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서울노인영화제 49작품 중 ‘대상’ 수상
제2회 서울노인영화제 49작품 중 ‘대상’ 수상
  • 이미정 기자
  • 승인 2009.09.10 11:45
  • 호수 18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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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데뷔한 조경숙(80) 어르신

 

▲ 조경숙(80) 어르신이 서울노인영화제 공모전 출품작 49편 가운데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촬영이든 편집이든 못해도 괜찮아요. 자신감만 있으면 됩니다. 수없이 실수하고 지적을 받아야 좋은 작품이 탄생하는 것이지요.”

제2회 서울노인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조경숙(80) 어르신은 좋은 작품을 만드는 비결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조 어르신은 서울노인복지센터가 실시하는 서울노인영화제 공모전 출품작 49편 가운데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12분 31초짜리 영상 ‘나와 망초’는 연립주택 벽돌 사이에 뿌리를 내린 한줄기 망초의 일생을 1년 동안 기록, 망초의 일대기를 통해 조 어르신의 인생사를 들려준다.

어르신이 망초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해 8월 컴퓨터 수업을 받던 중 연립주택 벽돌 사이에 자라난 망초를 발견하면서다. 흙 한 줌 없는 벽돌 사이에 자라는 망초에 대한 관심이 날로 커져갔고,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지 1년. 자연스럽게 한 작품이 탄생됐다.

작업을 하면서 망초에 대한 공부도 하게 됐다. 본래 이름은 ‘개망초’지만 어감이 좋지 않아 ‘나의 망초’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조 어르신은 오른쪽 손가락이 남들과 다르다. 40대 초반 가족들과 잠을 자던 중 연탄가스가 누출돼 가족들을 깨우고 연탄을 갈던 중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가족들의 목숨은 살렸지만 조 어르신의 오른쪽 손가락 3개는 잃었다.

성치 않은 손은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초래했다. 마음대로 숟가락을 들 수도 글씨를 쓸 수도 없었다. 글씨를 쓰고 싶어 10년 전 컴퓨터를 배우게 된 것이 지금의 조 어르신을 만들었다. 영화 감독의 꿈을 꾸기 시작한 때는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본오동에 위치한 어르신 정보화기관 ‘은빛둥지’를 통해 처음으로 영화를 배웠다.

처음 교육도중에 만든 3~4분짜리 동영상을 만들며 영화에 대한 흥미를 느꼈고, 본격적으로 활동한 것은 지난해 제1회 서울노인영화제에 출품한 ‘DMZ’(비무장지대)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아쉽게도 다리 수술 때문에 미완성돼 수상은 하지 못했다.

다시 도전한 작품은 ‘나와 망초’. 작은 체구와 불편한 손 때문에 평소에 카메라를 들지 못했지만 이번만은 달랐다. 직접 사진도 찍고 동영상도 찍었다. 1년 동안 직접 촬영한 동영상 테이프만 해도 50분짜리 3개, 사진 200여장에 이른다. 직접 배경음악은 물론 내레이션, 자막 편집 등 혼자 힘으로 해냈다.

불편한 손, 완벽을 추구하는 성격 이 두 박자가 만나 밤늦은 작업은 예사가 됐다. 오전 9시 출근해 새벽 1시까지 퇴근하는 일도 비일비재. 마음에 들 때까지 영상을 자르고 붙이고 잇기를 반복한다. 영화공부를 시작하면서 텔레비전 방송이나 영화가 나오면 허투루 보지 않는다.

최근 조 어르신은 떨어져 사는 가족들과 만찬을 즐겼다. 영화제에 대상을 수상한 일을 축하하기 위해 손자들이 축하 턱을 내는 자리였다.

조 어르신은 “손자 손녀들에게 자랑스러운 할머니로 기억될 수 있어 너무나도 행복하다”며 “앞으로도 꾸준한 활동으로 노인들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요”고 소감을 말했다.

한편, 조 어르신의 ‘나와 망초’ 작품은 10월 14~16일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리는 제2회 서울노인영화제에서 만나 볼 수 있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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