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옷 만개-조선왕실 여성 혼례복’ 전, 조선 공주의 ‘웨딩드레스’에서 민간으로 퍼진 ‘활옷’
‘활옷 만개-조선왕실 여성 혼례복’ 전, 조선 공주의 ‘웨딩드레스’에서 민간으로 퍼진 ‘활옷’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3.10.16 14:49
  • 호수 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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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서는 조선의 공주들이 혼례식 때 입은 웨딩드레스였던 ‘활옷’의 역사를 재조명한다. 사진은 한 관람객이 BTS의 후원으로 보존처리한 활옷을 둘러보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번 전시에서는 조선의 공주들이 혼례식 때 입은 웨딩드레스였던 ‘활옷’의 역사를 재조명한다. 사진은 한 관람객이 BTS의 후원으로 보존처리한 활옷을 둘러보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복‧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의미 수놓은 혼례복 관련 자료 110여점 선봬

BTS 후원으로 보존한 ‘LA미술관 소장 활옷’, ‘복온공주 활옷’ 등 눈길

[백세시대=배성호 기자] 조선 왕실의 혼례복은 크게 두 가지다. 왕비‧왕세자빈이 입었던 ‘적의’(翟衣)와 공주‧옹주가 착용했던, ‘붉고 긴 겉옷’이란 뜻의 ‘홍장삼’(紅長衫)이 그것이다. 홍장삼의 경우 조선 후기 들어 민간 혼례복으로 확산되면서 ‘활옷’이란 새 이름이 붙었다. 활옷은 한국의 전통 복식 가운데 가장 화려하다. 조선은 검박함을 숭상하는 유교문화의 영향으로 화려한 자수 복식을 금지했지만 혼례복만큼은 예외로 했다고 한다.

이처럼 조선 공주의 혼례복에서 민간 혼례복으로 발전한 ‘활옷’을 재조명하는 전시가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오는 12월 13일까지 진행되는 ‘활옷 만개(滿開)-조선왕실 여성 혼례복’ 전에서는 조선시대 여성 혼례복 ‘활옷’ 9점을 포함한 관련 유물 110여 점을 선보인다. 특히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RM의 후원으로 보존 처리된 조선 혼례복이 함께 소개돼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전시는 총 2부로 구성된다. 먼저 1부에서는 왕실 여성들의 의례복, 혼례복과 그에 관한 왕실 문화를 확인할 수 있다. 

활옷에는 온갖 문양이 수놓아져 있다. 문자 무늬로는 복을 기원하는 복(福)과 무병장수하라는 수(壽가 빠지지 않는다. 포도나 동자 무늬는 다산을 기원하며 넣었고 동물 문양도 다양했다. 봉황은 부부의 화합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나비는 남녀의 사랑을, 모란꽃은 부귀영화와 풍요를 상징한다. 소매 끝을 장식하는 색동 무늬는 요사스런 귀신을 물리치는 벽사(辟邪)의 의미를 담았다. 

이번 전시에는 현존 조선시대 활옷 가운데 유일하게 착용자가 알려진 ‘복온공주 활옷’ 등 국내 활옷 3점이 나온다. 미국 필드 박물관, 브루클린 박물관, 클리블랜드 미술관,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LACMA)의 활옷을 비롯한 국외 소장 활옷 6점도 전시된다. 

이중 ‘복온공주 활옷’은 현존하는 활옷들 가운데서 유일하게 실제 그 옷을 입었던 착용자가 확인됐다. 복온공주는 1818년 11월 24일 순조와 순원왕후의 둘째 딸로 태어났다. 7살 때 공주에 책봉돼, 13살 때인 1830년 5월 20일 안동 김씨 김연근의 아들 김병주와 혼인했다. 하지만 공주는 혼인 2년 만인 1832년 6월 10일 15세의 나이로 요절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왕비, 왕세자빈의 육례(六禮)와 비교해 간소한 절차로 치렀던 공주, 옹주의 사례(四禮)와 이 중 활옷을 착용했던 동뢰(조선왕실 혼례의 맨 마지막 절차로 음식을 함께 나눔으로써 부부가 된다는 의미)를 각종 문헌과 혼례 물품 등 관련 자료를 통해 소개한다. 또 유일하게 남아있는 박물관 소장의 대형 왕실 ‘교배석’(交拜席, 동뢰 때 신랑‧신부가 맞절하며 식을 시작하는 교배례를 위해 설치하는 자리)을 영상으로 선보여 왕실 혼례 핵심 공간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이어지는 2부 ‘여러 손길로 정성스레 만든 활옷’에서는 상의원(尙衣院) 등 관청과 장인을 중심으로 온갖 재료를 조달하고 각 재질이나 작업에 따라 세분화돼 완성되는 활옷의 제작 과정과 ‘LA미술관 소장 활옷’의 보존처리 과정 등을 살펴본다. 

BTS RM의 후원을 받아 보존처리한 ‘LA미술관 소장 활옷’은 20세기 초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지만 주인은 알지 못한다. 세월의 흔적에도 불구하고 자수의 탈락이 거의 없고 자수 실의 색상이 잘 남아 있는 등 보존 상태가 양호해 문화재적 가치가 큰 것으로 평가받는다. 양쪽 소매를 다 펼쳤을 때 길이가 약 172㎝, 세로 길이는 127㎝에 이르며, 연꽃, 모란, 봉황, 백로, 나비 등 혼례를 올리는 부부의 해로와 행복을 기원하는 무늬가 가득하다. 앞섶 부근 양쪽엔 연꽃을 든 어린이와 함께 ‘수여하해(壽如河海), 복여하해(福如河海)’ 즉, “바다와 강처럼 오래 살고 복을 누리라”는 축원 문구를, 등쪽 상단엔 “남녀의 결합은 만복의 근원”이란 의미의 ‘이성지합(二姓之合), 만복지원(萬福之源)’이라는 문구를 수놓았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지난해 10월에 이 활옷을 국내로 들여와 단국대석주선기념박물관에서 보존 처리 작업을 진행했다. 사전 조사를 통해 재료와 제작 기법을 확인하고, 적외선 촬영 조사, 오염물 제거, 손상 직물 보강 등 5개월간 여러 공정을 거친 끝에 아름다운 색을 되찾았다.

이외에도 여러 받침옷을 착용한 후 겉옷으로 완성되는 활옷의 차림 과정을 비롯해 활옷 제작 장인의 작업 과정을 담은 영상, 활옷 자수를 모티브로 한 미디어아트도 상영된다. 이와 함께 활옷에 사용되는 실, 직물과 같은 기본재료로 활옷 작업 공간을 연출하는 등 평소 접근하기 어려웠던 전통 복식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공간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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