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기 지났는데 출혈 있다면 ‘자궁내막암’ 의심
폐경기 지났는데 출혈 있다면 ‘자궁내막암’ 의심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3.10.23 15:27
  • 호수 89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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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트로겐 보충과 비만 등이 원인… ‘질초음파’로 초기에 진단 가능 

복강경·로봇 수술 등으로 치료… 식이조절, 규칙적인 운동으로 예방을

[백세시대=배지영 기자] 폐경이 지났는데 마치 생리처럼 출혈이 생기거나, 가임기 여성의 경우 평소보다 생리량이 급증했다면 의심해야 할 질환이 있다. 바로 자궁 내벽에 발생하는 ‘자궁내막암’이다.

자궁은 임신을 유지하고 출산하는 기능을 한다. 자궁내막이란 자궁 내 공간을 덮고 있는 조직으로, 가임연령 동안 생리 주기에 따라 주기적으로 생리혈이 떨어져 나오는 조직을 말하며 이곳에 발생하는 암을 자궁내막암이라고 한다.

자궁내막암은 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에 발병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폐경 여성에게 일차적으로 나타나며 나이가 많을수록 악성도도 증가한다. 실제로 전체 환자의 75%가 폐경 후에 진단되고, 50대(39.6%), 40대(21.7%), 60대(18.5%) 순으로 환자 수가 많다.

◇자궁내막암의 원인

자궁내막암은 말 그대로 자궁내막에 비정상적인 세포인 암이 생기는 질환이다. 자궁이 에스트로겐에 오래 노출되면 자궁 내막이 증식해 암으로 진행된다. 자궁 내막이 탈락하고 다시 자라나기를 반복하는 과정이 월경인데, 규칙적인 월경이 일어나지 않으면 자궁 내막이 증식해 암으로 진행할 위험이 커진다.

자궁내막암의 위험요인으로는 △한 번도 출산을 하지 않은 경우 △이른 초경 △늦은 폐경 △비만 △오랜 기간 프로게스틴을 함유하지 않은 에스트로겐 보충요법 등이 있다. 또한 좌식생활, 운동 부족 등 비활동적인 생활습관도 자궁내막암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족 중에 자궁내막암, 유방암, 대장암 환자가 있다면 자궁내막암의 발생 가능성을 높일 수 있으며, 고농도의 에스트로겐은 과체중이나 다낭성 난소 증후군, 자궁내막증 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최근에는 비만도 자궁내막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주요 원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박성택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실제로 자궁내막암 환자 중 비만한 환자가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당뇨가 있는 경우, 가족력이 있는 경우, 다낭성 난소 증후군이 있는 경우에도 발생하기 쉽다.

◇자궁내막암의 증상

비정상적인 질 출혈은 자궁내막암의 가장 흔한 초기증상이다. 특히 폐경 이후 질 출혈이 있다면 자궁내막암일 확률이 크기 때문에 즉시 진찰을 받아야 한다.

또한 월경 기간이 아닌데도 부정 출혈을 하는 경우, 월경 주기가 과도하게 불규칙할 경우, 월경 기간이 너무 길거나 양이 많을 경우에는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이외에도 복부 통증이나 골반 통증이 이어진다면 산부인과에서 질 초음파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

이처럼 자궁내막암은 대부분 비정상적인 질 출혈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이를 이상하게 여기고 병원을 방문한다면 비교적 초기에 발견할 수 있다. 초기증상을 놓치지 않으면 95% 이상 조기진단이 가능하며, 조기 진단된 경우 완치율이 거의 100%에 가깝다.

◇자궁내막암의 치료

자궁내막암은 출혈이라는 확실한 증상이 있는 덕분에 대부분 1기일 때 진단된다. 이땐 암이 있는 자궁을 제거하는 수술 치료가 원칙이다. 일반적으로 양쪽 난관, 난소를 절제하고, 암이 퍼진 정도에 따라 골반, 대동맥주위 림프절 등을 추가 제거할 수 있다. 

최근 자궁내막암 수술은 개복수술보단 복강경이나 로봇과 같은 최소침습수술로 진행되는 추세다. 배에 작은 구멍을 뚫어 기계를 넣은 후 카메라를 보면서 수술하는 방식이다. 

배를 가르는 개복수술보다 작은 구멍만 내는 로봇수술이 몸의 상처를 줄일 수 있고, 출혈도 적어 덜 아프고 빠르게 회복할 수 있으며, 수술 후에도 합병증이 더 적다는 장점이 있다.

로봇수술은 다빈치 Xi 등 로봇 수술기를 활용하는 수술로, 인체에 약 1cm의 구멍을 내고 로봇팔을 삽입해 시행한다. 내시경과 카메라가 달린 얇은 로봇팔이 골반 깊숙한 곳까지 도달해 환부를 촬영하고, 집도의는 3D 영상으로 환부를 확인하며 수술한다.

박성택 교수는 “절개 범위가 작은 로봇수술이 통증과 관련 합병증도 덜하고 회복도 빠를 뿐 아니라 흉터도 작아서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다만, 노인이거나 당뇨병, 고혈압, 비만 등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는 보통 개복수술로 진행한다. 결과에 따라 방사선치료, 항암제 치료 등이 동반되고, 병기가 이미 많이 진행됐다면 항암화학요법으로 치료한다.

가임력 보존을 원하는 젊은 여성은 재발 우려가 조금 더 높지만, 자궁을 보존할 수 있는 선택지를 시도해야 한다. 임신과 출산을 위한 가임력 보존은 환자들의 삶의 질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 초기에 발견된 자궁내막암은 수술 없이 프로게스틴 성분의 약물로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데, 효과가 없거나 재발 위험도 있기 때문에 전문의와 꾸준히 면밀하게 상담하며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은주 세란병원 산부인과 과장은 “비만하면 자궁내막암 발생 위험이 증가하므로 식이조절 및 적절한 운동을 통해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은 규칙적인 운동”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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