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가을을 읽다
[시] 가을을 읽다
  • 박민순 시인
  • 승인 2023.10.16 11:31
  • 호수 89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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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읽다

박민순 시인
박민순 시인

빨간 고추잠자리 

맑은 쪽빛 하늘에 

무슨 글자인지 쓰며 날아다닌다 

 

지구를 한 바퀴 돌아온 바람 

햇살에 눌린 잎사귀 흔들어대면 

아름답게 물들기 시작하는 나뭇잎 

찬바람 싫다고 손사래 치다가 

눈물도 없이 떨어지는데 

 

수북이 쌓인 낙엽들이 남긴 말 

시詩로 받아 적으며 

시나브로 물들어가는 가을날에 

괜스레 목이 메어 

문자 보내던 핸드폰을 접고 

붉게 타는 저녁놀 

사슴처럼 멍하니 바라보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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