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한은, 기준금리 6차례 연속 동결… 물가 불안에 대한 실효적 대책 마련해야
[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한은, 기준금리 6차례 연속 동결… 물가 불안에 대한 실효적 대책 마련해야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3.10.23 09:18
  • 호수 89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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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지영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한은 금통위)가 10월 19일 기준금리 3.50%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월과 4월, 5월, 7월, 8월에 이어 6차례 연속으로 동결 결정을 내린 것이다.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미국과의 격차는 역대 최대치인 2.00%포인트(한국 3.50%, 미국 5.25∼5.50%)로 유지됐다.

한은은 이번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주요국의 통화긴축 기조 장기화, 지정학적 리스크 증대 등으로 물가·성장 전망 경로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진 가운데 물가 상승률의 둔화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완만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가계부채의 증가 흐름도 지켜볼 필요가 있는 만큼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고 있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에 따른 국제유가 불확실성에 따른 물가상승 등 인상 요인도 있지만 중국 경기, 가계부채 문제와 부동산 PF 등 금융불안정에 대한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주 후 열린다는 점에서 일단 동결한 후 상황을 지켜보자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통위는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7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이후 올해 2월부터는 6차례 연속 금리 동결을 이어갔다. 이에 따라 금리 인상 사이클이 사실상 종료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한은의 이번 금리 동결은 물가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점이 우선 꼽힌다.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이 3.7%로 아직 한은의 전망 경로에서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등으로 앞으로 유가가 빠르게 오르면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은 다시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렸다가는 경기가 급격히 나빠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 경기마저 더딘 회복세를 보이며 우리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이미 IMF(국제통화기금)는 최근 우리나라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7월 2.4%에서 2.2%로 낮춰 잡은 상태다.

금융 안정을 위한 유연한 통화정책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1079조8000억원으로 불어나며 역대 최대를 경신한 바 있다. 가계대출 급증세를 막기 위해 금리 인상에 나섰다가는 취약 채무자와 부동산 PF 등의 자금 경색으로 금융위기를 유발할 수 있다.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말 3%대 초반으로 낮아지고 내년에도 완만한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높아진 국제유가와 환율의 파급영향,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등으로 물가의 상방 리스크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수렴하는 시기도 당초 예상보다 늦춰질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최근 뚜렷한 소비 위축 등으로 그동안 정부나 한은이 기대해온 ‘상저하고’ 경기 회복 여부가 불투명한 만큼, 한은이 경기 위축과 이자 부담 가중을 감수하면서까지 금리 인상에 나서기 쉽지 않다.

이 같은 상황이라면 한은의 동결 기조는 내년 초까지 이어지고, 내년 2분기 이후에나 미국의 피벗(통화정책 방향 전환)과 함께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내년 2분기 소비 둔화에 대응해 금리 인하를 시작하면 한은도 내수 부진 등을 고려해 2분기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다만, 경기 상황에 따라서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이 미국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지금의 고물가는 외생 변수가 많아 통화정책으로 대응하는 데에 한계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 이에 정부는 재정의 역할 확대와 함께 물가 불안에 대한 실효적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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