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중앙회장의 ‘혹세무민’(惑世誣民)
[백세시대 / 세상읽기] 중앙회장의 ‘혹세무민’(惑世誣民)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3.10.30 10:46
  • 호수 89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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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오현주 기자] 대한노인회 지회장들은 공약 실천을 지상 최대의 임무로 여긴다. 선거 때 한 약속을 지키는 일을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임기 내 실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지회장들의 공약은 공통적으로 경로당 회원들의 복지증진과 권익신장에 집중한다. 세부적으론 경로당 회장과 분회장의 활동비 지급, 노인회관 신축, 경로당 운영비 인상 등이다. 활동비를 지급하는 지회는 인상이 현안이고, 노인회관을 가진 곳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수용할 수 있는 널찍하고 쾌적한 환경의 건물을 원한다. 선거 대의원들은 공약 내용의 실현 가능성을 따져보고, 과연 후보가 그럴 만한 능력과 인맥을 갖췄는지 등을 판단해 표를 준다.

기자는 ‘백세시대’ 신문에 지회장과의 인터뷰(‘인물 포커스’)를 연재하면서 “공약 실현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나”라는 공통적인 질문을 던진다. 대부분은 “지자체장과 국회의원, 지방의원들과 끊임없이 접촉한다”며 “어르신들에게 뭐라도 하나 더 드리려 관내 단체, 병원, 업체 등과 협약식을 맺는다”고 대답한다. 일부는 “지금까지 맡았던 어떤 자리보다도 더 바쁘게 뛰어 다닌다”고 덧붙이기도 한다.

물론 많은 수고와 희생에도 불구하고 선거 때 했던 약속을 다 지킬 수는 없다. 취임 직후 얼마 안 돼 경로당 활동비를 지급하는 지회가 있는가 하면 임기 내내 매달려봤지만 끝내 성공하지 못하는 지회도 있다. 전자는 전임자의 덕을 보는 경우가 많다. 앞선 지회장들이 오랜 시간 공을 들여왔던 터에 때마침 시기가 맞아떨어져 과실을 따먹게 된 것이다.

반면에 당선의 ‘키’가 될 수도 있는 경로당 회장 활동비, 노인회관 신축 등을 처음부터 거론조차 않는 후보도 있다. “왜 대의원들이 혹할 수 있는 공약을 내세우지 않았느냐”고 물으면 “실현 가능성이 없는 것을 알면서도 (공약으로)내세우는 건 거짓말을 하는 것과 같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그렇다면 대의원들은 무엇을 보고 이런 후보에게 표를 준 걸까. 그것은 후보자의 도덕성과 소신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리라. 사탕발림식의 공약을 내건 후보보다는 현실에 맞는 소박한 비전을 제시한 후보에게 믿음이 더 갔다는 얘기다. 이런 지회장과 이를 뽑아준 현명한 대의원들이 있는 지회는 지역에서 어른단체로서 존경 받으며 경로당도 잘 운영된다고 볼 수 있다.

대한노인회 중앙회장은 이 같이 솔직하고 양심적인 지회장과 확연히 구별된다.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공약을 내건데다 그마저 대부분 실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도자로서의 자질과 능력의 한계가 드러나 많은 회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김호일 중앙회장은 취임 직후 “지회장 판공비 100만원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며 “400만원을 받는 노인종합복지관이나 노인문화건강증진센터를 지회장이 맡아하면 그보다 훨씬 많은 활동비를 받게 된다”고 장담했으나 결과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연합회장, 지회장에게 매달 판공비 100만원씩을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이 역시 공수표가 됐다.

대한노인회 법정단체 건과 관련해선 “국회서 발의해 조만간 통과될 것”이란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다. 이 역시 21대 국회 임기 종료를 눈앞에 둔 현 시점에서 볼 때 통과될 가망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핵심공약을 하나도 지키지 못한 중앙회장이 최근 전국의 지회장들에게 납득하기 힘든 내용의 편지를 보내 입방아에 올랐다. 중앙회장은 편지에서 자기가 노력해 노인일자리가 확대됐고,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이 유지됐고, 임플란트 개수도 늘었다는 식으로 자신을 미화했다.

정부의 노인인구증가에 따른 복지확대정책을 마치 자기 공적인 양 치부하는 중앙회장에게 지회장들은 다시 한 번 인간적 모멸감과 배신감을 떨칠 수 없었다.

대한노인회 중앙회장으로서 더 이상 혹세무민(惑世誣民·세상을 미혹하게 하고 백성을 거짓으로 속인다는 뜻)하지 말고, 앞으로 남은 임기동안 공약의 일부만이라도 지키는 성실한 자세를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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