 함께 검토하며 진단을 내리게 된다.

◇췌장암의 치료

췌장암이 의심될 경우에는 초음파검사, 복부 전산화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조영술(ERCP), 내시경 초음파검사(EUS), 양성자방출단층촬영(PET), 혈청 종양표지자검사, 복강경검사, 조직검사 등이 진행된다.

현재까지 췌장암을 완치할 수 있는 치료법은 수술이 유일하다.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수술 이후 보조적 치료가 필요할 때는 항암 화학 요법, 방사선 요법 등이 진행된다. 

치료방법은 암의 크기와 위치, 병기, 환자의 나이와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수술과 항암화학요법, 방사선치료 중에서 선택한다.

췌장암의 60%는 췌장 머리 부분에 생기는데 이때는 췌장 머리 쪽으로 연결된 십이지장, 담도, 담낭을 함께 절제하는 ‘췌두십이지장절제술’을 한다. 몸통과 꼬리 부분에 암이 생기면 비장을 함께 자르는 ‘췌장미부절제술’을 시행한다.

이태윤 교수는 “췌장암은 다른 암에 비해 예후가 매우 좋지 않다. 따라서 췌장암 위험인자가 있는 분들, 즉 췌장암의 가족력이 있거나 고령, 흡연자, 당뇨, 만성 췌장염을 앓고 있는 경우 정기적으로 초음파, 복부 CT 같은 검진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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