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김연아를 잇는 압도적 여제의 탄생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김연아를 잇는 압도적 여제의 탄생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3.10.16 10:46
  • 호수 89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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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 기자] 1년 늦게 개막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막을 내렸다. 과거 대회들처럼 이번 대회에서도 수많은 명경기와 함께 감동적인 사연이 대회 내내 국민들을 열광케했고, 향후 몇 년간 한국 스포츠를 이끌어 갈 새로운 스타들도 탄생했다. 

이번 대회가 탄생시킨 최고의 스타 중 한 명으로 안세영을 꼽을 수 있다. 한국 배드민턴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40년만에 ‘노메달’에 그쳤다. 이어 2021년 열린 2020 도쿄올림픽에서는 여자복식에서 김소영-공희용 조가 동메달을 땄지만 과거의 영광에 비하면 다소 초라한 결과였다. 

안세영도 두 대회에 모두 참가했다. 16세라는 나이로 처음 출전했던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비록 개인전 32강에서 떨어졌지만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후 빠르게 성장해 3년 뒤 다시 출전한 도쿄올림픽에서는 예선전에서 전승하며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8강에서 숙적인 천위페이에 무릎을 끓으며 도전을 마감해야 했다. 그럼에도 투지 넘치는 그의 플레이는 많은 사람들에게 큰 인상을 남겼다. 필자 역시 안세영의 활약을 눈여겨봤다.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지만 그에게서 전성기 시절 김연아에 버금가는 아우라를 느꼈다. 

우리나라 여자 스포츠 선수 중에 가장 압도적이었던 선수는 데뷔 후 참가한 모든 대회에서 포디움(시상대)에 오른 ‘피겨여왕’ 김연아다. 김연아는 작은 실수만 저질러도 점수를 크게 잃는 살얼음판 위에서도 늘 완벽한 연기로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 그만큼 압도적이었다.

안세영에게서 김연아의 아우라를 느꼈고 그의 이름을 뉴스에게 자주 보게 되는 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도쿄올림픽 이후 절치부심한 안세영은 급성장했고 7연패를 안겼던 세계 최강 천위페이를 비롯한 경쟁자들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올해 3월 배드민턴 최고 권위 대회인 전영오픈에서 천위페이를 꺾고 27년만에 여자 단식 금메달을 손에 넣은 것을 시작으로 지난 7월까지 국제대회에서 우승 7차례, 준우승을 3차례 차지했다. 결국 8월에 또 다른 숙적 야마구치 아카네(일본)를 제치고 세계랭킹 1위에 등극했다.

안세영은 이번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도 무릎 부상을 입은 상태에서 단체전과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특히 개인전 금메달을 확정한 후 양손으로 왕관을 만드는 세레모니를 선보이며 여제의 탄생을 예고했다. 이제 안세영의 시선은 내년 파리로 향하고 있다. 부상만 없다면 국민들에게 가장 큰 즐거움을 준 선수의 자리는 그의 몫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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