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통色이야기 46] 남색은 강해서 고관, 녹색은 하위직으로 비유
[한국의 전통色이야기 46] 남색은 강해서 고관, 녹색은 하위직으로 비유
  • 정시화 국민대 조형대학 명예교수
  • 승인 2023.10.23 10:47
  • 호수 89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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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색위초록(藍色爲楚綠)

‘쪽’으로 청색, 남색, 연한 녹색에 이르는 여러 가지 뉘앙스의 푸른색을 염색할 수 있는데, ‘한국사’에는 쪽으로 남색(藍色), 심염(深染: 짙게 염색한) 초록, 청람(靑藍: 청색 띤 남색)을 염색하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심염(深染) 초록을 좋아하고 숭상하여 밭에는 곡식을 심지 않고 쪽(藍子‧남자)을 많이 심어 지나치게 짙게 염색하려고 애쓴다. 대체로 초록은 본래 그 자체의 색이 있는 것이어서 지나치게 짙게 할 필요가 없다. (......) 상의원에서 염색하는 남색이 합당하다고 하니, (......) 이를 표준삼아 금하게 할 것이니 사헌부에 이 뜻을 말하도록 하라.<중종 23년> 

남색은 왜란 이후의 당상관 복색, 임금의 융복, 사(紗) 도포(道袍), 왕세자의 중상의(中上衣) 등의 색명으로 기록되었다. 

◎지금은 전란이 평정되어 관대를 갖추는 동안 당상관은 보통 때의 전례대로 남색을 사용하고,<선조 29년> 

◎복색에 쪽을 염색하는 것을 초록이라 합니다. 지금 사람들은 짙은 염색을 애써 숭상하여 법사가 비록 금지해도 중지시킬 수가 없습니다. 지금 백성들이 사는 곳에서는 경쟁적으로 짙게 염색한 것을 서로 뽐내고, 부인들은 심염(深染) 초록이 없으면 창피하게 생각하여 모임에 참여하지 않고, 조정신하들도 모두 이런 옷을 즐겨 입습니다. 이와 같은 일은 모두 대궐 안에서 이렇게 하므로 아랫사람들이 다투어 본받아 따른다고 합니다.<중종 28년> 

◎경쟁적으로 짙게 염색한 초록을 숭상하고 엷게 염색한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 습속의 사치 때문에 상의원에서 알맞게 염색한 초록을 마름한 것을 받아 이것을 기준으로 금지하고자 하였다.<중종 23년> 

◎속담에 청색과 남색이 같은 종류라는 말이 있는데, 하나는 청색이고 하나는 남색임을 그 어찌 일일이 구별할 수 있겠는가?<영조 9년> 

“남색이 녹색을 괴롭힌다”

남색위초록(藍色爲楚綠)은 남(藍)색이 녹(綠)색을 괴롭힌다(爲楚‧위초)는 뜻으로서 강한 것(남색)이 약한 것(녹색)을 괴롭힌다는 뜻으로 비유한 것이다. 

◎해은 부원군 오명항은 이미 죽어 더 이상 말할 것이 없지만 훈신을 대우하는 도리가 이와 같아서는 안 됩니다. (......) 세상의 도의가 괴이하여 서묘(鼠猫: 고양이 같은 쥐)라고 말하기도 하고, 남색위초록(藍色爲楚綠)이라고 하니 어찌 이러한 세도가 있습니까?<영조 9년> 

남색과 녹색은 쪽으로 염색한 동일한 푸른색이지만 남색은 녹색보다 진하고 당상관의 복색인데 비해, 녹색은 최하위의 복색이다. 그러므로 남색은 강한 색, 고위관직으로, 녹색은 약한 색, 하위관직으로 비유된다. 

그래서 같은 ‘쪽’으로 염색한 남색과 녹색을 한 항아리에 여러 마리의 쥐를 넣었을 때 강한 놈이 약한 놈을 잡아먹는 서묘(鼠猫)로 비유한 것처럼, 같은 동아리 또는 패거리 중에서 강한 것(남색)이 약한 것(녹색)을 괴롭힌다고 비유해서 표현한 것이다. 남색위초록(藍色爲楚綠)은 오늘날에도 비일비재할 것이다.

정시화 국민대 조형대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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