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 산책] 시간의 낙하법
[디카시 산책] 시간의 낙하법
  •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 승인 2023.10.16 11:43
  • 호수 89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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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낙하법

한 방울씩 떨어진 어둠이

지상을 향해 발을 뻗는다

수수만년이 그렇게 자란다


시간이, 세월이, 그냥 허무하게 사라져버리는 줄만 알았다. 그런데 동굴에서 자라는 종유석을 보고서야 시간이란 결코 사라져버리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아무도 몰라도 어디에선가 이렇게 어둠 속에서라도 반드시 흔적을 남겨둔다는 사실에 뭉클해진다. 

동굴 속에서 한 방울씩 떨어진 물방울 하나가 사라지고 사라지다가 끝내는 사라질 수 없는 존재가 될 때까지 그렇게 쌓이고 쌓여서 마침내 세월이 된다는 사실. 지금 내가 마주한 이 시간은 과거로부터 수천수만 수억 년의 시간이 응축되어 있는 순간이라는 사실, 이러한 시간을 마주한 나의 존재 또한 귀하고 값지다는 사실.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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