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소 ‘럼피스킨병’ 전국으로 급속 확산 … 백신 접종 등 피해 최소화에 만전을
[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소 ‘럼피스킨병’ 전국으로 급속 확산 … 백신 접종 등 피해 최소화에 만전을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3.10.30 09:16
  • 호수 89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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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지영 기자] 국내 처음으로 서산 한우농가에서 확인된 소 바이러스성 질병인 ‘럼피스킨병’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폐사율이 10% 이하로 비교적 낮은 편이고 사람에게 전염되진 않지만 치솟는 사룟값과 인건비에 시름해 온 축산농가들로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럼피스킨병은 소에게만 감염되는 전염병으로, 증상으로는 고열과 단단한 혹 같은 피부 결절이 특징이다. 모기 등 흡혈 곤충에 의해 주로 전파되는 바이러스성 질병으로 여러 분비물이나 정액 등을 통해서 접촉 전파 사례가 일부 있지만 공기 중으로는 옮겨진 사례는 없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럼피스킨병이 지난 10월 20일 충남 서산시의 한 한우농장에서 처음 확진된 데 이어 발생 일주일째인 26일 전북 부안과 인천 강화, 경기 화성·김포·평택, 충남 당진·서산 등에서 총 38건의 확진 사례가 확인됐다고 집계했다. 이에 따라 살처분했거나 살처분 예정인 소는 총 2694마리로 늘었다.

중수본은 위기경보를 최고 수위인 ‘심각’ 단계로 높이고, 발병 지역의 축산시설 종사자와 차량에 대해 이동중지 명령을 내리며 확산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 럼피스킨병은 구제역만큼 전파가 빠른 데다, 국내 농가 사육종들은 이 질병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이 가축전염병은 1929년 아프리카 잠비아에서 처음 발생한 뒤 주변 국가들로 차츰 퍼져나갔다. 2013년부터 튀르키예를 비롯해 동유럽과 러시아까지 확산되더니 2019년 이후 중국, 대만, 몽골 등 아시아 국가에서도 잇따라 발생했다. 

지난해에는 파키스탄과 인도에서, 올해엔 네팔에서 각각 대유행을 일으킨 것으로 보고됐다. 

방역 당국은 중국을 비롯한 해외 발생 지역의 흡혈 곤충이 바람이나 선박을 타고 국내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정확한 원인이나 경로는 아직 규명되지 않은 상태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점은 처음 상대하는 제1종 가축전염병이라는 사실이다. 폐사율은 10% 정도지만 우리 축산농가를 초토화시켰던 구제역처럼 전염력이 매우 강해서다. 

방역 당국은 현재 긴급 백신 접종 대상 25만4000마리 중 21만7000마리에 대해 접종을 완료한 상태다. 오는 10월 말까지 400만 마리분의 백신을 들여와 발생 시·군을 시작으로 인접 시·군, 발생 시·도, 다른 시·도 순으로 배분해 11월 초에는 전국 소 농장의 백신 접종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그래도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백신 접종 이후 항체 형성까지 3주가 걸리기 때문이다. 그 사이 전국으로 확산하지 않도록 방역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 충분히 백신을 확보하고 백신 접종을 마칠 때까지 방역의 고삐를 바짝 조여야 한다. 무엇보다 농가 스스로 방역 수칙을 철저하게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농장에 외부인 출입을 엄격히 막고, 출입 시에는 사람과 차량에 대해 철저한 소독을 실시해야 한다. 

병원체를 옮기는 모기 등 흡혈 곤충의 활동기 동안 포충기를 사용해 곤충을 방제하고, 사육 개체를 꼼꼼히 관찰해야 하며, 농장 주변의 물웅덩이를 제거하고 분변을 주기적으로 처리하는 등 농장 환경을 청결하게 관리하는 것도 빠져선 안 된다. 

특히 소가 열이 나거나 몸의 표면에 림프절이 커지는 증상 및 눈물, 콧물, 침 흘림 등 이상 증상이 보이면 즉시 방역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그동안 구제역,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등에 축산농가들은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기후 변화 탓도 있지만 밀집된 사육 환경과 살처분 및 농가 보상 비용으로 방역예산 대부분이 집행되는 구조도 문제다. 예방적 대응체계 작동이 어려워서다. 

가축전염병 대처는 ‘사후약방문’식으로 하면 안 된다. 선제 대응을 위한 역량을 강화해 피해 최소화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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