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안면통증 일으키는 ‘삼차신경통’… 치통 오해
극심한 안면통증 일으키는 ‘삼차신경통’… 치통 오해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3.10.30 13:43
  • 호수 89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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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차신경통의 증상과 치료
삼차신경통은 얼굴의 감각 뇌신경인 삼차신경에 이상이 생겨 얼굴 부위의 감각적 전기신호를 왜곡해 극심한 통증을 느끼게 하는 병이다. 흔히 처음에는 치통으로 혼동하기 쉽지만 턱과 치아에 에이는듯한 통증이 발생하거나 뺨에 심한 통증이 발생하는 경우 반드시 삼차신경통을 의심해야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삼차신경통은 얼굴의 감각 뇌신경인 삼차신경에 이상이 생겨 얼굴 부위의 감각적 전기신호를 왜곡해 극심한 통증을 느끼게 하는 병이다. 흔히 처음에는 치통으로 혼동하기 쉽지만 턱과 치아에 에이는듯한 통증이 발생하거나 뺨에 심한 통증이 발생하는 경우 반드시 삼차신경통을 의심해야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두꺼워진 뇌혈관이 삼차신경 압박해 발생… 60대 여성들에게 많아

통증, 빈도와 강도가 점점 심해져… 수술 일주일 후 일상생활 가능

[백세시대=배지영 기자] 권정후 씨(58)는 최근 양치질을 하다가 한쪽 얼굴에 전기가 오르듯 찌릿한 통증을 느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증상이 반복되자 충치가 생겼나 싶어 치과를 찾았고 별다른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다 며칠 전부터는 안면을 움직이거나 바람만 스쳐도 왼쪽 안면부에 극심한 통증이 생겼고, 대학병원에서 검사를 받은 결과 ‘삼차신경통’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삼차신경통은 얼굴의 감각 뇌신경인 삼차신경에 이상이 생겨 얼굴부위의 감각적 전기신호를 왜곡해 극심한 통증을 느끼게 하는 병이다. 흔히 처음에는 치통으로 혼동하기 쉽지만 곧 ‘벼락을 맞는 듯한 아픔’으로 표현할 정도의 극심한 고통을 경험한다.

비교적 흔한 뇌신경통으로 연간 인구 10만 명당 4.5명꼴로 발생하며, 60대 이후 여성에서 많이 생긴다. 권경현 세란병원 신경과 과장은 “삼차신경통 증상이 심각해지면 스치는 바람에도 극심한 통증을 느끼고, 말을 하거나 식사를 하기 어려워 영양 불균형을 초래할 수도 있다”며 “치아 문제가 아닌데도 아래턱의 신경에 극심하고 갑작스러운 통증이 지속된다면 신경과를 방문해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삼차신경통의 원인

삼차신경통은 주로 중년의 나이에 발병한다. 나이가 들면 뇌혈관이 두꺼워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차신경통 원인의 95% 이상은 삼차신경 주위의 뇌혈관이 삼차신경을 압박하는 경우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나이가 들면 뇌의 크기가 줄어 신경과 혈관 사이의 해부학적 구조가 변하는 것도 한 원인이다. 이러한 상황들이 지속적으로 신경을 자극시키고 결국 신경을 보호하고 있는 신경막을 손상시켜 신경통이 생기는 것이다. 

간혹 드물게 다발성 경화증이 있거나 뇌종양, 뇌혈관 기형이 신경과 신경 뿌리 진입부를 압박하여 발생하기도 한다.

◇삼차신경통의 증상

삼차신경통은 대부분 양치질이 힘들 정도로 아프고, 치통으로 오인해 치과에서 발치하는 경우도 많다. 여성 환자의 경우 분만통보다 더 심한 통증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극심한 통증을 보이는데, 순간적으로 턱과 치아에 에이는듯한 통증이 발생하거나 뺨에 심한 통증이 발생하는 경우 반드시 삼차신경통을 의심해야 한다.

삼차신경통은 발작성으로 일정 기간 지속되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면서 빈도와 강도가 점점 심해진다. 특히, 통증 자체도 고통스럽지만 사회생활이 어렵다는 것이 더 문제다.

보통 세수를 할 때나 식사 중에 통증이 오는데, 얼굴 한쪽에 칼로 도려내는 느낌 또는 전기가 감전된 듯한 짧은 통증이 순식간에 나타난다. 심한 경우에는 얼굴에 바람이 스치기만 해도 감전되는 듯한 통증을 느끼기 때문에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하다.

이 같은 증상이 나타날 경우 정확한 문진을 통해 특징적인 증상을 보고 진단을 하지만, 타 질환과 감별하기 위해 뇌 자기공명영상촬영(MRI)과 자기공명혈관조영술(MRA) 등을 시행하면 좀 더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권경현 과장은 “삼차신경통은 발작적인 통증이 순간적으로 나타나면서도 감각은 그대로 유지돼 감각마비 등 다른 신경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는 없다”며 “치통은 하루 종일 통증이 발생하고 통증 부위에 따라 얼굴 전체가 욱신거리는 반면, 삼차신경통은 간헐적으로 강한 통증이 길어도 2분 내에 사라지며 얼굴 한쪽에만 통증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삼차신경통의 치료

삼차신경통의 치료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 방법은 ‘미세혈관 감압술’이라는 수술적 치료이다. 95% 이상에서 치료 효과가 있고, 안면 감각 저하와 같은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는 장점이 있다. 

수술은 전신마취하에서 시행하며, 귀 뒤의 머리만 조금 깎고 시행하므로 수술 후 미용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수술 후 일주일이면 퇴원이 가능하며, 퇴원 후 대부분 정상 생활이 가능하다.

두 번째 방법은 ‘고주파 삼차신경 절제술’ 등과 같은 최소 침습적인 시술이다. 최소 침습적 시술의 경우 전신마취나 수술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안면 감각 이상과 같은 부작용이 25% 정도 발생하고, 25%의 환자는 재발하는 단점이 있어 수술적 치료가 불가능한 노인 환자들에게 대체로 사용된다.

수술 외 삼차신경통을 치료하는 방법에는 방사선 수술(감마나이프)과 삼차신경 차단술 등이 있다. 방사선 수술(감마나이프)은 방사선을 이용해 삼차신경에 부분적인 손상을 줌으로써 통증을 완화 내지는 없애는 방법이다. 통증을 없애기 위해서 국소적이기는 하지만 뇌에 방사선을 쪼여야 하고, 완치율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삼차신경 차단술은 얼굴에 분포하는 삼차신경을 알코올 등을 이용해서 일시적으로 기능을 정지시키는 방법이다. 2~4개월간 효과가 지속돼 반복적인 시술이 필요하고 시술 후 안면, 치아, 잇몸의 감각이 소실되는 단점이 있다.

박봉진 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삼차신경통의 치료는 환자의 삶의 질과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을 바탕으로 다양한 치료법 중 장단점을 명확하게 설명해줄 수 있는 풍부한 경험을 가진 전문 의료진과 상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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