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대한노인회 수첩의 모르는 얼굴들”
[백세시대 / 세상읽기] “대한노인회 수첩의 모르는 얼굴들”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3.10.23 11:17
  • 호수 89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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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오현주 기자] 지난해 대선을 뒤흔들었던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은 한 지방지 기자의 칼럼에서 비롯됐다. 이 기자는 자신의 칼럼에서 “이재명 지사님, 화천대유는 누구의 것입니까”라고 물었던 것이다. 화천대유는 대장동 개발로 얻은 천문학적 수익금을 관리하는 회사이다. 이 기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당시 성남시장)가 대장동 개발의 몸통’이란 제보를 받고 이 같은 의혹을 제기했다고 한다.

이 칼럼의 영향으로 이재명 대표는 대통령 꿈을 잃었고, 정진상·김용 등 이 대표의 측근들은 줄줄이 감옥에 갔으며, 주변 인물 수명이 목숨을 끊는 비극을 낳았다.

대한노인회 수첩을 보면 ‘화천대유는 누구의 것입니까’ 같은 의문이 든다. 대한노인회 수첩에는 주인보다 ‘객’(客)의 사진이 더 많이 들어가 있다. 역대 대한노인회 수첩에는 중앙회장을 비롯해 부회장, 연합회장, 이사, 고문, 지회장, 사무처 직원 그리고 소수의 중앙회 정책이사, 자문위원, 노인지원재단 및 노인의료나눔재단의 임직원 얼굴 사진이 수록됐다. 

그랬던 수첩이 중앙회장이 바뀌면서 동창회 명부처럼 변했다. 두께가 100여 쪽이나 늘고, 판형도 커졌다. 가장 낯선 변화는 생면부지의 얼굴들이 중앙회 정책위원, 중앙회 자문위원이란 타이틀 아래 수첩을 가득 메우고 있다는 점이다. 

수첩을 받아본 대한노인회 회원들은 한결같이 “이 사람들이 도대체 누구냐? 대한노인회와 어떤 관계인가? 어떻게 해서 대한노인회 수첩에 오르게 됐나?” 라는 의구심을 품었다. 뒷얘기도 흉흉했다. 수첩에 얼굴을 내밀고 최소 50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의 돈을 냈다는 소문이 그것이다. 

최근 연합회장들의 공개 회의석상에서 대한노인회 수첩이 처음 언급되면서 그간의 소문 중 일부가 사실로 드러났다. 한 연합회장이 “대한노인회 이사들이 노인회 운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 (김호일)회장 혼자 다하고 있다”라면서 수첩 건을 예로 들었다.

이 연합회장은 “우리 수첩에 사진이 쭉 나와 있죠. 500여명이 나와 있어요. 그들에게서 돈 받은 거 알고 있나요? 이사님들 우리가 이걸 알아야 합니다. 그걸 운영비로 썼나본데 거기 나온 사람마다 100만원씩 다 받았다고 해요. 그런데 그 돈을 받아서 회장이 다 써버렸지. 이런 사실을 우리에게 통보를 했나요”라고 문제 제기를 했다. 

아무도 대답을 못하고 있자 연합회장은 이어서 “우리는 모르죠. 그래서 하는 말인데 들어보세요. 그걸 하는데 왜 이사회 통보도 안 하고 이사회의 결정도 안 받고 노인회장이 임의로 걷어서–운영비로 쓴다고 걷었는지는 모르겠지만-돈을 다 썼느냐는 거예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때 한 참석자가 “중요한 얘기인데 책임 질 수 있느냐”고 말했다. 그러자 문제를 제기한 연합회장은 “몇 명한테서 받았는지는 확실치 않아서 내가 한 번 떠봤는데 중앙회의 한 이사가 그래요, ‘70명밖에 못 받았다고’”라고 덧붙였다. 

김호일 중앙회장이 외부인에게 직책을 부여하고 대한노인회 수첩에 얼굴을 넣어주고 금품을 요구했다면 이는 대한노인회 위상을 추락시킨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김 회장은 세 가지 의문점에 대해 반드시 해명하고 사과해야 한다. 우선 모금 행위를 사전에 이사회에 통고하거나 논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독단적으로 실행한 이유이다. 

두 번째는 모금액수가 총 얼마이고, 이 돈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했는가를 밝혀야 한다. 만약 운영비로 썼다면 상세내역 등 지출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사실은 소문대로 김 회장이 이 돈을 사적으로 유용했는가하는 점이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한 언론사의 칼럼에서 시작된 것처럼 ‘대한노인회 수첩 모금 의혹’ 의 주역인 김호일 회장의 운명이 백세시대 신문의 ‘세상읽기’ 칼럼에서 비롯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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