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가 빠진 국민연금 개혁안 제출
숫자가 빠진 국민연금 개혁안 제출
  • 조종도 기자
  • 승인 2023.11.06 09:22
  • 호수 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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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보험료율 등 수치 제시 안해 ‘맹탕’ 비판받아

고령 취업자 위해 ‘국민연금 감액제도 폐지’ 추진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0월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5차 국민연금 종합 운영계획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0월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5차 국민연금 종합 운영계획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백세시대=조종도 기자] 정부가 보험료율이나 소득대체율 등 구체적인 모수(숫자) 조정방안이 빠진 국민연금 개혁안을 내놨다.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하다면서도 인상률의 목표치마저 명확히 제시하지 않아 ‘맹탕 개혁안’이라는 비판을 부르고 있다.

개혁안 중에는 은퇴 후 재취업한 고령자에 대해 국민연금을 감액하는 제도를 폐지한다는 방침 등 중‧고령자의 관심을 끄는 부분도 있다.

정부는 10월 30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보건복지부가 제출한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심의, 통과시켰다. 복지부는 지난 27일 2023년도 제3차 국민연금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종합운영계획(안)을 심의·의결한 바 있다. 

국무회의를 통과한 종합운영계획은 국회로 넘어가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개혁 방안을 논의하게 된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27일 정부서울청사 언론 브리핑에서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점진적인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보험료율(현행 9%)과 소득대체율(현행 40%)에 대해서 확정적인 수치는 포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전문가, 경영계와 노동계, 세대별 의견이 다양한 만큼 특정안을 제시하기보다 공론화 과정을 통해 폭넓은 논의가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 내용

정부는 구체적인 보험료율 인상 수치를 밝히지 않았지만 “세대별 형평성을 고려해 보험료율 인상 속도를 연령그룹에 따라 차등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보험료율을 청년층에서는 천천히 올리는 반면 중장년층에서는 빠르게 올린다는 것이다.

예컨대 현재 9%인 보험료율을 앞으로 18%까지 9%p 올린다고 가정할 때, 20대와 30대는 15~20년에 걸쳐 인상하고 40대와 50대는 5년에 걸쳐 인상하는 식이다.

“우리는 많이 내고 덜 받는데, 기성세대는 조금 내고 많이 받는다”는 청년들의 의견을 반영해 복지부가 이런 방향을 정했다지만, 이는 또 다른 세대 간 갈등을 부를 수 있다.

정부는 또한 ‘자동안정화 장치’ 도입 또는 ‘확정기여방식’(DC) 전환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자동안정화 장치’란 평균수명이나 경제 상황 변화에 따라 연금액이 자동으로 조정되도록 하는 장치를 말한다. 독일, 프랑스 등은 국민 평균수명이 늘어나는 만큼 이 자동안정화 장치를 통해 연금액을 자동으로 삭감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이 도입을 주장하지만, 연금액 자체가 작은 상황에서 국민의 동의를 받기 쉽지 않아 보인다.

또한 확정기여방식 전환을 추진하는 것은 연금 재정 안정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현재는 보험료와 직접적인 연계 없이 정해진 급여를 보장하는 ‘확정급여방식’(DB)을 채택하고 있다. DB는 미래에 받을 연금액을 확정하고 위험은 국가가 지는 방식이어서, 재정 안정에는 좋지 않다. 반면 DC는 보험료만 확정하고 연금액은 이자(운용이자, 정부 지정 이자)를 붙여 지급하는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은 소득재분배 성격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퇴직연금 등에 적용되는 DC 방식은 맞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노령연금 감액 폐지 추진

이번 개편안에는 국민연금 가입자의 노후 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들도 일부 담겼다. 대표적으로 ‘연금 감액 제도’ 폐지가 추진된다. 지금까지 연금 수급자는 월 소득이 가입자의 평균소득월액(올해 기준 286만원)을 넘을 경우 최대 5년간 연금액이 일부 감액됐다. 이 때문에 은퇴 후 재취업해 ‘일하는 노인’이 손해를 본다는 지적이 많았다.

군 복무자와 자녀를 낳는 경우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추가로 인정해주는 ‘크레딧 제도’ 확대도 추진된다. 군 복무자는 현재 복무 기간 중 6개월만 가입기간으로 인정해 주고 있는데 전체 복무 기간(18~21개월)으로 늘어난다. 

또한 국가가 국민연금 지급을 보장한다는 내용을 법률에 명시하는 ‘지급보장 명문화’를 추진키로 했다. ‘미래에 기금이 고갈되면 연금을 받을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청년세대의 불안감을 불식하기 위한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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