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천칼럼] 17강도 좋은 성적이다
[심천칼럼] 17강도 좋은 성적이다
  • 관리자
  • 승인 2006.08.3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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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사람 히딩크의 ‘마법’이 화제다. 게임 종료 몇 분을 남기고 승부를 걸어 승부를 뒤집거나 이긴 게임에 쐐기를 박은 데서 나온 말이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에서 히딩크의 마법보다 더 위력적인 것이 심판의 마법이 아닐까 싶다. 히딩크의 호주팀이 종료 3초 전 억울하게 보이는 페널티킥 반칙을 선언 당한 것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호주 언론은 그 페널티킥 한 방으로 8강을 강탈당했다고 난리다. 사실 마법의 히딩크팀답게 잘 싸웠다. 후반전에는 이탈리아 선수 한 명이 퇴장당한 가운데 게임을 압도하며 거의 승리를 거머쥐는 듯했다. 그런데 경기 3초를 남기고, 마치 심판이 급한 볼일이라도 있는 듯이 페널티킥을 선언하여 게임을 끝내버린 것이다. 암만 봐도 억울할 일이다.


히딩크는 화를 내지 않았다. 한국이 스위스에 패하고 난 뒤 심판의 판정도 경기의 일부라고 했던 박지성 선수도 그래서 다시 보게 된다. 승부는 어차피 뒤집을 수 없다.

 

젊은이들 말대로 일단 ‘쿨’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현명하다. 결국 피파가 심판의 오심, 혹은 편파판정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심판의 마법으로 승부를 결정 내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지 않고서는 월드컵의 흥행도 없다.


축구는 이미지 선점을 위한 전쟁이나 다름이 없다. 해당 국가의 이미지를 전 세계인의 뇌리에 깊이 각인시키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는 얘기다.

 

그래서 4강이나 8강에 오르면 경제효과(광고효과)가 수십조 원에 달한다는 얘기를 한다. 월드컵이 일부 전통적인 축구강국들만의 잔치가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가 거기 있다.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는 기적이 일어나고, 한국이 브라질 같은 팀을 꺾는 파란이 있어야 세계 축구팬들이 흥분하고 흥행이 된다.


이번 월드컵 예선 탈락 팀 중에서 한국은 성적이 가장 좋았다. 17강은 결코 부진한 성적이 아니다. 다음 대회에서 브라질, 아르헨티나, 독일 같은 강팀들을 물리치는 다윗이 되기 딱 좋은 실력이다.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제1순위 팀이다.

 

스위스에 졌다지만 실력이 없어서 진 것이 아니었다. 도둑이 들 때는 개도 안 짖는다는 말이 있듯이, 수준 높은 팀도 게임에 질 때는 홀린 듯이 골 결정력이 떨어진다. 중도에서 탈락하는 팀들은 다 그렇게 탈락한다. 스위스전만 해도 볼 점유율, 슈팅수, 속도 빠른 패스, 패스성공률 등 별로 뒤지지 않는 게임을 했다.


그러나 독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지 우리한테 월드컵은 사실상 끝난 얘기다. 차분히 일상으로 돌아가자. 그러면서 다음 대회를 위해 K리그가 활성화되도록 경기장을 찾아가 구경하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꿈나무를 키워야 한다.

 

네다섯 살 때부터 시작해야 축구가 몸에 밴다지 않은가. 12년 후쯤에는 펠레나 마라도나를 능가하는 신동이 우리나라에서도 나왔으면 좋겠다. 세계를 놀라게 할 신화창조의 기회가 아직 있다는 것도 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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