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임원 사법 리스크’에 발목잡힌 '카카오'
역대급 ‘임원 사법 리스크’에 발목잡힌 '카카오'
  • 김태일 기자
  • 승인 2023.10.31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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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인수하려다… 카카오뱅크 잃을 위기
카카오 특단의 조치 ‘최고 비상 경영’ 선언
SM엔터테인먼트 인수 주가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금감원 출석하는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사진=연합뉴스)
SM엔터테인먼트 인수 주가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금감원 출석하는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사진=연합뉴스)

[백세경제=김태일 기자] 카카오의 주요 임원들이 사법 리스크에 직면했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와 관련, 카카오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관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다. 최악의 경우 카카오가 카카오뱅크 경영권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단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카카오 공동체 내 2인자로 평가받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 대표가 최근 구속된 후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법 김지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10월19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배재현 대표에 대해 “증거인멸 및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수사를 주도한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배 대표를 구속한 뒤 26일 검찰에 송치했다.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강호중 카카오 투자전략실장과 이준호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전략부문장의 영장 청구는 기각돼 이들은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았지만 배 대표와 마찬가지로 검찰에 넘겨졌다.

특사경에 따르면 배 대표 등은 지난 2월 에스엠 경영권 인수전 경쟁 상대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사모펀드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해 2400여억원을 투입, 에스엠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 이상으로 끌어올린 혐의를 받는다.

수사의 칼날은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도 겨냥했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조만간 김 전 의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사경이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대한 강제수사 과정에서 김 전 의장이 시세조종에 관여한 사실을 입증할 물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SM엔터 인수 관련 카카오 시세조종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카카오뱅크 최대 주주 지위(지분율 27.17%)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인터넷은행 특례법에 따르면 대주주는 최근 5년간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공정거래법 등의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만약 이번 시세조종 혐의로 검찰이 법인 카카오를 재판에 넘기고 벌금형 이상 처벌이 확정되면 금융당국은 카카오를 상대로 ‘대주주 적격성 충족 명령’을 내릴 수 있고 대주주 자격이 없다고 판단하면 카카오는 6개월 안에 보유 중인 카카오뱅크 지분(27.17%) 중 10% 초과분에 대해 처분해야 한다.

업계 내에서는 카카오에 드리워진 사법 리스크가 계열사의 주요 사업에도 불똥이 튈 가능성이 커 당분간 주가가 반등하기 어렵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실적 전망도 어둡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카카오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 평균치)는 131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4%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증권사들은 카카오의 목표주가를 줄줄이 낮춰잡고 있다. 삼성증권은 6만2000원에서 5만4000원으로 목표주가를 하향했다. 이밖에 NH투자증권은 7만2000에서 6만원으로, 한국투자증권은 7만원에서 6만2000원으로, 대신증권은 6만7000원에서 6만4000원으로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200만명에 달하는 카카오 소액주주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네이버 종목토론실에서 일부 개인 투자자들은 “임원들은 기소되고 카카오뱅크는 떨어져 나가게 생겼다” “시총 3위였던 주식이 2년만에 휴지가 되어갈 수 있냐” “언젠간 주가가 오르겠지 했는데 아예 회사가 없어질 판”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카카오는 ‘최고 비상 경영’을 선언했다. 카카오는 30일 공동체 경영회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엔 카카오 김 전의장은 물론 홍은택 카카오 대표 등 주요 경영진 약 20명이 참여했다. 

카카오 경영진은 이날 회의를 통해 현 상황을 ‘최고 비상 경영 단계’로 인식하는 데 동의했다.  카카오 경영진은 특히 이날 ‘외부 통제’ 방안도 논의했다. 최근 문제가 발생한 원인을 강도 높게 조사하는 것은 물론, 준법 감시를 위한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단체를 운영할 방침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회사는 현재 상황을 최고 비상 경영 단계로 인식하고 있다”며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기구를 통해 사회적 눈높이에 부응하는 경영 시스템을 갖춰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나오지 않았으나, 삼성의 준법 감시위원회와 같은 방향성을 생각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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