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잘 날 없는 태광그룹 ‘이호진 리스크’
바람 잘 날 없는 태광그룹 ‘이호진 리스크’
  • 김태일 기자
  • 승인 2023.11.01 16: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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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간 계속된 오너리스크 현재 진행형
태광그룹 측 “경찰 수사 성실하게 임할 것”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백세경제=김태일 기자]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업무상 횡령, 배임 등 혐의로 또다시 수사선상에 올랐다. 지난 8월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지 약 두 달 만이다. 재계 안팎에선이 전 회장이 경영에 복귀해 쇠락의 길을 걷던 태광을 직접 이끌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이번 경찰수사로 이 전 회장의 경영일선 복귀는 또 다시 미뤄지는 모양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지난 24일 업무상 배임 및 횡령 등 혐의로 이호진 전 회장의 자택과 서울 종로구 흥국생명 빌딩 소재 태광그룹 경영협의회 사무실, 경기도 용인 태광CC 등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은 계열사를 동원해 비자금 20억원 이상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계열사 임원들에게 불법 겸직을 시켜 양쪽에서 급여를 받게 한 뒤 일부를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하고, 그룹 소유 골프장인 태광CC가 다른 계열사가 짓는 골프연습장 공사비를 부당하게 지원하게 한 것으로 경찰은 의심하고 있다.

태광그룹은 이 전 회장의 사익편취 혐의로 끊임없이 ‘오너 리스크’에 시달려왔다. 이 전 회장은 태광산업이 생산하는 섬유제품 규모를 조작하는 ‘무자료 거래’로 총 421억원을 횡령하고 법인세 9억여원대를 포탈한 혐의 등으로 2011년 구속 기소됐다. 

이 전 회장은 구속된 지 불과 두 달여 만인 2011년 3월 간암을 이유로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았고, 이듬해 6월엔 아예 병보석으로 풀려나는 등 7년 넘게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으며 ‘황제 보석’이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2018년에는 병보석 중에 이 전 회장이 외부에서 음주와 흡연을 하는 모습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며 파문이 일기도 했다. 그는 2018년 12월 병보석 취소 결정이 내려지면서 7년 9개월 만에 재수감됐다. 구속부터 병보석 취소까지 8년 동안 그의 실제 수감기간은 63일에 불과했다.

이 전 회장은 이후 징역 3년을 확정받아 2021년 10월 만기 출소했다. 지난 8월에는 광복절 특사를 통해 복권됐다.

이 전 회장의 복권을 계기로 경영 일선 복귀가 제기되며 그룹 분위기가 살아나는 분위기였다. 지난 16일 그룹의 비전·사업전략 수립을 위해 ‘미래위원회’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재계 안팎에선 조만간 이 전 회장이 경영에 복귀해 쇠락의 길을 걷던 태광을 직접 이끌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또다시 횡령·배임 의혹으로 경찰의 수사선상에 오르며 이 전 회장의 경영일선 복귀는 제동이 걸렸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지난 8월 초부터 계열사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그룹 내 부동산 관리 및 건설·레저 사업 등을 담당하는 계열사 ‘티시스’의 내부 비위 행위를 적발했고, 김기유 티시스 대표이사를 해임했다”면서 “이번 경찰 수사는 전 경영진의 비위 행위가 이 전 회장의 횡령·배임 의혹으로 둔갑해 경찰에 제보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태광그룹과 계열사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제기된 의혹이 해소될 수 있도록 경찰 수사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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