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고 장수마을은 ‘무보고고’
우리나라 최고 장수마을은 ‘무보고고’
  • 조종도 기자
  • 승인 2023.10.16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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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 ‘구곡순담’서 변화… 청정자연 외에 맞춤형 복지 중요해져
‘구곡순담’(구례‧곡성‧순창‧담양)에 이어 무주‧보성‧고흥‧고창군 등이 10만명당 100세인이 가장 많은 장수도시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무주군에서 지원하는 이미용상품권으로 머리를 하는 어르신들.
‘구곡순담’(구례‧곡성‧순창‧담양)에 이어 무주‧보성‧고흥‧고창군 등이 10만명당 100세인이 가장 많은 장수도시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무주군에서 지원하는 이미용상품권으로 머리를 하는 어르신들.

무주군 10만명당 73.2명으로 100세인 최다…  울산 남구 3.3명과 큰 격차  

현재 100세인, 20년 전보다 흡연율‧음주율 급감… 우울감 등도 낮아져

[백세시대=조종도 기자] ‘구곡순담’. 지난 2002년 서울대 의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 박상철 교수팀이 찾아낸 한국의 대표적인 장수촌을 가리키는 말이다. 박상철 교수팀은 당시 두 가지 기준으로 장수 시·군을 선정했다. 인구 10만명당 100세인과 65세 이상 인구 중 8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로 장수마을을 꼽았다. 

10만명당 100세 이상이 20명을 넘고 장수비율이 6.0% 이상인 장수지역은 전남 곡성·구례·담양·보성, 전북 순창, 경북 예천 등 전국에서 6곳이 나왔다. 특히 호남내륙 산간지대에 서로 맞닿아 있는 ‘구례·곡성·순창·담양’이 한꺼번에 장수지역으로 나타난 결과에 주목했다. 박 교수팀은 이 지역을 ‘구곡순담 장수벨트’로 이름 짓고 주기적인 조사로 장수 요인을 찾아내는 연구를 펴왔다. 

그렇다면 20년이 지난 현재 장수마을은 어떻게 됐을까. 10만명당 100세인 비율은 여전히 호남권이 상위권을 차지했지만 ‘구곡순담’에서 ‘무보고고’(무주‧보성‧고흥‧고창)로 교체됐다.

남인순 의원 국감자료서 공개

10월 3일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통계청에서 받은 국감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022년 현재 전국의 100세 이상 인구는 6922명으로 2018년(4232명)에 비해 63.6% 증가했다. 100세 이상 초고령 인구는 매년 600~1000명씩 늘고 있는데, 성별로 보면 여성이 5822명(84.1%), 남성이 1100명(15.9%)으로 여성 비중이 두드러지게 높았다.

특히 10만 명당 100세 이상 인구가 가장 많은 곳은 무주군(73.2명)이었다. 전남 보성군(70.2명), 고흥군(57.9명), 전북 고창군(56.8명), 경북 영양군(53.4명) 등도 초고령 인구 비율이 높았다. 반면 인구 10만명당 100세인이 가장 적은 곳은 경북 울릉군(0명)이었고 울산 남구(3.3명), 경기 오산시(3.5명), 울산 중구(4명), 부산 사상구(5명)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무주군은 청정자연과 노인맞춤형 복지 정책 때문에 10만명당 100세인이 가장 많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 구곡순담을 비롯한 장수마을은 산간 지역에 많이 분포한다. 도시보다 상대적으로 공기가 맑고, 경사진 길을 오르고 내리면서 자연스럽게 운동량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무주군의 경우 노인들이 은퇴 후에도 사회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 장애인·노인종합복지관, 노인대학 등을 운영하고 있다. 또 마을 가꾸기 사업 등을 연계한 노인일자리 사업, 맞춤형 돌봄 서비스, 만 70세 이상을 대상으로 연 12만 원 상당의 바우처를 지급하는 이·미용 복지 사업 등을 추진 중이다. 

또 100세인의 거주형태도 20년 전 초고령자들에 비해 큰 변화를 보였다. 가족 동거는 약 90%에서 50%로 격감한 반면, 혼자 사는 100세인은 10%대에서 30%로 크게 증가했다. 전혀 없었던 요양시설 거주도 20%로 늘어났다. 이는 2005년 전후로 노인복지법, 장기요양법, 건강보험 등이 강화된 덕분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박상철 석좌교수 연구팀이 국제고령남성연구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The aging male)에 10월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우울감 예방이 장수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연구팀은 구곡순담에 사는 평균 나이 97.9세의 노인 94명(100세 이상 33명, 100세미만 61명)을 대상으로 장수 요인을 분석했다. 

그 결과 대상자들은 전쟁과 빈곤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100세인이 되기까지 앓아온 만성병은 분석 대상 11개(당뇨병, 고혈압, 관절염, 골다공증, 골절, 심혈관질환, 암, 신장질환, 간질환, 천식, 뇌혈관질환) 중 평균 1.1개에 그쳤다. 허약한 신체를 갖고 태어나 성장했지만, 정작 수명을 단축하는 만성병은 거의 없었던 셈이다.

정신건강 상태도 매우 좋은 것으로 평가됐다. 주관적 우울 점수(GDS) 분석 결과 조사 대상 의 평균 점수는 우울감이 전혀 없다고 평가되는 0점에 가까운 2.3점이었다. 보통 우울 점수는 최고치인 15점에 가까울수록 우울 정도가 심한 것으로 본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우울 점수가 낮게 나온 이유 중 하나로 장수를 매우 특별한 축복으로 여기는 한국의 사회문화적 배경을 제시했다. 

100세 이상 장수 자체가 이미 큰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하는 사회 분위기가 100세인의 현재 기분뿐 아니라 미래에 대한 전망도 좋게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주관적 평가에서 백세인의 76%는 임상적으로 우울하지 않았다고 답했으며, 59.6%는 현재 자신이 건강하다고 밝혔다.

박상철 전남대 연구석좌 교수는 “과거에는 물 좋고 공기 좋은 지역에 100세인이 많았다면, 앞으로는 지자체 차원에서 우울감을 예방하고 노인 복지 시스템이 잘 갖춰진 곳이 ‘장수 마을’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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