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는 지금… 노인복지공간으로 변신 중
폐교는 지금… 노인복지공간으로 변신 중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3.11.06 09:19
  • 호수 89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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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대학·치매안심센터 등으로 꾸며… 미술교육·갤러리로 활용도

부여군지회, 2018년부터 인세초등학교 시설에 ‘세도노인대학’ 운영

하동군 횡천중학교는 치매안심센터로… 남은 부지 공립 요양원 건립

전국 시도 교육청이 보유한 폐교 4곳 중 1곳이 방치되고 있는 가운데 이런 공간을 노인복지시설로 활용하는 노력이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문 닫은 초등학교를 노인대학으로 활용하는 충남연합회 부여군지회(왼쪽)와 경북 하동군이 폐교를 리모델링해 만든 치매안심센터의 모습.
전국 시도 교육청이 보유한 폐교 4곳 중 1곳이 방치되고 있는 가운데 이런 공간을 노인복지시설로 활용하는 노력이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문 닫은 초등학교를 노인대학으로 활용하는 충남연합회 부여군지회(왼쪽)와 경북 하동군이 폐교를 리모델링해 만든 치매안심센터의 모습.

[백세시대=배성호 기자] 1951년 충남 부여군 세도면 귀덕리에 문을 연 인세초등학교는 2018년까지 5000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문을 닫았다. 한때 수백명이 다니기도 했지만 폐교 직전에는 20명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쪼그라들었다. 그러다 같은 해 5월, 영원히 문을 닫을 줄 알았던 학교는 새로운 교육의 장으로 변신한다. 대한노인회 부여군지회(지회장 강병구)에서 운영하는 세도노인대학이 문을 열고 매주 목요일 어르신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지상철 노인대학장은 “학생들이 즐겁고 행복한 하루를 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고 만족도도 높다”고 말했다.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 인구 감소로 매년 문을 닫는 학교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노인복지시설로 활용하는 노력들이 주목받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도종환 의원이 최근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전국 시도 교육청 폐교재산 현황’에 따르면, 전국 시도 교육청이 보유하고 있는 폐교는 1335곳에 달했다. 대부분 임대(566곳)와 자체 활용(411곳)의 형태로 활용되고 있지만 ‘미활용 폐교’도 358곳에 달했다. 폐교 4곳 중 1곳은 여전히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 미활용 폐교의 재산가치(공시지가 기준 대장가액)는 총 3681억원에 달했다. 

이러한 가운데 폐교를 노인복지시설로 활용하는 시도도 늘고 있다. 세도노인대학은 초등학교가 폐교된 지 두 달 뒤에 문을 열었다. 문을 닫은 기간이 짧아 별다른 리모델링 없이 기존 시설을 활용하며 비용을 절감했다. 매년 임차하는 형식으로 운영되고 애초에 학교시설로 지어졌기에 타 노인대학보다 장점이 많다. 다만 좋은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시설이 오래됐고 수도시설이 외부에 설치돼 날씨가 추워지는 시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올해 수강생 120여명 중 40여명이 인세초등학교 출신이라는 점이다. 수강생들은 대부분 자신의 모교로 다시 ‘등교’하는 것에 반가우면서도 다른 한편에선 안타까워하고 있다. 남궁수길 어르신은 “모교에서 교육을 받는 것은 기쁘지만 지역에서 전통이 있는 학교가 사라져서 안타까운 마음이 더 크다”고 말했다.

또 인세초 운동장은 캠핑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카라반(4개소), 텐트 데크(11개소), 관리실, 물품보관소, 물놀이장, 잔디운동장 등을 조성해 충남 도내 학생과 가족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강원특별자치도 홍천군 서석면에 1941년 문을 연 향곡초등학교는 인구가 줄면서 1999년 서석초 향곡분교로 축소됐다가 2015년 졸업생 3명을 마지막으로 배출하고 결국 문을 닫았다. 이곳 은 이듬해인 2016년 서석재가노인보호센터로 변신했다. 교무실이 ‘사무실’로, 교실이 ‘물리치료실’과 ‘생활실’로 표지판을 바꿔 달았다. 또 실내화 수납장, 게시판 등 아이들이 쓰던 시설과 집기는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센터에는 현재 70대부터 100세 넘은 어르신까지 총 40여명이 매일 9시 ‘등교’하고 4시에 ‘하교’한다. 오전엔 혈압 등 건강 체크와 물리치료를 받고, 오후엔 주로 치매 예방 활동을 한다. 이용 어르신들도 집을 나설 때마다 “학교 다녀온다”고 말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 

폐교를 허물고 노인요양시설을 짓는 곳도 있다. 경남 하동군은 2019년 한다사중학교로 통폐합(2016년)되면서 문을 닫은 횡천중학교 동편 1·2층 808㎡ 규모를 리모델링해 치매안심센터를 설치했다. 센터는 사무실, 교육상담실, 검진실, 인지강화 프로그램실, 가족교육 및 자조모임 등을 하는 가족카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어 2021년에는 도내 첫 공립치매전담형 노인요양시설인 알프스하동치매요양원을 건립했다. 알프스하동치매요양원은 옛 횡천중학교 교정을 허문 9884㎡의 부지에 지상 3층 연면적 2375㎡ 규모로 건립됐다. 1층은 주간보호센터 2층과 3층은 요양시설로 운영 중이다.

어르신들의 예술공간으로 바뀐 폐교도 있다. 지역 기반 문화 콘텐츠를 제작해온 문화예술단체인 ‘로컬리티:’가 지난해 문을 연 ‘할매발전소’다. 1998년 문을 닫고 방치돼 온 강원도 원주시 황둔초등학교 창평분교를 어르신들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킨 것으로 노인들을 상대로 다양한 예술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2022년 9월 개관전을 열며 유휴 공간을 활용해 평범한 고령자도 예술 생산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큰 호응을 얻었다.

올해에도 10월 4일부터 9일까지는 졸업 전시회 격인 기획전 ‘사라지는 살아지는-삶의 궤적 속에 뒤돌아보면 언제나 있었던’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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